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두 자릿수대 실적 감소, 수익성 지표도 약세 지속
NPL비율, 커버리지비율 등 주요 건전성 지표 개선세는 '눈길
‘1등 은행’ 목표 설정에 개선된 건전성의 성장동력 가능성

서울시 중구 우리금융지주 본점.  / 사진=우리금융
서울시 중구 우리금융지주 본점.  / 사진=우리금융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지난해 우리금융그룹이 주요 금융지주 가운데 건전성 측면에서 눈에 띄는 개선세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타 지주사 대비 뚜렷한 실적 하향세를 보인 당기순이익 등 수익성 지표 전반과는 다소 대비되는 흐름이다.

금융업계에서는 이같은 우리금융의 전반적인 건전성 개선이 향후 대출 영업 확대 등 공격적인 경영 드라이브를 가속하는데 동력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우리금융이 언급해 온 기업금융, 글로벌 등 핵심 전략 시장에서의 개선세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1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금융그룹은 국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 가운데 전년 대비 기준 가장 큰 폭으로 실적이 감소했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NH금의 지난해 성과에 따라 그간 그나마 견고했던 4위 자리도 위태로울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다만, 실적 내부 지표를 면밀하게 살펴보면 개선의 여지도 다소 포착된다. 여전히 전반적인 수익성 지표는 4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낮지만, 그간 지주사 중심으로 공을 들여온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눈에 띄는 개선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연체율, 가계부채 등 건전성을 위협하는 리스크 요인이 현존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일련의 건전성 지표 개선은 대출 등 일부 영업 부문에 공격적 경영전략을 전개할 수 있는 동력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4대 시중은행 사옥.  / 사진=각 사.
4대 시중은행 사옥.  / 사진=각 사.

수익성 약세에 실적도 하락

지난해 우리금융그룹의 연간 당기순익은 2조5170억원으로 전년(3조1420억원) 대비 19.9% 감소했다. 국내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전년 대비 실적 감소폭이 두 자릿수대를 기록한 건 우리금융이 유일하다.

실제로 우리금융과 함께 전년 대비 실적이 감소한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의 경우 각각 6.4%와 3.3%가량 감소했다. 하지만 두 회사 모두 지난해 연간 당기순익 기준 ‘4조 클럽(신한), ‘3조 클럽(하나)’을 유지하며 사실상 실적 선방에는 성공했다는 평가다.

KB금융그룹은 전년 대비 유일하게 ‘실적 개선’에 성공하며 전년 대비 11.5% 증가한 4조6319억원의 당기순익을 거뒀다. 이는 지주사 설립 이후, 연간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이다.

특히, 우리금융그룹 실적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이유는 단순 당기순익뿐 아니라 실적을 구성하는 주요 수익성 지표의 약세가 눈에 띄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융업계 안팎에서는 지난해 또 한 번 역대급으로 쌓은 충당금, 그리고 지난해 4분기 실적에 반영된 수천억원대의 상생 금융 분담금 등 변수가 그 어느 때보다 실적에 미친 영향이 크다고 언급한다. 그런 까닭에 수치상으로 드러나는 당기순이익 규모보다 실적 내 수익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들이 더욱 두드러질 수 있다는 의견에도 힘이 실린다.

실제로 우리금융그룹의 지난해 연간 순이자마진(NIM)은 1.82%로 전년 말(1.84%) 대비 0.02%p 감소했다. 같은 기간 KB금융이 0.12%p 개선된 2.08%, 신한금융이 0.01%p 상승한 1.97%를 기록한 점과 대비되는 흐름이다.

물론 하나금융의 분기 중 NIM은 전년 말(1.96%) 대비 4대 금융지주 중 가장 큰 폭(0.2%P)으로 감소한 1.76%를 기록했다. 우리금융그룹의 NIM보다는 0.06%p 가량 낮은 수치이지만 실제 수익성을 확인할 수 있는 이자익, 영업익 등 부문에서는 하나금융이 다소 격차를 보이며 앞서있다.

특히, 하나금융의 NIM 감소는 상대적으로 큰 증가세를 보인 여신 잔액의 영향도 반영됐는데 우리금융의 전년 대비 원화대출 증가 폭은 5.06%로 같은 기간 하나금융의 대출 증가폭(5.83%)보다 0.8%p 가량 낮았다.

디자인=김민영 기자.
디자인=김민영 기자.

두드러진 건전성 개선세

이처럼 전반적인 수익성 지표가 4대 금융지주 중에서도 다소 낮은 수준을 보인 반면, 건전성을 가늠할 일부 핵심 지표에서는 다소 희망이 관측된다. 특히 개선된 건전성이 곧 향후 공격적 영업전략의 전개 여부를 가늠할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적 개선의 여지는 충분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우리금융그룹의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0.35%로 전년 말(0.31%) 대비 0.04%p 높아졌다. NPL비율과 전년 대비 상승폭 모두 4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작은 수준인다.

같은 기간 KB금융의 NPL비율은 0.34%에서 0.57%로 0.23%p 높아졌고, 신한(0.41%→0.56%)과 하나금융(0.34%→0.49%)도 우리금융에 비해 NPL비율 및 전년 대비 상승폭이 모두 컸다.

NPL비율이란, 총여신 가운데 부실채권의 비중을 의미한다. 통상 NPL비율이 높아질수록 부실채권이 많아져 건전성 악화 가능성이 높고, 반대로 NPL비율이 낮을수록 건전성 악화 가능성이 낮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특히 건전성 지표가 두드러지는 은행 계열사의 NPL비율을 살펴봐도 우리금융의 은행계열사, 우리은행의 지표는 비교적 견조한 수준을 보였다. 우리은행의 지난해 연말 기준 NPL비율은 018%로 4대 금융지주의 은행 계열사 가운데 가장 낮았다.

특히 부실자산에 따른 충격의 흡수력을 의미하는 NPL커버리지비율에서도 우리은행은 318.4%를 기록하며 △신한은행(233%) △KB국민은행(225.6%) △하나은행(205.53%)보다 높았다.

무엇보다 추후 건전성 위기에 활용할 수 있는 ‘충격 스펀지’ 충당금 적립을 4대 금융지주 중 가장 크게 늘렸다는 점도 주목된다. 올해도 금융당국의 충당금 적립 압박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같은 큰 폭의 충당금 확대는 향후 당국의 권고에 다소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우리금융이 쌓은 충당금 규모는 1조8807억원으로 이는 전년 대비 112.4% 늘어난 수준이다. 같은 기간 KB금융은 3조1464억원, 신한금융은 2조2512억원의 충당금을 쌓았지만, 전년 대비 증가 폭은 각각 70.3%와 70.8%에 머물며 우리금융과 다소 큰 격차를 보였다.

2023 하반기 그룹 경영전략워크숍에 참석한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참석자들 앞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우리금융
2023 하반기 그룹 경영전략워크숍에 참석한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참석자들 앞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우리금융

양호한 건전성, ‘실적 제고’ 동력 될까

실제로 우리금융은 연초부터 실적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잡고 기업대출, 글로벌 등 주요 사업 부문의 강화에 나서고 있다. 특히 그간 우리금융의 숙원 사업이었던 비은행 부문 기업 인수합병(M&A)부문에서도 한국포스증권의 인수에 나서는 등 다소 아쉽지만 일단 첫발을 떼기도 했다.

특히 이러한 움직임이 조병규 우리은행장 등 경영진의 발언에서도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통상적으로 CEO 등 경영진이 특정 사업 부문 또는 사회적 책임 확대 등을 언급해 온 반면, 조병규 행장의 경우 이례적으로 ‘실적 강화’라는 구체적 목표를 언급한 바 있다.

실제로 최근 진행된 우리은행의 ‘2024년 경영전략회의’에 참석한 조 행장은 “준비한 영업 동력을 바탕으로 확실한 결과를 보여줘야 한다”며 “올해는 시중은행 중 당기순익 기준 1위를 달성하겠다”며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임종룡 회장 또한 실적 개선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취임 1년 차 실적이 역성장을 기록하는 등 세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 가운데, 2년 차에는 무엇보다 실적 개선으로 자신의 역량을 입증해야 한다는 시선도 여전하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이밖에 홍콩ELS 손실 사태, 태영건설 부동산PF 사태 등 은행권에 건전성 악화를 야기할 수 있는 주요 이슈에서도 우리금융은 다소 비껴나 있는 상황”이라며 “이러한 건전성 개선은 향후 대출 영업 확대 등의 당면 과제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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