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능력 16위 대형건설사
'대형'으론 쌍용이후 10년만
내년 브릿지론發 위기 우려
자칫 건설사 줄도산 가능성

태영건설 본사/사진=태영건설 제공
태영건설 본사/사진=태영건설 제공

[데일리임팩트 심민현 기자] 올해 초부터 한국 경제를 뒤흔들 수 있는 뇌관으로 지목 받았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결국 현실화됐다. 시공 능력 평가 16위의 대형 종합건설사 태영건설이 부동산 PF 대출을 갚지 못해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금융사들이 워크아웃을 받아들일 경우 지난 2013년 쌍용건설 이후 10년 만에 시공순위 30위권 이내 대형 건설사가 워크아웃에 돌입하게 되는 셈이다. 태영건설은 방송사 SBS를 소유한 태영그룹의 모태 기업이다. 태영건설은 주요 계열사 매각 등 워크아웃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지만 모두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금융권 일각에선 부동산 PF 위기는 이제 내년부터 본격화될 것이란 암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현재 만기 연장으로 버티고 있는 30조원 규모의 브릿지론이 곧 터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경우 건설사는 물론 자금을 빌려준 금융사까지 유동성 위기에 몰리고 최악의 경우 연쇄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건설사 줄도산 전조?

28일 업계에 따르면 태영건설은 이날 오전 긴급 이사회를 열고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 신청을 최종 결정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오전 중 채권은행에 채권단협의회 구성을 통보했다.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이유는 만기가 도래한 부동산 PF 대출을 상환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태영건설은 당장 이날 만기가 도래한 서울 성동구 성수동 오피스2 개발사업 관련 PF 브릿지론 480억원에 대한 만기 연장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올해 안에 갚아야 하는 대출규모는 3956억원이고 내년 1분기까지는 4361억원의 대출 만기가 돌아온다. 태영건설의 올해 3분기 기준 순차입금은 1조9300억원, 부채비율은 479%로 국내 시공능력 35위 내 대형·중견 건설사를 통틀어 부채비율이 가장 높다.

문제는 태영건설의 PF 위기가 다른 건설사들로 전이될 확률이 상당하다는 부분이다. 태영건설 외에 코오롱글로벌, 신세계건설도 PF로 인한 위기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9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코오롱글로벌에 대해 “(8월 말 기준) 미착공 PF 우발 채무 규모가 6121억원에 이르고 보유 현금성 자산은 2377억원에 불과해 PF 리스크가 현실화 할 경우 자체 현금을 통한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문을 닫는 건설사들도 급증하고 있다. 올해 폐업한 종합건설사는 총 551곳에 달하며 이는 지난 2006년(557곳) 이후 최대치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은 태영건설 사태가 전체 건설사의 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측은 “태영건설 고유의 문제가 크게 작용한 만큼 지난해와 같은 신용경색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판단한다“며 “연쇄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건설사와 하도급사(협력업체) 위기 등과 관련해선 기존의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이 잘 마련돼 있는 만큼 이를 참고해 대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폭발 직전의 브릿지론...내년 상반기 대출 만기 7조3000억원

엄청난 PF 자금 규모를 고려했을때 금융당국의 판단은 안일하다는 비판을 받을 소지가 충분해 보인다. 특히 부동산 PF 대출에서 가장 위험도가 높은 브릿지론이 PF 자금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점이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문제가 됐던 부동산 PF 대출 역시 브릿지론이었다.

통상 부동산 PF는 브릿지론과 본 PF 2단계로 나뉜다. 토지 매입 및 인허가 신청 등의 사업 초기 단계를 진행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율로 저축은행·캐피털 등 2금융권을 통해 브릿지론을 일으킨 뒤 착공 및 분양 단계에서 본 PF로 전환해 1금융권으로부터 낮은 이자로 자금을 차입하는 식이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로 본 PF로 넘어가지 못하는 사업장이 속출하다 보니 연체율이 급등해 위기가 찾아온 것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하게 된 결정적 이유도 이날 돌아온 브릿지론 대출 만기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실제 전체 브릿지론 30조원 중 내년 상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브릿지론만 7조3000억원이며 전체 PF 중 비중은 62% 수준이다. 브릿지론은 2금융권이 가장 많이 취급하고 있는데 그 비중이 저축은행 58%, 캐피탈사 39%에 달한다. 

현재 쌓이고 있는 연체율 상태도 심각하다. 저축은행의 9월 말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5.56%로 전분기 말과 비교해 0.95%p(포인트) 올랐고 여전사는 0.55%p 상승한 4.44%를 기록했다. 상호금융권(새마을금고 제외) 연체율 역시 4.18%로 3.05%p 올랐다.

그 결과, 금융권 일각에선 부동산 경기 하락에 따른 금융권으로의 위기 전이가 내년부터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국내 주요 신용평가사인 나이스신용평가의 이혁준 금융평가본부본부장은 이달 낸 보고서를 통해 “고금리가 장기화 할 경우 브릿지론 가운데 30~50%는 최종 손실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 금액이 일거에 손실로 반영되면 경제 시스템은 상당한 충격을 받게 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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