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L, 상반기 판매량·매출액 점유율서 모두 국내 3사 압도

주행거리 700km 이상 ‘M3P’…이제는 기술력도 밀린다

IRA가 변수…미국 시장 잡아야 2023년 배터리 승자될 것

독일 튀링겐주에 위치한 CATL의 CATT(Contemporary Amperex Technology Thuringia GmbH) 공장 전경. 사진과 본문은 관계 없음. 사진.CATL
독일 튀링겐주에 위치한 CATL의 CATT(Contemporary Amperex Technology Thuringia GmbH) 공장 전경. 사진과 본문은 관계 없음. 사진.CATL

[데일리임팩트 김현일 기자]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가 중국업체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미국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중국계 글로벌 배터리 업체 CATL(닝더스다이·寧德時代)는 올 상반기 전 세계 판매량·매출액 1위가 된 것도 모자라 3사를 합친 것보다 높은 성적을 거뒀다.

여기에 CATL은 최근 1회 충전으로 700km 주행이 가능한 배터리의 상용화 계획 등을 밝히며 이제는 중국이 배터리 시장에서 가성비 뿐 아니라 기술력 면에서도 국내 업체들에 우위를 점하게 될 지도 모른다는 위기감마저 조성되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인플레이션 방지법(IRA)이 발효되며 중국산 배터리가 설 자리가 없어지는 미국 시장을 잡는 것이 이를 견제하고 향후 한국 배터리 업계의 점유율을 늘리는 데에 필수적일 것으로 보인다.

14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 CATL의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매출액과 판매량이 모두 국내 배터리 3사를 합친 것 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기관인 SNE리서치 집계에 따르면 중국 CATL은 130억달러(약 17조9000억원)로 전체 시장의 30%를 차지하며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58억4000만달러(약 8조원)에 14%의 점유율로 2위를 기록했다.

그 뒤를 3위 중국 BYD(5조3000억원·9%), 4위 삼성SDI (4조1000억원·7%), 5위 일본 파나소닉(3조원·5%), 6위 SK온(2조8000억원·5%) 등이 이었다.

때문에 국내 배터리 3사의 올해 상반기 전기차 배터리 매출액을 합칠 경우 108억9000만달러(약 15조원·26%)로 CATL 한 곳의 매출보다 적다는 결론이 나온다.

판매량의 경우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진다.

CATL의 경우 10만4000MWh의 판매량으로 39%의 점유율을 가져가며 압도적 1위를 달성했다.

이는 2~5위까지의 점유율을 더한 38%를 능가하는 수치라는 점에서 현재 배터리 시장에서 CATL의 독주가 얼마나 거센지를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지난 8월 27일 2022 WNEVC 행사에서 발표를 진행하고 있는 쩡위췬 CATL 회장의 모습. 사진.CATL 홈페이지
지난 8월 27일 2022 WNEVC 행사에서 발표를 진행하고 있는 쩡위췬 CATL 회장의 모습. 사진.CATL 홈페이지

CATL은 최근 연이어 신기술을 발표하며 가성비 뿐 아니라 기술력 면에서도 압도적 우위를 과시하는 중이다.

지난 8월 27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신에너지차대회(WNCVC)에서 CATL 쩡위췬 CATL 회장은 “기존 리튬인산철(LEP)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10~20% 높은 신소재를 개발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M3P’로 명명된 이 배터리는 신소재를 활용해 리튬인산철 배터리의 저렴한 가격·높은 안정성을 유지하면서도 1회 충전당 700㎞ 이상을 주행할 수 있다고 쩡위췬 회장은 설명했다.

최근 LG엔솔의 배터리를 탑재하고 출시한 현대차·기아의 전용 전기자동차 아이오닉 6가 524km의 주행거리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했을 때 이는 약 30% 가량 높은 수치다.

이날 CATL은 길리자동차와 손잡고 신형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2023년 초부터 선보인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간 한국 배터리 3사는 니켈·코발트·망간(NCM) 계열 배터리로 높은 에너지 밀도, 즉 고용량을 강점으로 내세웠지만 이 발표가 현실화될 경우 그마저도 중국에게 밀리게 되는 셈이다.

지난 6월 CATL은 이미 1회 충전에 1000km를 가는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CTP3.0 기린(麒麟) 배터리’를 내년부터 양산한다는 발표를 통해 배터리 업계에 충격을 준 바 있다.

당시 CATL은 기존 배터리의 3대 기본 구성 요소인 셀(Cell)·모듈(Module)·팩(Pack) 중 모듈을 생략해 공간 효율을 극대화하는 ‘셀 투 팩’(Cell to Pack) 방식을 소개하며 화제를 모았다.

CATL에 따르면 해당 배터리는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인 4680시리즈보다 13% 더 많은 전기를 충전할 수 있으며 10분 고속 충전을 통해 80%까지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는 기능까지 탑재하고 있다.

여기에 CATL은 니켈·코발트·망간(NCM)을 양극재로 쓰는 삼원계 배터리로도 사업 영역을 빠르게 확대하며 지금도 한국 기업들의 점유율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5각 생산체제 현황표. 이미지.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의 5각 생산체제 현황표. 이미지.LG에너지솔루션

하지만 미국 시장에서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로 인해 중국 기업인 CATL의 진입이 막히게 되는 만큼 한국 기업들은 미국에의 적극적인 투자로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다행인 것은 국내 배터리 3사의 경우 이미 미국에 공장이 있거나 길게는 2025년 가동을 목표로 투자계획을 세우고 있는 상태라는 점이다.

LG엔솔은 글로벌 자동차 회사 제너럴모터스(GM)와의 합작 법인인 ‘얼티엄 셀즈’를 설립해 오하이오·테네시·미시간 등 3곳에 공장을 설립했거나 설립 예정이며, 또 다른 완성차 회사인 스텔란티스와는 온타리오주에 공장을 설립할 예정이다.

또 최근에는 일본의 완성차 업체인 혼다와도 배터리 공장을 착공할 것을 밝힌 바 있으며 인플레이션(물가상승)과 환율 상승 여파로 보류했던 애리조나 주 원통형 배터리 신규 공장 투자 역시 다시금 긍정적으로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온과 삼성SDI 역시 각각 포드와의 합작사인 ‘블루오벌SK’와 스텔란티스와 협업해 켄터키와테네시, 그리고 인디애나 주에 2025년 가동을 목표로 배터리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하지만 국내 배터리 3사의 중국 자원 의존도를 낮추는 부분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7월 이차전지 핵심 소재인 수산화리튬(산화리튬 포함)·코발트·천연 흑연 수입액 80% 이상이 중국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전기차 등 친환경차 판매가 늘어나며 이들 자원의 중국 수입 의존도 역시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라는 점 역시 문제다.

하지만 IRA 기준에 따르면 북미 지역이나 미국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에서 채굴·가공해 사용한 광물의 비율을 오는 2023년에는 40% 이상, 2027년에는 80%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

부품의 경우에도 내년부터 북미 지역에서 생산된 것을 50% 이상 사용해야 하고, 오는 2029년에는 100%로 맞춰야 한다.

그러나 단기간 내 공급망 전환이 쉽지 않고 관련 부품 현지 조달 역시 만만치 않아 당장 내년부터 새 요건을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때문에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 이후 IRA 요건이 완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긴 하나, 확정된 사안은 아닌 만큼 사전적 대처가 중요한 상황이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IRA가 발효됐다고는 하나 원재료 비중 등 구체적인 세부 내용이나, 몇몇 애매모호한 표현 등에 대한 부분이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계속 모니터링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발효는 내년부터 이뤄지는 만큼 연말에 정부가 미국과 협상을 통해서 결정을 내릴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면서도 “인플레이션 감축법 자체가 미국 중심 공급망을 마련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미국 내 투자를 미리 해 놓은 한국 기업들의 경우 수혜를 볼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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