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상호 지분 투자…IP 제휴 등 협력 지속
지난해 영업손실 696억원…현금성 자산 4000억원 수준
1조원 이상 단기차입금, 6월 만기…현금 확보 필요성 ↑
3년 전 주주 계약 해지…보유 엔씨 지분 매각 가능성 有

서울특별시 구로구 넷마블 신사옥 지타워 전경. 사진=넷마블
서울특별시 구로구 넷마블 신사옥 지타워 전경. /사진=넷마블

[데일리임팩트 이승석 기자] 국내 게임업계를 이끄는 2N, 넷마블과 엔씨소프트간 동맹이 지속될 수 있을까.

양사는 약 10여년 동안 상호 지분 투자를 통해 윈-윈 해왔다. 매력적인 지식재산권(IP)을 확보하려던 넷마블과, 경영권 방어가 시급했던 엔씨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양사의 밀월은 잡음 없이 이어졌다. 

최근 재무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진 넷마블이 경영 효율화에 속도를 올리면서 동맹이 깨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넷마블이 보유 중이던 엔씨 지분을 매각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넷마블이 차입금 상환을 위해 엔씨 지분 매각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넷마블과 엔씨는 지난 2015년 상호 지분 투자 괸계를 맺으며 동맹관계가 됐다. 당시 단순 투자 목적으로 엔씨 지분 약 15%를 보유했던 넥슨이 최대주주 지위로 올라선 뒤 경영 참여를 선언하자, 엔씨는 넷마블과 손잡았다. 엔씨는 넷마블 신주 9.8%, 넷마블은 엔씨 자사주 8.9%를 인수한다는 상호 지분 투자를 의결하면서 양사는 협력 관계를 맺었다.

서로 지분을 나눠가지면서 양사 모두 이득을 봤다. 엔씨는 넥슨으로부터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넷마블도 제휴를 통해서 엔씨의 인기 IP를 활용한 게임을 출시할 수 있게 됐다. ‘리니지2 레볼루션’, ‘블레이드앤소울 레볼루션’의 경우, 매출 2조원 시대를 여는 데 톡톡히 기여했다. 

국내 게임업계를 주도하며 경쟁관계에 있던 양사의 동맹이 이어질 수 있었던 데에는 이해관계 이외의 이유도 있었다. 양사 수장간 관계다. 방준혁 넷마블 의장과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종종 만나 사업적 의견을 교환하며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넷마블의 글로벌 전략 발표 행사에서 방 의장은 “김택진 대표와 종종 만나 의견을 교환하는 등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고 직접 밝혔다. 

방 의장과 김 대표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공 의지, 게임 개발에 대한 열의 등에서 닮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대표도 넷마블과의 지분 상호 투자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나나 방준혁 의장님이나 개발실에서 사는 사람으로 유명하다. 개발한 게임을 세계시장에 내놓는 데 항상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서로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면서 “(엔씨는) 모바일 시작 경험, 기술적 노하우 등에서 넷마블에게 많은 도움을 받을 것 같다. 세계 시장의 트렌드 변화 등에는 노하우와 이념을 가진 엔씨의 DNA가 넷마블을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수장은 이후로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지난 2020년 화훼농가를 돕기 위해 진행된 플라워 버킷 챌린지가 진행될 당시, 김 대표는 후속 주자로 방 의장을 추천했을 정도다.

게다가 넷마블과 엔씨는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넥슨이라는 공통의 경쟁자도 있었다. 협력할 이유가 충분했던 셈이다.  

하지만 분위기가 달라졌다. 엔씨는 실적 부진과 주가 하락이 겹치며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리니지 IP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지난해 전년 대비 매출은 31%, 영업이익은 75%나 감소했다. 신작 TL의 성과도 기대에 못 미쳤다. 한때 100만원을 넘었던 엔씨의 1주당 가격은 현재 20만원선으로 추락한 상태다. 그만큼 넷마블이 보유한 지분 가치도 하락했다. 지난해 넷마블이 쥔 엔씨 지분 평가손실은 4000억원대로 추정된다. 

보유 지분 가치가 떨어진 데다, 실적도 부진하다. 넷마블은 7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면서 허리띠를 졸라 맨 상태다. 지난해 연간 영업손실은 696억원에 이른다. 현금화가 빠른 게임업의 특성을 고려한다 해도 단기간 메우기 쉽지 않은 규모다. 아스달 연대기: 세개의 세력, 나 혼자만 레벨업:어라이즈, 레이븐2, 킹아서: 레전드 라이즈 등이 주요 신작은 2분기부터 순차적으로 국내외에서 출시될 예정이다. 매출이 발생해도 마케팅을 위한 영업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단기차입금 규모 역시 상당하다. 지난해 4분기 기준 넷마블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4303억원, 반면 단기차입금은 1조3835억원에 달한다. 6월 말까지 갚아야 하는 차입금만 잡아도 1조1000억원 가량이다. 

물론 엔씨 지분 가치가 떨어진 만큼, 당장 현금화에 나서지 않을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전 세계적으로 흥행한 웹툰을 활용한 나 혼자만 레벨업의 경우, 사내 테스트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며 “기존 MMORPG와 다른 아스달 연대기: 세 개의 세력,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한 IP를 활용한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 등 기대할만한 신작이 준비돼 있다는 점에서 실적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엔씨의 주가 하락으로 매매 당시와 비교해 지분 가치가 떨어져 매각하긴 쉽지 않을 것”라면서 “순손실을 늘리느니, 차입금을 관리하는 방향을 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넷마블은  인건비·마케팅 비용을 줄이고 핵심 사업에 집중할 방침이다. 경영 관리에 무게를 두는 것이다. 이에 따라 차입금 상환보다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도기욱 넷마블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상황에 따라서 (차입금을) 개선하고자 한다”며 “시장 상황에 맞춰서 효율적으로 대응하려는 것이지, 시간에 쫓겨 (상환을) 급하게 실행하려는 생각은 없다. 금리가 낮은 대환 상품으로 대환까지 고려하면서 시간을 두고 재무를 효율화하려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엔씨 지분 매각 가능성을 제기한다. 넷마블은 지난해 11월 유동성 확보를 위해 보유하고 있는 하이브 지분 6%를 매각했다. 이에 대해 넷마블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보유중인 엔씨소프트 지분과 관련하여 매각 계획은 현재 검토하고 있지 않다”라며 지분 매각설을 일축했다.

그럼에도 매각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지난 2021년 12월 카카오뱅크 지분 전량을 매각했다. 같은 해 8월 지분 일부를 매도할 당시만 해도 “추가 처분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지만 결국 지분 처분을 택했다.

넷마블이 엔씨와 동맹을 지속할 이유가 줄어든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엔씨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리니지2 레볼루션 매출 비중은 지난해 3%에 그쳤다. 넷마블이 계약 연장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를 계기로 양사의 동맹 관계가 완전히 끊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넷마블은 앞서 2021년 3월 양사 간 주주계약을 해지한다고 발표했다. 넷마블은 당시에 “(엔씨소프트와) 우호적인 관계 속에서 지속적으로 협력을 이어나갈 것”이라는 입장이었지만, 상황이 변한 만큼 이번에는 다를 수 있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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