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마운트 플러스와 제작부터 배급까지 전략적 협엽

검증된 IP로 콘텐츠 경쟁력 강화…서비스 확장도 속도

유료가입자 1000만명 확보-시장 지배력 강화 꾀할 듯

양지을 티빙 대표가 16일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파라마운트 플러스와의 협업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티빙.
양지을 티빙 대표가 16일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파라마운트 플러스와의 협업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티빙.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토종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티빙이 국내 가입자 1000만명을 목표로 공격적 행보를 예고했다. 

글로벌 OTT 파라마운트 플러스와 전방위적인 협력을 통해 시장 영향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국내에서는 ’라이벌‘ 웨이브를 꺾고 1위 등극을, 국외에서는 K-콘텐츠 선두주자로 확실히 자리를 굳히겠다는 전략이다. 

다수의 킬러 콘텐츠를 보유한 ’콘텐츠 공룡‘ CJ ENM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티빙은 토종 OTT 2인자에 머무르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특수가 끝나면서 성장 속도가 점점 줄고 있다. 전 세계 4000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파라마운트와의 동맹으로 티빙이 국내 OTT 시장 판도를 흔드는 게임체임저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6일 티빙은 미디어데이 행사를 열고 파라마운트 플러스와의 협업 계획을 밝혔다. 이날부터 티빙 브랜드관을 통해 파라마운트의 콘텐츠들이 공개된다. 파라마운트 플러스 최신작과 독점 콘텐츠 외에 ‘미션 임파서블’ ‘탑건’ ‘트랜스포머’ ‘대부’ ‘포레스트 검프’ 등 파라마운트 픽쳐스 대표작들, ‘CSI’ ‘NCIS’ 등 CBS 인기 TV시리즈, ‘스폰지밥’과 같은 니켈로디언 애니메이션, 코메디 센트럴의 ‘사우스파크’, MTV 영 어덜트 시리즈, 쇼타임의 다양한 작품까지 다양한 콘텐츠를 만날 수 있다. 일단 400개 시리즈, 2000시간 분량의 콘텐츠를 선보인 뒤 총 4000시간 분량으로 늘릴 예정이다. 

양사의 협력은 콘텐츠 교류에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오리지널 콘텐츠와 영화를 함께 제작한 세계 시장에 선보이기로 했다. 이준익 감독의 ‘욘더’를 비롯해 총 7편의 작품 투자가 확정됐다. 콘텐츠 라이센싱, 배급에서도 협업할 계획이다. 티빙, CJ ENM 콘텐츠를 파라마운트가 배급하거나 파라마운트의 지식재산권(IP)를 한국 시장에 맞춰 리메이크한다. 

양사는 이번 협업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마크 스펙트 파라마운트 중앙·북유럽·아시아 총괄대표는 “아시아는 스트리밍 시장의 미래를 주도할 ‘가능성의 대륙’”이라며 “한국은 콘텐츠와 OTT 비즈니스 모두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활기 넘치는 시장이기 때문에, 한국 진출은 파라마운트 플러스의 사업방향에 있어 중요한 이정표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시아 지역으로 서비스를 확장하려는 계획을 고려했을 때 한국은 파라마운트 플러스를 출시하기에 완벽한 시장”이라면서 “한국 콘텐츠 제작에 집중 투자해 전 세계 히트작을 만들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양지을 티빙 대표 역시 “파라마운트 플러스의 작품까지 한 개의 가격으로 두 가지 스트리밍 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며 “많은 분들이 찾아주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협력 자체는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이미 지난해 12월 CJ ENM이 바이아컴CBS와 파트너십을 체결하면서 티빙과 파라마운트 플러스 간 협력이 가시화 됐다. 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티빙이 연합전선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이다. 양지을 대표는 전방위적인 파트너십을 가리켜 “티빙만의 성장방식”이라고 표현하면서 이 같은 전략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눈길을 끄는 것은 두 회사의 해외 진출 전략이다. 티빙과 파라마운드 플러스는 직접 현지 시장을 두드리는 대신 상대의 플랫폼을 활용하는 우회방식을 택했다. 현지 시장에서 인지도가 높은 핵심사업자와 손잡고 서비스 확장 속도를 올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국 시장은 수년 전부터 ‘테스트 베드’ 역할을 해왔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은데다 5세대(5G) 이동통신과 같은 인프라가 갖춰줘 첨단 기술 활용도가 높기 때문이다.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반응도 즉각적인 편이다. 시장조사업체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유행 주기가 짧은 산업군일수록 한국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는 추세”라며 “한국 소비자들은 까다롭고 주관이 뚜렷한 까닭에 ‘한국에서 성공하면 세계에서 통한다’는 이야기가 괜히 나온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콘텐츠 사업 특성상 투자 대비 위험부담이 큰 만큼, 한국 시장에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호기롭게 한국 시장에 진출한 글로벌 OTT들이 고전하고 있다. 디즈니플러스와 애플TV는 시장에 자리 잡지 못했다. 내년 인도 진출을 앞둔 파라마운트 플러스로서는 한국 시장에 조속한 시일 내에 안착해야만 한다. 이에 티빙과의 협업을 통해 유의미한 고객데이터를 확보하는 한편, 인지도를 올리며 자체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는 방향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티빙 역시 우군이 절실한 상황이다. 지난 4월 기준 티빙의 월간 이용자 수(MAU)가 386만명에 그쳤다. 엔데믹 전환 이후 성장세가 둔화된 점을 고려하면 올해 목표치인 유료가입자 500만명 달성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KT 시즌과 통합이 조속한 시일 내 이뤄지지 않는다면 다른 방안을 찾아야 한다. 

가입자를 유입할 ‘무기’인 콘텐츠 수급도 한정적이다. 3사가 연합한 웨이브와 달리 CJ ENM과 티빙 오리지널 콘텐츠가 주요 IP다. 콘텐츠 장르와 수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때문에 티빙은 잠재적 경쟁자가 될 수 있는 네이버, JTBC 등을 주주로 받아들이는 강수를 뒀다. 양지을 대표는 “(유료가입자 증가는) 티빙 혼자 이룰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며 “파라마운트 플러스, 네이버, JTBC, LG유플러스, KT 등 다양한 전략적 제휴를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라마운트 플러스의 합류로 웨이브를 꺾고 국내 OTT 시장을 2강 구도로 재편하겠다는 티빙의 청사진이 탄력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양 대표는 “(웨이브를) 경쟁사가 아닌, 한국 OTT 시장을 키우는 파트너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독보적 1위 사업자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티빙은 유료가입자 1000만명을 확보해 넷플릭스와 2강 구도를 확립하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당분간 요금 인상 없이 서비스를 운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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