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수요 타고 적극적으로 출점
매장 관리 어렵고 접근성 떨어져
온라인 선호 추세에 기대 이하 성과

계 서울 종로구의 LG유플러스 UNTACT STORE 종각점의 입구. 사진 = 한나연 기자
계 서울 종로구의 LG유플러스 UNTACT STORE 종각점의 입구. 사진 = 한나연 기자

[데일리임팩트 한나연 기자] ‘비대면 업무 처리’를 강점으로 내세웠던 이통3사의 무인매장.

무인매장은 일반 매장보다 영업시간이 유연한 데다, 눈치 보지 않고  휴대폰과 관련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어서 젊은 층에게 호응을 받았다. 이통3사로 특색 있는 카페, 포토존 같은 공간을 만들며 고객 경험을 창출하는 콘텐츠로 활용해왔다. 

인건비 부담이 가중됨에 따라 경영 효율화를 꾀하는 이통3사의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무인매장은 빠르게 늘 것으로 예상됐지만 현실은 달랐다. 예상과 다르게 매장 수는 사실상 정체다. 오프라인 매장이 확대되려면 이용층이 넓어져야 한다. 그러나 시니어층의 접근성이 떨어지고, 온라인 구매가 증가하면서 무인매장을 운영 놓고 이통3사가 고민하는 모습이다. 

LGU+, ‘언택트 스토어’ 활발히 운영중

8일 업계에 따르면 이통3사 중 무인 매장 영업이 가장 활발한 곳은 LG유플러스다. 대전, 대구, 광주, 부산, 서울, 천안 등 6개 지역에서 ‘언택트 스토어’라는 이름의 무인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가장 적극적으로 운영하는 만큼, LG유플러스의 무인매장에서는 강점과 약점을 함께 확인할 수 있었다. 

기자가 방문한 서울 종각점을 비롯해 언택트 스토어는 젊은 세대들을 겨냥해 즐길 거리를 대폭 강화한 게 특징이다. 자사 캐릭터인 ‘무너’로 꾸민 캐릭터존과 무너카페 등으로 공간을 구성해 SNS 인증샷을 원하는 젊은 층의 니즈를 충족시켰다.

일회성 방문에 그치지 않도록 마케팅 측면에서도 신경을 썼다. 매장 방문객 대상 이벤트를 상시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 종각점의 경우, 마케팅 활용 동의 시 무너카페에서 무료 커피를 한 잔 제공하고 선착순 10명에게는 스타벅스 기프티콘을 준다. 고객 경험을 확장하고,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호감도를 높이는 이 같은 방식은 LG유플러스에 대한 젊은 층의 인지도를 높이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평가다. 

LGU+ UNTACT STORE 종각점에서 제공하는 무료커피 공간. / 사진 = 한나연 기자
LGU+ UNTACT STORE 종각점에서 제공하는 무료커피 공간. / 사진 = 한나연 기자

다만 한계도 분명했다. 체험존과 개통존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키오스크를 통한 본인인증을 거쳐야 한다. 키오스크 사용이 익숙치 않은 시니어층이나 시각장애인에겐 꽤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그렇다 보니 비대면 업무를 지향한다는 콘셉트와 달리, 별도의 인력을 투입해 대면 업무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무인매장에는 시니어 방문도 많은 편인데, 매장 뒤편에 위치한 대면 창구를 통해 업무를 보시는 게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고객 눈높이 맞춘 실험…성과는 글쎄

이통3사는 팬데믹을 거치며 비대면을 선호하는 고객 니즈에 맞춰 무인매장을 실험적으로 도입했다. 상황에 따라 무인매장을 확대하겠다는 목표도 밝혔지만 엔데믹 체제로 전환된 지금, 무인매장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SK텔레콤(SKT)은 지난 2020년 자사 플래그십 스토어 ‘T팩토리’를 서울 마포구에 열면서 ‘T팩토리 24’라는 24시간 무인매장도 선보였지만 타 지역에는 확장하지 않았다. KT 역시 지난 2021년 대구 동성로에 ‘KT 셀프라운지’라는 무인매장을 출점했지만 무인매장의 수는 그다지 증가하지 않았다. KT는 별도의 무인매장을 내기보다 대리점 내 키오스크를 통해 비대면 업무가 이뤄지게끔 방향을 틀어서다.

이통3사가 무인매장을 늘리지 않는 데에는 달라진 소비패턴도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 휴대폰 구매나 서비스 이용에 있어 온라인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이다. 매장 운영비용이 절감되는 까닭에 온라인에서는 더 저렴한 가격으로 휴대폰을 구매하고, 관련 서비스를 바로 변경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시공간에 구애받지 않기 때문에 실용적인 MZ세대는 물론, 최근에는 자녀의 도움을 받아 시니어층 일부에서도 온라인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며 “오프라인 매장은 일단 나가야 하고, 또 자신의 차례가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시간의 활용이나 가격적 측면에서 온라인만큼 메리트가 없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오프라인 매장은 방문객이 점차 줄고 있다. 고령층이 아니라면 단순 문의를 위해 찾는 방문객도 감소하는 추세다. 무인매장이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LGU+ UNTACT STORE 종각점의 QR코드 이벤트 안내문과 기기 체험 존을 구경하는 고객. / 사진 = 한나연 기자
LGU+ UNTACT STORE 종각점의 QR코드 이벤트 안내문과 기기 체험 존을 구경하는 고객. / 사진 = 한나연 기자

‘신경 쓸 거 많은데 성과는 그다지…’ 계륵된 무인매장

무인매장은 이통3사의 예상보다 운영 부담도 적지 않다. 야간에는 상주인력이 없다보니 매장 관리가 녹록치 않은 것이다. 애초 취지와 다르게 일부 방문객들에게는 공유지처럼 여겨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더위나 추위를 피해 무인매장에 머무는 경우가 적지 않다”면서 “문제는 이들이 외부 음식을 취식하고 쓰레기를 그냥 버려놓고 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렇다 해도 잠재적 고객이기에 제재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이통3사가 무인매장을 없앨 수도 없는 상황이다. 2030세대와 접점이 되고 있고, 실제로도 이들 세대를 유입시키는 통로로 역할하고 있어서다. 특히 대리점의 과도한 영업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젊은 층에게 무인매장은 서비스 질을 높이는 한 끗이다. 

이통3사는 무인매장을 당장 늘리지 않는 대신 기존 매장을 더욱 특화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지역별 유동인구 특성을 반영해 타깃 서비스를 강화하는 식이다. LG유플러스 종각점 일평균 방문객은 100명 이상, 30대 직장인 이용객이 많다. 이를 고려해 무선충전, 중고폰 판매 키오스크를 배치했다. 

이통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현재 있는 매장은 유지하는 분위기”라며 “단, 무인매장을 더 늘릴지는 미지수지만, 오프라인 프로모션을 활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운영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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