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시설과 카페·복합문화시설에 '지속가능성' 철학 담아

24시간 운영 키오스크 · 드라이브스루 서비스 등도 ‘눈길’

 

‘의식주(衣食住)’에서 의(衣)가 맨 앞에 있다는 것은 옷의 중요성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옷을 세탁하는 일은 이미 우리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일상(日常)이 됐다. 청결이나 위생 혹은 원만한 사회적 관계를 위해 누구나 세탁을 한다. 세탁은 빈부·종교·성별·인종 등을 뛰어넘는 보편적 행위이기도 하다. 옷을 옷답게 만들어주고 더 오래도록 입을 수 있도록 보존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세탁(洗濯)이다. 창업 업종 선호도에서 세탁업이 상위권에 오르내린다는 것은 세탁이 우리 삶의 일부가 됐음을 뜻한다. 특히 1~2인 가구와 맞벌이 인구 증가, 친환경에 대한 관심 제고 등으로 새로운 세탁서비스를 원하는 수요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국내 세탁산업은 2000년대 초반 수준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이에 데일리임팩트는 국내 세탁산업의 과거와 현재를 짚어보고, 요즘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세탁업의 미래까지 진단하는 ESG기획시리즈를 10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주]

[데일리임팩트 최문정 기자] 세탁업계에 변화의 바람이 거세게 불어닥치고 있다. 세탁소가 단순히 세탁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뛰어 넘어 카페·문화시설 등으로 변신하는 등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본업인 세탁 자체도 꾸준히 진화하고 있다. 1인 가구의 증가 등 달라진 생활 패턴이 프리미엄 세탁의 수요를 창출했다면, 지난해 초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것은 세탁시장을 폭발적으로 키우는 기폭제가 됐다.

프리미엄 세탁은 크게 크린토피아로 대표되는 ‘세탁편의점’, 런드리고(의식주컴퍼니), 세탁특공대(워시스왓) 등 온·오프라인을 연결하는 ‘O2O 서비스’로 나뉜다. 최근에는 소비자들의 의식 변화와 함께 친환경 세탁 서비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친환경 세탁 스타트업으로는 어반런드렛(코리아런드리)을 필두로 청춘세탁(주식회사 청세)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어반런드렛은 세탁업계 변화의 최근 두가지 흐름을 모두 접목한 플래그십 매장을 열고 가장 적극적인 활동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친환경 세탁업을 주도하는 웻클리닝의 대표주자격인 어반런드렛(코리아런드리)를 직접 찾아가 봤다.

어반런드렛이 최근 새로 문을 연 키오스크 형태의 매장은 전문적이고, 친환경적인 세탁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카페·전기차충전소·복합문화공간 등을 접목한 참신한 공간으로 느껴졌다.

어반런드렛 더 테라스 전경. 사진. 구혜정 기자
어반런드렛 더 테라스 전경. 사진. 구혜정 기자

지난 9월 문을 연 어반런드렛 더 테라스 카페는 흰 외벽에 층고가 높은 2층짜리 건물이다. 주차장과 전기차 충전시설, 별관 등의 부대시설도 갖춘 다목적 공간으로 여겨졌다.

건물 2층은 친환경 웻클리닝 세탁장비로 채워졌다. 어반런드렛은 121년의 역사를 지닌 독일 세탁기 브랜드 ‘밀레’의 상업용 드럼세탁기와 의류건조기를 독점 계약하며 국내 세탁업을 주도한다는 꿈을 다지고 있는 듯 보였다. 어반런드렛 관계자는 밀레의 고유 세탁·건조프로그램을 기반으로 소비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새로운 세탁 코스를 자체 개발했다고 강조했다.

어반런드렛 직원이 17일 오전 세탁기를 돌리고 있는 모습. 사진. 구혜정 기자
어반런드렛 직원이 17일 오전 세탁기를 돌리고 있는 모습. 사진. 구혜정 기자

빨래를 가득 채워 세탁기를 돌리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나눠서 여러 대의 세탁기를 돌리는 풍경은 이색적이면서 매우 신선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어반런드렛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어반런드렛의 모든 세탁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개별세탁”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기존 세탁소는 여러 집, 즉 여러 명의 고객으로 부터 받아온 빨래를 동일한 세탁기에 넣고 돌려 교차 오염의 위험이나 위생 상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전제한 뒤 "하지만 어반런드렛은 개별 세탁 원칙을 고수함으로서 그같은 교차 위험의 가능성을 아예 원천차단했다"고 역설했다.

게다가 석유계용제를 사용하는 드라이클리닝 대신 물과 특수세제를 사용한 웻클리닝(Wet Cleaning) 세탁공법으로 빨래를 하고 있어 친환경 세탁을 선도하고 있는 점이 돋보였다.

어반런드렛 관계자는 웻 클리닝의 정확한 개념을 묻는 기자에게 "웻클리닝 개념이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라며 "웻 클리닝은 말 그대로 드라이클리닝과는 전혀 다른 것으로 '아주 강력한 손세탁’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다시 말해 웻클리닝은 세탁과정에 석유를 사용하지 않는 무독성 친환경 방식”이라며 “하지만 석유계용제를 사용하지 않고도 특수세제, 특수 건조, 피니싱 과정을 거치면 고급 섬유도 아무런 손상없이 깔끔하게 세탁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물세탁이 끝나면 건조기에서 말린 뒤, 스팀처리와 다림질을 통해 구김을 펴고, 형태를 잡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일사불란하게 물흐르듯 이어가는 것이야말로 어반런드렛의 경쟁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햇빛 소독효과와 동일한 UV소독 시설을 갖춘 점도 눈길을 모았다.

세탁 완료 후 포장돼 1층으로 이동되는 빨래의 모습. 사진. 구혜정 기자
세탁 완료 후 포장돼 1층으로 이동되는 빨래의 모습. 사진. 구혜정 기자

세탁이 끝난 빨래는 곧장 1층으로 연결된 파이프를 타고 내려가 고유 고객 번호가 표시된 옷걸이에 걸린다. 이를 통해 언제 고객이 오더라도, 곧바로 세탁된 빨래를 찾아갈 수 있어 시간도 크게 절약된다. ‘세탁 드라이브 스루’를 통해 차에서 내리지 않고도 간편하게 옷을 찾아갈 수 있는 시스템도 갖췄다.

17일 어반런드렛 직원이 세탁 키오스크 이용 시범을 보이고 있다. 사진. 구혜정 기자
17일 어반런드렛 직원이 세탁 키오스크 이용 시범을 보이고 있다. 사진. 구혜정 기자

어반런드렛은 최근 세탁 키오스크를 도입했다. 건물 외관에 설치된 키오스크는 간단한 고객 정보만 입력하면 24시간 중 언제든 빨래를 맡길 수 있다. 세탁을 마친 옷은 마치 옷장에서 옷을 꺼내가듯 간단하게 찾아갈 수 있다.

어반런드렛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최근 키오스크를 도입했는데 주부들을 중심으로 수요가 높은 편”이라며 “현재는 시범서비스 기간으로 셔츠만 맡길 수 있지만, 향후 이를 섬유 전반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셔츠 세탁 구독’이나 키오스크 설치 확대 방안 등도 현재 검토중”이라고 귀띔했다.

어반런드렛은 최근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는 ‘카페형 세탁소’와는 전혀 다른 노선을 선택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즉, 단순히 빨래가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대기소 성격의 공간을 넘어, 카페 공간 자체가 지속 가능성과 친환경의 메시지를 담아내며 회사의 철학을 알리는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꾸몄다는 얘기다.

대표적인 요소는 바로 향(香)이다. 어반런드렛은 세탁 세제에 사용되는 향과, 카페 공간에서 풍기는 향을 통일했다. 세탁과 카페라는 서로 다른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동일한 회사의 동일한 철학으로 운영되는 공간임을 강조하려는 세심한 배려가 감지되기도 한다. 

어반런드렛 더 테라스 카페 전경. 사진. 구혜정 기자
어반런드렛 더 테라스 카페 전경. 사진. 구혜정 기자

1층 카페는 흰색 벽에 패브릭 포스터, 노란 빛 조명, 소파형 의자 등의 요소로 구성됐다. 더불어 실내 공간에 식물을 심어 인테리어 효과와 친환경적 메시지를 담았다. 또한 곳곳에 웻클리닝을 알리는 포스터와 책 등이 비치돼 있어 자연스레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를 이끌어낸다는 서경노 어반런드렛(코리아런드리) 대표의 세탁철학을 엿볼 수 있었다. 

카페의 메뉴 역시 친환경에 포커스를 맞춘 인상이 짙어 보였다. 커피 대신 국내 로컬 농장에서 재배한 차(茶)가 주력 상품인데다, 디저트와 빵도 대부분 비건(채식주의자) 제품을 사용한 점이 눈에 띄었다. 빨대 등 플라스틱 사용은 지양하고, 가능하면 친환경 생분해성 소재를 사용했다는 설명이 곁들여졌다.

어반런드렛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고객들이 우리의 친환경적 노력과 의도를 잘 알아주는 편”이라며 “카페 이용고객 중 텀블러 사용 고객이 많고, 전시된 포스터를 꼼꼼히 읽는 분들도 많다”고 소개했다.

어반런드렛은 향후 이러한 복합문화 공간을 더욱 확장해 가면서 친환경·지속가능 세탁 대중화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전략이다.

어반런드렛 관계자는 “더 테라스 매장은 오픈 초기임에도 주말이 되면 주차할 곳이 없을 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며 “향후 이런 매장을 더욱 늘려나갈 계획이 며, 더 테라스와 완전히 동일하지 않더라도 친환경 세탁과 지속가능성을 연결지은 공간으로 꾸려나갈 방침”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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