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부진·업황 둔화까지 맞물리며 실적 떨어지고 주가도 ↓

주가 부양 위해 수백억원대 자사주 매입하지만 효과는 미비

매입보다 소각이 우선되어야…투자자는 해당 종목에 주목

사진. 한국거래소.
사진. 한국거래소.

[데일리임팩트 최동수 기자] 증권업계의 올해 키워드는 '호사다마(好事多魔)'다. 지난해 역대급 호황을 맞았던 증권사들은 올해 증시 부진·업황 둔화가 맞물리며 아쉬운 1분기 성적표를 받았다. 증권주 역시 이를 반영하듯 일제히 52주 신저가를 찍었다.

증권사들은 가치 제고를 위해 수백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는 등 주주 환원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자사주 매입에도 연초 대비 두 자릿수 하락률을 보이며 좀처럼 반등의 기미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확실한 주가 부양을 위해선 소각까지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증권주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지난달 미래에셋증권(5월 12일·7670원), NH투자증권(5월 12일·1만원), 키움증권(5월 12일·8만3200원), 삼성증권(5월 19일·3만6950원), SK증권(5월 19일·804원) 등은 줄줄이 신저가를 찍었다.

증권주 부진은 기준금리 인상과 글로벌 변동성에 따른 증시 불안이 컸다. 증시가 지지부진하면서 증권주 관련 거래대금은 974억원이었던 1월 27일에 비해 351억원(지난달 30일 기준)까지 크게 줄었다. 또 증권사 실적을 뒷받침하던 위탁매매 수수료와 운용 손익 등도 현저히 줄어들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한파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신한금융투자는 올해 하반기 국내 증권시장 일평균 거래 대금이 16조7000억원 수준일 것으로 내다봤다.

임희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데일리임팩트에 "금리 상승 등으로 구조적으로 주식시장 유동성이 축소되고 있는 가운데 상반기 대비 거래 대금 증가를 기대할 요인은 부재하다"며 "브로커리지 부문 이외에도 간접적으로 주식시장의 영향을 받는 IPO 등 전통 기업금융(IB)과 자산관리(WM) 부문 또한 다소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결국 증권사들은 주가 부양을 위해 자사주를 적극적으로 사들이기 시작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월 27일 미래에셋증권은 836억원 규모의 자기 주식 취득 결정을 공시했다. 대신증권(2월 28일‧244억5000만원), DB금융투자(3월8일‧39억7150만원) 등 연달아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달엔 신영증권이 보통주 57억1000만원어치와 우선주 28억5500만원어치 매입에 지난 10일에 나섰다. 키움증권도 지난 1월 28일 439억5000만원 규모 자사주 매입에 이어 지난달 19일 348억4000만원어치를 매입했다.

자사주 매입은 대표적인 주주환원 정책으로 불린다. 지금처럼 증시가 부진하고 상승 요인이 없을 때 시중에 유통되는 주식 수를 줄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증권사가 자사주 매입을 공시한 다음 날 주가가 4~5% 상승하기도 했다. 또 기업이 직접 주식을 사들이면서 현재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는 신호를 주기도 한다.

다만 증권사들의 경우 글로벌 증시하락과 인플레이션 심리 등이 맞물려 주식거래 자체가 줄어드는 등 시장 상황이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대만큼 주가 반등을 이끌어내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문가들도 자사주 매입만으로는 주가 부양이 어렵고 소각까지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매입하면 잠재적인 물량으로 남아있지만 소각은 유통 물량 자체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소각이 이뤄지지 않으면 물량이 스톡옵션 등으로 활용돼 추후 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실제 메리츠증권은 자사주취득신탁계약을 통해 1000억원 규모 자사주를 소각하면서 주가도 지난달까지 17%가 상승했다. 김은갑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리츠증권이 소각을 통해 주주 친화정책에 대한 의지와 지속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 메리츠증권.
사진. 메리츠증권.

주주 친화 정책은 장기적 투자에 적합

업황은 어렵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주주 친화 정책을 주도적으로 펼치는 이러한 종목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메리츠증권의 경우처럼 증권사가 매입뿐만 아니라 소각까지 진행하면 실적 개선은 물론 주가도 지속적으로 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에프앤가이드는 기대 배당수익률이 높은 증권사 종목으로 삼성증권 7.71%, NH투자증권 7.61%, 대신증권 7.45%, 한국금융지주 5.47% 등을 꼽았다. 다만 이들 종목의 실적 개선 여부를 눈여겨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매입·소각으로 이어지는 꾸준한 부양 정책이 이어진다면 결국 주가는 오를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장기적으론 적절한 투자처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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