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분기 실적도 적자 이어지며 생존 위기

미니보험 위주의 포트폴리오로 실적 악화

어린이보험 등 수익플랫폼 다각화 총력전

사진. 이미지투데이.
사진. 이미지투데이.

[데일리임팩트 최동수 기자] 디지털 보험사들이 또 다시 적자를 기록하며 위기 극복에 실패한 모습이다. 인적 쇄신 등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지만 설립 이후 매년 적자가 쌓이면서 존폐위기에 놓인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교보·캐롯·하나로 대표되던 디지털 보험사 시장에 카카오손해보험·신한EZ손해보험이 가세하면서 경쟁은 더 가열되고 점유율 쟁탈전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커지는 적자에 시름하던 디지털 보험사들의 고민도 더욱 깊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보험사의 상품 포트폴리오가 다양하지 않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상품 판매가 수익성을 내기 어려운 '미니보험'에 국한되면서 '간편'이라는 장점이 부각되지 않는다는 것. 결국 일부 디지털 보험사들은 어린이 보험 출시 등 상품 다양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하나손해보험의 올 3분기 누적 당기순손실은 31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인 59억원보다 258억원 확대됐다. 올 상반기 167억원 적자를 기록한 하나손해보험은 3분기에 15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디지털보험사는 보험 상품을 직접 개발해 모바일 앱 등 온라인에서 판매한다. '통신 판매 전문 보험사'를 흔히 디지털 보험사라고 부르는데 총 보험 계약 건수 및 수입 보험료의 90% 이상을 △전화 △우편 △온라인 등 통신 수단을 이용해 모집한다. 즉 비대면 채널로 영업하는 보험사라는 의미다.

국내 1호 디지털보험사인 캐롯손해보험은 2019년 91억원의 적자를 낸 데 이어 2020년 381억원, 2021년 64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332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전년동기대비 적자 규모가 66억원 커졌다. 설립 후 누적 적자는 1449억원이다. 올 3분기 역시 적자를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캐롯손해보험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투자에 따른 비용이 남아 있어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향후 기본적인 수준까지 고객을 유입시키고 빠르게 흑자 전환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교보생명의 자회사이자 지난 2013년 설립된 국내 유일 디지털 생명보험사 교보라이프플래닛도 지금껏 단 한 차례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교보라이프플래닛은 사업 첫해인 2013년 50억원의 적자를 낸 이후 △2018년 당기순손실 168억원 △2019년 당기순손실 51억원 △2020년 당기순손실 132억원 등 누적 적자만 1241억원을 기록했다. 올 상반기에도 66억9100만원 적자를 기록했다.

교보라이프플래닛 관계자는 "장기보험인 생명보험의 상품 특성상 흑자로 전환하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며 "기존 전략을 계속 유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신한금융그룹이 BNP파리바카디프손해보험을 인수하고 새롭게 출범시킨 신한EZ손해보험도 상황이 좋지 않다. 신한EZ손보는 올해 상반기 45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하나손해보험이 카카오톡 선물하기를 통해 출시한 미니보험. 사진. 하나손해보험.
하나손해보험이 카카오톡 선물하기를 통해 출시한 미니보험. 사진. 하나손해보험.

미니보험 위주 포트폴리오가 실적 개선 막아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시스템이 정착하고 MZ세대의 지출이 점차 늘어나면서 디지털 보험 판매가 늘고 있지만 디지털 보험사들의 실적이 좀처럼 개선되지 못하는 이유는 단기 소액(미니)보험, 손해율이 큰 자동차보험 위주의 포트폴리오 때문이다.

디지털 보험사들이 주력으로 취급하는 상품 대부분은 젊은 연령층을 타겟으로 한 소액·단기보험이다. 보험료가 1만원 안팎으로 적은 데다 가입 기간도 짧기 때문에 수익성에 한계가 있다.

실제로 캐롯손보는 보험영업 부문에서만 314억원 손실을 봤는데 이 중 90%가 주력 상품인 자동차보험에서 나왔다.

이에 대해 박희우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소액·단기보험 중심의 판매가 이뤄져 보험사 수익성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도 사각지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보험료가 저렴한 만큼 추후에 제대로 보상을 받지 못하는 등 피해를 입더라도 민원으로 연결되지 않고 그냥 넘어가는 사례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신한금융그룹의 '신한EZ손해보험'과 '빅테크 첫 보험사'인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이 최근 디지털 보험 시장에 참전하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 캐롯손해보험.
사진. 캐롯손해보험.

인적 쇄신·포트폴리오 강화로 적자 돌파

계속된 실적 부진에 디지털 보험사들은 돌파구를 찾고 있다. 분위기 전환을 위한 인적 쇄신은 물론 어린이보험을 내놓는 등 포트폴리오 확장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캐롯손보는 첫 CEO인 정경호 대표가 지난달 물러나고 한화생명에서 글로벌 전략 투자와 디지털 혁신 부문을 담당했던 문효일 대표가 새로 취임했다. 하나손보도 지난 3월 하나은행 IT통합지원단을 거쳐 생활보험 출시, 신보험업무시스템 개발 등에서 성과를 내 김재영 부사장이 새 대표로 임명됐다.

교보라이프플래닛도 적자가 계속되자 지난 2013년 이후 약 10년간 회사를 이끌어온 이학상 대표이사 대신 디지털 경영 혁신 부문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은 강태윤 대표이사를 선임했다.

포트폴리오 다각화에도 사활을 걸고 있다. 최근 디지털 보험사들은 4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어린이보험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수익성이 높은 어린이보험과 태아보험을 위주로 상품 개발에 나섰다.

캐롯손해보험은 지난달 31일 영유아 및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캐롯 마음튼튼 우리아이보험'을 출시했다. 하나손해보험도 내년 상반기 중 태아보험을 출시할 예정이다. 내부적으로 출시는 확정한 상태이며 구체적인 보상내용과 출시 시점 등을 조율하는 중이다.

박 위원은 "보험사는 30대 이하 젊은 고객층의 수요 파악에 집중해 다양한 맞춤형 소액·단기보험 상품을 출시하고 30·40대 소비자를 위한 저축성 상품 라인업을 강화해 온라인채널 활용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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