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리딩뱅크 경쟁, 하나은행 승리
상생금융 등 외부 변수가 결정적 영향
일회성 비용 걷어낸 올해 승부에 '주목'

KB국민은행 사옥(왼쪽)과 하나은행 사옥./ 사진= 각 사
KB국민은행 사옥(왼쪽)과 하나은행 사옥./ 사진= 각 사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최근 몇 년 새 국내 은행업권 내에서 새로운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 간 ‘리딩뱅크’ 경쟁이 점입가경 양상을 보이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지난 2022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하나은행이 KB국민은행을 앞서며 2년 연속 ‘리딩뱅크’ 왕좌를 사수했지만 기업 대출, 순이자마진 등 리딩뱅크를 가늠할 주요 수익성 지표에서 양 사 모두 탄탄한 흐름을 보였다는 점은 눈길을 끈다.

올해 리딩뱅크 경쟁 또한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의 양강구도로 전개될 것이란 전망 속에 당장 올해 1분기부터 치열한 ‘실적 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금융그룹 사옥/사진=하나금융그룹 제공
하나금융그룹 사옥/사진=하나금융그룹 제공

2년 연속 리딩뱅크는 ‘하나은행’

13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하나은행의 연간 당기순익은 3조4766억원을 기록, 3조2615억원의 당기순익을 기록한 KB국민은행을 2100여억원 이상 앞섰다. 특히 양 사간 실적차가 지난 2022년 첫 번째 리딩뱅크 경쟁 당시의 격차(1700여억원)보다 400억원 가량 더 벌어졌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하나은행의 리딩뱅크 사수를 이끈건 탄탄한 비이자익 흐름이다. 하나은행의 비이자익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116% 늘어난 5288억원을 기록했다.

또 이자이익(7조9174억원)과 수수료이익(8708억원)을 합한 은행의 연간 핵심이익은 전년동기대비 4.9%(4084억원) 증가한 8조7882억원으로 집계됐다. 핵심 수익성 지표 중 하나인 은행의 순이자마진(NIM)도 4분기 기준 1.52%를 기록하며 탄탄한 수준을 유지했다.

특히 그간 하나은행이 영업력을 집중해 온 기업대출 부문의 경우 지난 2022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해 말 기준 하나은행의 원화대출금 잔액은 290조원으로 전년(288조원) 대비 0.8% 늘어났다. 다만 원화대출금 가운데 기업대출의 경우 대기업대출(25조8400억원), 중소기업대출(132조8930억원)으로 전체의 60% 비중을 차지했는데 이들 대출은 각각 전년 말 대비 31.5%(대기업), 10.4%(중소기업) 성장해 눈길을 끌었다.

비록 지난해 리딩뱅크 왕좌 탈환에는 실패했지만, KB국민은행도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특히, KB국민은행은 지난해 연간 당기순익 기준 사상 첫 ‘3조 클럽’에 가입하기도 했다.

지난해 연간 순이자마진(NIM)도 전년(1.73%) 대비 0.1%p(포인트) 상승한 1.83% 수준을 보였다. 수익성 부문에서도 확연한 개선세를 보인 셈이다.

특히 하나은행 못지않은 여신 성장세도 눈길을 끈다. KB국민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원화대출 잔액은 전년(329조원) 대비 4% 증가한 약 342조원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주요 시중은행들이 공격적으로 영업력을 집중해 온 대기업 부문 대출 또한 전년 말(29조6000억원) 대비 30.1% 늘어난 38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중소기업 대출 또한 증가세를 보이면서 KB국민은행의 전체 기업대출 잔액 역시 전년 말(162조6000억원) 대비 7.7% 늘어난 175.1조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KB국민은행 여의도본점.  / 사진=KB국민은행.
KB국민은행 여의도본점.  / 사진=KB국민은행.

변수 걷어내면 리딩뱅크 '오리무중'

이처럼 표면적으로는 하나은행이 우세를 나타냈지만 실적에 반영된 일부 일회성 변수를 제외하면 실적 수치가 다소 달라진다는 점은 눈길을 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지난해 3분기까지 거둔 역대급 실적을 기반으로 현재 시중은행 중 가장 많은 상생금융 재원을 분담하고 있다. 실제로 KB국민은행이 이번 민생금융 지원에 투입한 재원 규모는 약 3721억원에 이른다. 이자캐시백에 3005억원, 자율프로그램에 716억원을 지원하는데 두 개 분야 모두 전체 은행 중 가장 큰 규모다.

대다수 은행들이 전체 상생금융 재원의 약 80%를 지난해 4분기 실적에 반영했는데, 가장 큰 규모의 상생재원을 투입한 만큼 KB국민은행도 상생금융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여기에 충당금 또한 전년 대비 무려 43%가량 늘어난 1조6081억원을 쌓았다.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이슈, 그리고 최근 불완전판매 이슈로까지 확산하고 있는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등을 감안한 선제적 충당금 확대 적립이다.

실제 KB국민은행의 경우 일회성 비용을 제외한 순수 실적 지표인 충당금적립전이익은 지난해 6조2591억원으로 5조4534억원 수준을 보인 하나은행을 8000억원 가량 앞섰다. 일회성 변수가 없었다면 지난해 리딩뱅크 주인공이 바뀌었을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의미다.

특히 충당금적립전이익의 전년 대비 증가율 또한 KB국민은행은 4대 시중은행 중 가장 큰 26.4%를 기록, 14.9%의 하나은행보다 두 배 가까이 큰 성장 폭을 보였다.

리딩뱅크 “진검승부는 올해부터”

이처럼 표면적 실적 순위에서는 하나은행이 앞섰지만, 세부 지표 그리고 일회성 요인을 걷어낸 실적은 KB국민은행이 하나은행보다 다소 우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지난해 리딩뱅크 또는 리딩금융 순위에 큰 의미를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업계 안팎에서는 일회성 비용, 상생압박 등이 다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 실적이 리딩뱅크 경쟁의 진정한 전장(戰場)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양 사 모두 올해 이자익 개선의 핵심 키워드인 ‘기업대출’ 부문에서 유의미한 성장세를 보인 만큼 기업금융 전반의 영업력 개선 여부가 실적 경쟁의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KB국민은행의 이자익은 9조8701억원으로 하나은행의 7조9174억원을 약 1조9000억원 이상 앞섰다. 기업대출의 핵심 부문인 대기업 대출 잔액의 경우에는 하나은행이 전년 대비 31.5% 늘어나며 30.1% 수준을 보인 KB국민은행의 성장률을 앞질렀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올해 1분기 실적에도 반영되는 상생금융 비용, 그리고 금융당국이 충당금 추가 적립을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는 점은 변수가 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이같은 흐름이 빠르면 상반기를 기점으로 수면아래로 가라앉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하반기에는 비로소 제대로 된 ‘실적 경쟁’이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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