우리금융 M&A 추진하는 포스증권, 지난해 또 ‘연간 적자’
자기자본 하락에 실질적 인수 시너지에도 의문부호 ‘여전’
외면하는 보험사M&A에…“M&A 접근법 제고 필요”도 지적

사진=우리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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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지난해 비은행 계열사의 부재를 절감한 우리금융그룹이 연초부터 증권사 M&A를 추진하는 가운데, 실효성 논란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금융이 타깃으로 삼은 증권사의 지난해 실적이 또 한 번 적자를 기록하며 M&A에 따른 시너지는커녕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일각에선 이미 거대한 판이 형성된 보험사 M&A를 외면하고 증권사에만 매달리는 우리금융의 M&A 전략에 의문부호도 제기한다. 이미 지난해 대다수 금융지주사의 보험계열사가 실적 개선에 성공한 가운데, 보험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우리금융이 M&A의 우선순위를 굳이 증권사에만 둘 필요가 있냐는 지적도 나온다.

2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임종룡 회장 체제 출범 이후 우리금융그룹의 비은행 M&A 전략이 본 궤도에 올랐지만, 실효성 부문에서는 여전히 물음표를 지우지 못하고 있다.

일단 현재 M&A 협상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진 증권사의 경우, 그동안 우리금융이 꾸준히 언급해 온 ‘리테일에 강점을 가진 중형급 증권사’라는 M&A타깃과 상당히 거리가 있다. 여기에 여타 지주사들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는 보험사 M&A에는 다소 시큰둥한 분위기도 감지된다.

사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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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 없는 포스증권, 시너지도 ‘의문’

현재 우리금융이 공식적으로 인수 의사를 밝힌 곳은 소형 증권사인 ‘한국포스증권(이하 포스증권)’이다. 펀드 판매를 주력으로 하는 포스증권 M&A에 대해 우리금융 역시 “현재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M&A를 준비하고 있다”며 “포스증권 또한 염두에 둔 증권사 매물은 맞다”라고 이를 공식화한 상황이다.

다만, 여전히 포스증권 M&A가 우리금융의 비은행 부문 경쟁력 강화에 긍정적 역할을 할지에 대해서는 우려의 시각이 존재한다. 온라인 펀드판매에 집중하고 있는 포스증권의 성격이 앞서 언급한 우리금융의 증권사 M&A 조건, 즉 ‘리테일 강점 가진 중형급 증권사’에 단 하나도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포스증권의 상황 자체도 여의치 않은 모습이다. 자기자본, 실적 모두 이전 대비 감소하며 좀처럼 회복할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데일리임팩트가 확인한 지난해 한국포스증권의 영업보고서에 따르면 전년 말 기준 포스증권의 자기자본은 484억8000여만원으로 전분기(501억원) 대비 17억원 가량 감소했다. 포스증권의 자본금이 약 698억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자기자본이 자본금보다 낮은 사실상의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셈이다.

또 지난해 실적 또한 59.2억원의 손실을 내며 적자행진을 이어갔다. 물론 73억원에 가까운 손실을 낸 지난 2022년 실적보다는 다소 개선됐지만 적자 자체에서는 벗어나지 못했다.

물론 이 같은 포스증권의 약화된 재무 상태가 우리금융의 포스증권 인수 과정에서 일정 부분 유리한 조건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높다. 현재 자기자본이 500억원 미만인데다 계속되는 적자 행보, 사실상의 자본잠식 상태 등을 고려하면 매각 프리미엄 등을 고려해도 자기자본 수준인 500억원 선에서 매각가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 시장에서는 우리금융이 M&A에 투입할 수 있는 자금의 규모를 약 4조원 가량으로으로 추산하고 있다. 500억원 수준에 불과한 포스증권의 몸값을 고려하면 재정적 측면에서 M&A자체가 건전성 등에 미칠 영향은 사실상 크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저렴한 매각 가격 그리고 증권라이센스를 갖고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포스증권이 가진 매력은 제한적”이라며 “현실적으로 우리금융이 포스증권을 인수한다해도 즉각적인 M&A 효과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롯데손해보험, KDB생명 본사/사진=각 사 제공
(왼쪽부터) 롯데손해보험, KDB생명 본사/사진=각 사 제공

금융권 주목받는 ‘보험 M&A’

특히 일각에서는 우리금융이 이처럼 인수 시너지가 작은 소형 증권사에 집중하기보단 이미 중형급 매물이 나와 있는 보험시장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종합금융 등 증권업을 영위할 수 있는 계열사를 통해서도 일부 사업을 전개할 수 있는 만큼, 이미 굵직한 매물이 시장에 나와 있는 보험업권 내 M&A를 우선 진행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재 보험업계에는 ABL생명, 동양생명, 롯데손해보험, MG손해보험, KDB생명 등 일부 보험사들이 M&A시장에 나와있다. 물론 일부 보험사의 경우 실적‧자본상태 등에 대한 평가가 다소 부정적이지만, 향후 인수 후 시너지 그리고 당장의 M&A효과를 감안하면 우리금융이 충분히 M&A를 고려해볼 수 있는 매물이란 평가도 나온다.

매각가 역시 우리금융에 큰 부담을 줄 만한 수준은 아니다. 최대 3조원 수준으로 예상되는 롯데손해보험을 제외한 나머지 보험사는 1000억~1조5000억원 수준에 예상 매각가가 형성돼있다.

특히 앞서 언급했듯 실적 및 자본잠식에 빠진 일부 보험사를 제외하고 ABL생명, 동양생명 등은 비교적 기초체력이 건실한 알짜매물로 거론된다. 이미 보험계열사를 보유중인 타 지주사와 달리 보험계열사 또한 보유하고 있지 않은 우리금융의 입장에선, 이러한 알짜 매물들을 인수 후 ‘즉시 전력감’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최근 비은행 계열 업권 중 가운데 보험업계의 실적이 전체 리딩금융 판도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는 점 또한 우리금융이 보험업권을 우선 M&A대상으로 고려할 이유 중 하나로 언급된다.

실제로 지난해 KB금융그룹의 보험계열사인 KB손해보험과 KB라이프는 각각 전년 대비 35.1%와 88.7% 증가한 7529억원, 2562억원의 연간 순이익을 달성했다. 이같은 보험계열사의 실적 개선세의 영향으로 KB금융그룹은 신한금융에 빼앗긴 리딩금융 타이틀을 지난해 탈환할 수 있었다.

반면, ‘리딩금융 경쟁사’인 신한금융은 전년 대비 5%의 성장세를 기록한 생보계열사 신한라이프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같은 기간 적자를 기록한 손보 계열사 ‘신한EZ손해보험’ 약세의 여파로 리딩금융 사수에 실패했다.

이밖에 하나금융도 견조한 은행 실적에도 불구하고 보험 등 비은행 계열사의 실적 약세로 지주사 실적은 다소 아쉬운 수준에 머물렀다. 그만큼 보험계열사의 실적 제고 여부에 따라 지주사 전반의 실적 또한 결정되고 있는 것이다.

2023 하반기 그룹 경영전략워크숍에 참석한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참석자들 앞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우리금융
2023 하반기 그룹 경영전략워크숍에 참석한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참석자들 앞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우리금융

새로운 M&A 접근법 나와야

일단 우리금융은 우선 증권사 M&A에 집중하고, 이후 차선책으로 보험, 카드 등 기타 비은행 업권 내 기업 M&A를 고려해보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우리금융이 현재 진행 중인 포스증권 인수가 만약 무산될 경우, 향후 우리금융의 M&A전략이 꼬여버릴 수 있다는 세간의 우려는 여전하다.

특히, 이미 상상인저축은행 인수전에 뛰어들었다가 스스로 판을 거둔 상황에서, 사실상 첫 번째로 우리금융이 M&A를 공식화한 포스증권 인수마저 무위에 그칠 경우 우리금융뿐 아니라 임종룡 회장에게도 적잖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실제로 임종룡 회장은 지난해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증권사를 비롯한 비은행 M&A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해 왔다. 다만, 생각보다 우리금융의 M&A 진행이 지지부진해지자 일각에선 임종룡 회장의 초조함이 포스증권과 같은 소형 증권사 인수 시도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 바 있다.

금융지주 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이미 NH금융 회장 시절, 우리투자증권 인수를 성공리에 이끈 경험이 있는 임종룡 회장의 입장 또한 다소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면서도 “사실상 모든 금융지주사가 보험 등 비은행 계열사 M&A에 나선 상황인 만큼, 타 사 대비 발 빠른 M&A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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