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주(衣食住)’에서 의(衣)가 맨 앞에 있다는 것은 옷의 중요성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옷을 세탁하는 일은 이미 우리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일상(日常)이 됐다. 청결이나 위생 혹은 원만한 사회적 관계를 위해 누구나 세탁을 한다. 세탁은 빈부·종교·성별·인종 등을 뛰어넘는 보편적 행위이기도 하다. 옷을 옷답게 만들어주고 더 오래도록 입을 수 있도록 보존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세탁(洗濯)이다.

창업 업종 선호도에서 세탁업이 상위권에 오르내린다는 것은 세탁이 우리 삶의 일부가 됐음을 뜻한다. 특히 1~2인 가구와 맞벌이 인구 증가, 친환경에 대한 관심 제고 등으로 새로운 세탁서비스를 원하는 수요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국내 세탁산업은 2000년대 초반 수준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이에 데일리임팩트는 국내 세탁산업의 과거와 현재를 짚어보고, 요즘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세탁업의 미래까지 진단하는 ESG기획시리즈를 10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주]

코리아런드리 어반런드렛. 사진 : 구혜정 기자

[데일리임팩트 이승균 기자] 세탁업계에 지형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고객들은 진화한 21세기형 고객인데 세탁업 즉 세탁소는 여전히 20세기 예전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 채 예전 관행만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탁업계의 지각변동은 사실상 이미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예로 세탁소 이용객들은 유기용제를 사용한 드라이클리닝 세탁 방식에 대한 거부감을 갖고 있음에도 마땅한 대안이 없어 여전히 예전 방식에 젖어있는 세탁소를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의 세탁관련 여론조사 내용만 살펴봐도 이같은 흐름이 손에 잡힐 듯 보인다. 환경친화적인 웻클리닝 세탁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70% 가까운 이용객이 드라이클리닝 대신 웻클리닝을 선택한다고 답한 것만 봐도 수많은 고객이 기존 드라이클리닝 방식에 실망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자녀가 있거나 소득이 높을수록 웻클리닝에 대한 선호는 더욱 강했고, 여성의 경우 환경오염을 이유로 웻클리닝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한 것으로 조사됐다.

동네 세탁소에서 드라이클리닝 장비로 오점이나 얼룩을 제거해 주는 것에 대해서는 만족도가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를 대체할 세탁서비스가 없어 예전의 세탁소를 그대로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오랜 기간 혁신없이 과거를 답습해온 세탁산업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코리아런드리 의뢰로 닐슨IQ코리아가 세탁소 이용 경험이 있는 서울, 경기, 인천에 거주하는 20대~40대 남녀 900명을 대상으로 지난 10월 실시한 `친환경 세탁 시장 설문조사` 따르면 드라이클리닝 이용자의 만족도는 14.2%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우려한다고 선택한 답변자. 대상 , n=406,] : 제공 : 닐슨IQ코리아
[우려한다고 선택한 답변자. 대상 , n=406,] : 제공 : 닐슨IQ코리아

여론조사 결과를 집단별로 분석해보면 여성보다는 남성이, 소득이 낮을수록 드라이클리닝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밝혀졌다. 드라이클리닝에 대한 우려 사항으로는 옷감 손상이 62.6%로 가장 높았다. 이어 비싼 비용(53.9%)이 두번째로 높았고, 세탁 방식의 모호함(48.8%) 세척력 부족(40.1%), 화학 소재 사용으로 인한 건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38.9%), 화학 소재 사용으로 인한 환경오염(34.5%) 등의 순이었다.

눈에 띄는 대목은 건강, 환경과 관련해서는 남성보다 여성 소비자들이 훨씬 우려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특히 환경과 관련한 우려는 소득이 높을수록 강하게 나타나 이목을 끌었다.

대기 오염을 유발하지 않고 폐기물 발생이 없으며 알레르기 등으로부터 안전한 방식의 웻클리닝에 대해 설명해준뒤 여론조사를 한 결과, 드라이클리닝 대신 웻클리닝을 선택하겠다고 한 응답자가 무려 68.8%에 달한 점도 이채롭기만 하다.

[드라이클리닝 이용자 대상 , n=788,] : 제공 : 닐슨IQ코리아
[드라이클리닝 이용자 대상 , n=788,] : 제공 : 닐슨IQ코리아

응답자 가운데 자녀가 있거나 소득이 높은 경우, 웻클리닝에 대한 이용 선호가 높게 나타난 점도 눈길을 끌었다. 자녀가 있는 가구의 웻클리닝 이용 의향은 73.4%에 달했다. 무자녀 부부나 단독 가구는 64.2%, 혼자 사는 가구는 58% 정도 였다. 월 소득 400만원 미만 가구가 웻클리닝을 이용하겠다고 밝힌 응답자는 57.9%에 그친 반면 400만원 이상~600만원 미만인 경우 73.4%,  600만원 이상 ~ 800만원 미만인 경우 76.4%로 껑충 뛰었다.

닐슨IQ코리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상당수의 소비자는 환경 오염에 대해 우려를 하고 있다"면서 "여성 소비자, 중고생 이상 자녀 가구, 소득이 높을수록 이를 더욱 심각하게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웻클리닝 인지도↓ 선호도↑... 프리미엄 서비스 찾는 고객 갈수록 늘어나

드라이클리닝에서 웻클리닝으로의 전환 수요는 분명했으나 웻클리닝에 대한 인지도는 아직도 낮은 편이다. 세탁소 이용자의 15.9%만이 웻클리닝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을 뿐이다.  

하지만 웻크리닝 서비스에 대한 가격 수용도는 의외로 높았다. 드라이클리닝 비용을 1만원이라고 했을때 모든 집단의 웻클리닝에 대한 지불 의향 가격 평균은 2만5550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1만5000원 이하 비용일 경우 이용 의향이 있다고 답변한 비율은 56.9%에 달했다. 대부분 응답 집단에서 50% 정도는 추가 지불 의향이 있다고 답변한 셈이다.

특히, 자녀가 있거나 부모를 모시고 사는 다인가구의 이용 의향은 71.4%로 혼자 사는 가구인 50.2%에 비교해 21.2% 포인트 높게 나타나 대조를 보였다. 

건강과 환경을 고려한 세탁 방식뿐 아니라 편의성이 강조된 프리미엄 세탁서비스에 대한 선호도 역시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은 프리미엄세탁의 콘셉트인 '친환경 식물성 세제나 생분해성 원료 사용' '웻크리닝 전용 세탁 장비' '웻클리닝 세탁 통한 건강과 위생 중시'에 대해 응답자 3명 중 1명(31.1%)이 선호한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특히, 세탁물을 24시간 맡기고 찾을 수 있는 무인 키오스크,  드라이브 스루 서비스, 친환경 상품과 에너지 사용 절감, 유기용제 대신 생분해성 특수세제 사용 등 기능을 갖춘 코리아런드리의 어반런드렛 등 서비스에 대한 선호도는 44.7%로 더욱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세탁업계의 한 전문가는 데일리임팩트에 "50년 역사의 세탁산업이 서서히 바뀌고 있음이 실감난다"며 "요즘은 기름 냄새나는 일반 세탁소는 민원 때문에 신규 입점조차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친환경 세탁 설비를 갖춘 프리미엄 서비스는 아직 시장 점유율이 1%에도 못미치고 있다"면서 "하지만 고가 의류를 맡기는 고객을 중심으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앞으로 대세이자 트렌드로 자리매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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