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의 길어지면서 시범 서비스 내년으로

수수료·상품군 등 합의조차 나오지 않아

해당 플랫폼 성공에 대한 의구심까지 증폭

사진. 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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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임팩트 최동수 기자] 보험 상품을 비교하고 추천받을 수 있는 '보험 중개 플랫폼'을 놓고 보험사와 핀테크 업계의 갈등이 점차 심화되고 있다. 상품군·수수료 등 각종 쟁점에 대한 논의가 길어지면서 시범 서비스 출시 역시 해를 넘길 전망이다.

보험사·핀테크, 업체·보험대리점 등 각 업계에서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는 점도 서비스 개시를 가로막는 요인이다. 특히 보험 대리점 업계가 '생존권'을 두고 강력하게 반발하는 상황에서 금융당국도 업계의 요구는 모두 들어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세부 사항 합의는커녕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못한 채 시간만 흐르고 있다.

해당 플랫폼의 성공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마저 나오고 있는 가운데 당국과 업계, 소비자들은 빠른 해결을 원하고 있지만 반년 가까이 모두가 만족할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면서 소비자에게 혁신금융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당국의 취지는 무색해지고 있다.

2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보험·핀테크 등 관련 업계는 수수료를 비롯한 보험 중개 플랫폼의 세부 사항을 정하는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몇 차례 실무회의를 진행한 협의체는 추가 협의를 진행하면서 의견을 조율하고 있지만 이해관계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8월 금융규제혁신회의를 통해 하나의 온라인 플랫폼에서 대출뿐 아니라 예금, 보험, P2P 등 다양한 상품을 비교·추천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시범 운영할 수 있게 한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해당 서비스를 10월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해 이달 개시할 예정이었으나 보험사, 설계사, 핀테크 업계의 반발로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

보험사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현재까지도 협의는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아직까지 아무런 공지가 내려오지 않은 걸 보면 올해 안으로 시범 서비스조차도 어려워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국보험대리점협회와 보험대리점 업계, 보험영업인노조연대 관계자들이 지난 9월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사진. 한국보험대리점협회.
한국보험대리점협회와 보험대리점 업계, 보험영업인노조연대 관계자들이 지난 9월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사진. 한국보험대리점협회.

수수료·상품군 등 다양한 이유에 협상 지지부진

업계에서는 중개 플랫폼 출시를 눈앞에 두고 이해관계자 간의 갈등이 더욱 깊어지는 이유에 대해 △수수료 △상품군 △생존권 등을 꼽았다.

현재 가장 협의가 어려운 부분은 '중개 수수료'다. 온라인플랫폼과 판매 방식이 유사한 기존 사이버마케팅(CM) 채널의 경우 별도의 판매수수료를 부과하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보험료가 저렴한 편이다.

보험업계는 중개 플랫폼 역시 '비대면'이라는 점에서 방식이 유사한 CM 상품을 기준으로 중개 수수료를 2%로 고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핀테크 업계는 2%가 터무니없이 적다며 역마진이 날 것이라고 반발했다. 특히 규모가 작은 중·소형 핀테크 업체는 사업 참여조차 어려울 것으로 우려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플랫폼이란 판매단계가 추가되면 그간 존재하지 않았던 사실상의 'CM 모집 수수료'가 생기는 셈이고 늘어난 비용이 보험료에 전가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플랫폼에 들어갈 상품군을 정하는 것도 주요 쟁점 중 하나다. 앞서 금융당국은 '온라인 플랫폼의 보험상품 취급 방안'을 통해 내용이 복잡해 온라인 모집에 적합하지 않거나, 불완전 판매 가능성이 높은 종신·변액·외화보험은 제외하겠다고 밝혔지만 핀테크 업계는 자동차보험만큼은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핀테크 업체들은 운전자보험이 반드시 가입해야 하는 의무보험이라 이용률이 높을 수밖에 없고 보장 내용도 단순해 플랫폼을 통해 비교하기에 최적의 상품이라며 플랫폼 상품군에 넣어야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보험업계는 주력상품인 장기보험과 자동차보험은 제외돼야 한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자동차보험은 의무보험이라 모든 운전자가 가입해야 한다는 점에서 치열한 경쟁 시장으로 여겨졌다. 온라인 플랫폼으로 비교·추천 기능이 시작되면 가격을 두고 출혈경쟁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보험대리점협회도 지난달 보도자료를 내고 "보험설계사에게 생계 민감도가 크고 이미 온라인 판매 비중이 50%에 이르는 '자동차 보험'은 제외돼야 한다"고 밝혔다.

생존권을 둘러싼 보험설계사들의 반발도 여전히 거센 상황이다. 전 보험사 상품을 모두 다룰 수 있는 설계사들로 구성된 GA(법인보험대리점)업계 연합체인 한국보험대리점협회(IAA)는 금융위 발표 직후 여러 번의 집회를 통해 생존권 보장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가 필요하단 입장을 피력해 왔다. 지난 10일에도 금융위와의 간담회를 통해 이와 관련한 입장을 재전달했다.

보험대리점협회 관계자는 금융 소비자들을 위한 편의성 강화엔 동의한다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펫보험이나 여행자보험 같은 미니보험 위주로 시범운영을 시작해야 한다고 제시했다"고 말했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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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적인 필요성 문제까지 언급

일각에서는 협상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자 해당 플랫폼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의구심을 내비치고 있다. 빅테크가 네트워크 효과를 만드는 서비스를 제공하며 성공적으로 보험시장에 진출한다 해도 이것이 금융당국이 주장하는 '소비자 편익 증대'로 이어질지는 아직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정우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회사나 상품의 수가 늘어나는 데 한계가 있어 네트워크 효과에 제한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네트워크 효과를 활용한 플랫폼이 존재하는 시장은 독점화되거나 소수의 기업이 시장을 장악하는 경향이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업계에서는 핀테크사의 보험 중개업 진출 흐름을 저지할 수 없는 만큼 금융당국이 다른 때보다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보험업계 입장에선 금융소비자의 편익에 도움이 된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지만 빅테크와의 협상, 보험 판매조직의 반발 등 산적한 숙제가 많은 상황에서 금융당국의 방관하는 태도는 앞으로의 협상을 어렵게 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 연구위원은 "소비자 보호 및 건전성 등에서의 규제차익뿐만 아니라 시장 경쟁의 관점에서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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