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단 인사 단행…한종희-경계현 투톱 체제 유지

7명 신규 등용…분야별로 50대 전문가 전진 배치

(왼쪽부터)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과 경계현 대표이사 사장. 사진. 삼성전자.
(왼쪽부터)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과 경계현 대표이사 사장. 사진. 삼성전자.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삼성전자가 한종희-경계현의 투톱 체제를 1년 더 유지한다. 대신 사장단에서 변화를 줬다. 

전문성을 바탕으로 경영 성과를 보여준 인물들이 전진 배치됐다. 회사의 기술과 제조공정, 브랜드 마케팅, 연구개발 분야에서 지배력을 강화하는 데 일조한 임원들이 사장단으로 합류했다. ‘성과 없이 승진도 없다’는 메시지를 평가다. 

삼성전자가 5일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는 이재용 회장 승진 후 첫 인사다. 재계에서는 뉴삼성 구상이 드러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했다. 

이를 방증하듯 삼성전자는 지난해보다 사장 승진 대상자 규모를 확대했다. 총 9명의 승진자 가운데 7명이 신임 사장이었다. 회사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핵심사업의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하기 위한 성과주의 인사“라고 설명했다. 

가장 눈에 띄는 용인술은 기술 인재의 등용이다. 핵심사업 기술력을 강화하는 데 일조한 인물들에게 보다 책임있는 역할을 맡겨 기술 리더십 제고를 주문했다. 

김우준 DX부문 네트워크사업부장은 사장으로 승진했다. 서울대 전자공학 박사 출신의 김 신임사장은 네트워크사업부 상품전략그룹장, 북미BM그룹장, 차세대전략그룹장, 미주BM그룹장, 전략마케팅팀장 등 주요 보직을 지내며 영업·기술·전략 분야에서 사업 성장을 주도한 공로를 인정 받아 사장단에 합류했다. 그는 차세대 통신 중심의 네트워크 사업 기반을 공고히 하고 사업경쟁력을 강화하는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반도체 공정개발 및 제조 전문가인 남석우 DS부문 글로벌 제조&인프라총괄 제조담당은 반도체 공정과 제조경쟁력을 강화해 사장단에 합류했다. 연세대 세라믹 공학 박사 출신의 남 신임 사장은 반도체연구소에서 메모리 전제품 공정개발을 주도한 데 이어, 메모리·파운드리 제조기술센터와 글로벌 제조&인프라를 총괄하며 반도체 공정과 제조·인프라·환경안전 분야에서 역량을 보여줬다. 이에 반도체 초격차 확보의 이끄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송재혁 삼성전자 DS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반도체연구소장은 서울대 반도체공학 박사 출신의 메모리 전문가로 정평이 나있다. 그는 D램·낸드플래시 메모리 공정개발부터 양산까지 반도체 전과정에서 기술 리더십을 견고히 하는 데 기여, 메모리 세계 1위 달성에 힘을 보탰다. 반도체사업 CTO로서 반도체 전제품의 선단공정 개발을 주도하며 반도체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는 임무를 맡는다. 

초격차 기술을 확보해 회사의 퀸텀점프를 위한 초석을 닦겠다는 구상과 동시에 삼성전자는 신시장 개척과 브랜드 가치 제고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양걸 중국전략협력실 사장은 중국 내 사업 확대에 기여해 승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이번에 사장으로 승진한 인물 중 유일한 60대다. 서강대 국제관계학 석사를 받은 양 사장은 다양한 해외 판매법인을 경험한 반도체 영업마케팅 전문가로 꼽힌다. 중국총괄과 중국전략협력실 부실장을 역임하며 중국 내 반도체 사업 확장에 역할했다. 중국전략협력실장으로서 본인이 보유한 중국 네트워크와 사업 안목을 바탕으로 원활한 협력과 지원을 이끌어 낼 것으로 예상된다.

백수현 삼성전자 DX부문 커뮤니케이션팀장 사장은 그 동안의 성과를 인정 받아 이번에 승진 명단에 포함됐다. 백수현 사장은 SBS 보도국 부국장 출신의 홍보 전문가로 2013년 삼성전자로 입사 후 국내홍보그룹장, 커뮤니케이션팀장을 역임하면서 회사 내부 뿐만 아니라 외부와의 소통 활성화에 기여했다. 이번 승진을 통해 대내외 전략적인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해 삼성전자의 비전을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또 두 명의 홍보 임원이 사장으로 영전해 눈길을 끌었다. 중앙일보사 편집국장 출신의 박승희 사장은 삼성전자 CR담당으로 합류한다. 2020년 12월부터 삼성물산 건설부문 커뮤니케이션팀장을 맡았은 박 신임 사장은 풍부한 네트워크와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바탕으로 회사의 대관 기능을 공고히 하는 데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SBS 보도국 부국장 출신의 백수현 DX부문 커뮤니케이션팀장도 사장으로 승진했다. 백 신임사장은 2013년 삼성전자로 입사후 국내홍보그룹장, 커뮤니케이션팀장을 역임하면서 대내외 소통을 활성화하는 데 기여했다. 향후 전사 차원의 홍보 전략을 강화해 회사의 비전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대내외 현안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임무를 맡을 것으로 여겨진다. 

삼성전자는 브랜드 마케팅 분야에 대해서도 공을 들일 계획이다. 이영희 DX부문 글로벌마케팅실장이 이번에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 신임사장은 2012년 부사장으로 등용된 지 10년 간 자리를 지켰다. 로레알 출신의 마케팅 전문가인 이 신임사장은 2007년 삼성전자에 입사후 갤럭시 마케팅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삼성전자 브랜드 가치 제고에 기여했다. 

특히 이 신임 사장은 총수일가를 제외한, 삼성 최초 여성 사장이 됐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외에 C레벨급 여성 임원은 전무했다. 23개 계열사를 거느린 재계 1위 그룹이자, 여성 인재 등용에 대한 중용성을 강조해 온 점과 달리 실제로 삼성은 여성 인력을 최고위급으로 올리는 데 소극적이었다. 

일례로 그룹의 중추인 삼성전자는 여성 임원 숫자가 65명에 달한다. 다만 임직원 수가 10만명 이상에 달하는 만큼, 전체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6%대에 머물렀다.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이 여성 인재 육성에 대해 역설했음에도 여성 임원 비율은 목표치(10% 이상)에 훨씬 모자랐다. 이 신임사장의 선임은 여성 인재 활용도를 높여 고객 가치·경험 중심 회사로 자리매김하는 마중물로 삼겠다는 구상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이와 함께 선행기술 연구를 담당하는 삼성리서치는 리더십 교체가 이뤄졌다. 

전경훈 DX부문 네트워크사업부장은 DX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와 삼성리서치장을 겸임한다. 그는 포항공대 교수 출신으로 2012년 삼성전자 입사후 차세대통신연구팀장, 네트워크 개발팀장, 네트워크사업부장을 역임하며 5세대(5G) 이동통신 세계 최초 상용화를 이끈 통신기술 전문가다. 네트워크 기술 리더십과 전략적인 안목을 가진 전 사장에게 DX사업 선행연구를 맡긴 것은 네트워크 사업에서의 성공 DNA를 DX에 접목시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세탁기 리콜 등 DX 기술 논란을 겪었다. 때문에 기술 신뢰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DX 연구개발을 점검하고 미래 먹거리을 발굴하라는 특명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승현준 DX부문 삼성리서치장은 글로벌R&D협력담당으로 자리를 옮긴다. 세계적 인공지능(AI) 석학인 승 사장은 영입 당시 이재용 회장이 직접 러브콜을 보낼 정도로 공을 들였다. 우수한 연구능력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지속 활용해 해외 주요대, 선진 연구소와의 R&D 협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우수인재를 영입하는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한편, 삼성전자는 대내외 불확실성을 고려해 한종희-경계현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기존 리더십을 유지해 경영 안정을 도모하되, 50대 사장들을 등용함으로써 미래 준비를 위한 혁신 기조를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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