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ELS 판매 규모 가장 작아…부동산PF 영향도 제한적
비은행M&A‧기업금융 등 성장전략에 집중가능할 듯

사진. 우리금융그룹.
사진. 우리금융그룹.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태영건설 워크아웃 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 대규모 원금 손실 우려가 제기된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이하 홍콩ELS) 사태 등 연초부터 불거진 각종 악재로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의 고심이 깊어지는 가운데, 우리금융은 악재에서 한발짝 떨어져 있는 모습이다. 

우리금융이 최근 1~2년 사이 금융권 내 최대 리스크 발원지로 불렸던 횡령‧배임 등 금융사고의 사실상 시발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180도 상황이 뒤바뀐 셈이다.

업계에서는 연초 불거진 주요 이슈가 사실상 단기간에 마무리될 가능성이 적은 만큼, 악재 영향권 밖에 있는 우리금융으로선 오롯이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적기가 될 수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여전히 타 사 대비 낮은 수익성, 취약한 비은행 포트폴리오 등은 올해도 우리금융의 성장을 저해할 최대 약점으로 언급되는 만큼 올 한해 비은행 M&A(인수합병) 등 핵심 과제의 수행이 수반될 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관련 대응방안 브리핑에 나선 (왼쪽부터)강석훈 산업은행 회장,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감원장 / 사진=금융위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관련 대응방안 브리핑에 나선 (왼쪽부터)강석훈 산업은행 회장,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감원장 / 사진=금융위

부동산PF우려, 은행권 영향은 제한적

1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내 4대 시중은행(KB·신한·하나·우리)이 태영건설에 대출해준 금액은 약 3570억원 규모다. KB국민은행이 PF 대출 1500억원과 단기차입금 100억원 등 시중은행 중 가장 많은 1600억원을 빌려줬고 이어 우리은행(720억원), 신한은행(636억원), 하나은행(619억원) 수준으로 자금을 공급했다.

우리은행이 4대 시중은행 중 두 번째로 많은 금액을 태영건설에 빌려준 데다, 대출자금이 모두 소위 ‘신용대출’ 성격의 단기차입금이라는 점은 우려라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현재 우리은행이 적립한 수조원대의 충당금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이 시작됐다는 점에서 큰 리스크로 변질되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업계에서는 부동산PF 사태가 지속될 경우, 우리금융이 최근 몇 년간 지속해서 추진하고 있는 증권사 M&A 작업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부동산PF 위기에 노출된 일부 증권사들이 M&A 시장에 매물로 나올 경우, 평소 대비 낮은 시장가치를 평가 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증권업계의 부동산PF 잔액은 6조3000억원으로 금융권 전체 부동산PF 대출 잔액(134조.3조원)의 4.7%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연체율은 금융업권 내에서 가장 높은 13.9% 수준을 기록 중이다.

특히 증권사 중에서도 중‧소형 규모 증권사의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PF 공급 비중이 큰데, 현재 우리금융이 타깃으로 삼는 증권사 또한 ‘리테일(개인) 영업 역량을 갖춘 중‧소형 증권사’로 이미 특정돼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현재 부동산PF 위기가 향후 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M&A를 진행할 수 있는 협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라며 “다만, 기존 매물로 거론된 증권사들이 시장가치 제고를 위해 매각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도 높은 만큼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자산관리 세미나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 사진 = 우리은행 제공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자산관리 세미나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 사진 = 우리은행 제공

‘홍콩발 ELS’사태, 우리은행은 무풍지대?

홍콩 ELS사태도 우리금융에 미칠 직접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공급 규모가 타행대비 크지 않아 추후 손실 보상 조치에 따른 충당금 적립이 실적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실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해 8월말 기준 국내 5대 시중은행이 판매한 홍콩ELS의 총잔액은 15조9000억원에 달한다. 각 은행별로 살펴보면 KB국민은행이 7조8485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신한은행(2조3701억원), 하나은행(2조1782억원), NH농협은행(2조1310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우리은행이 판매한 홍콩ELS 잔액은 413억원에 머물렀다. 판매 잔액 전체가 손실처리 된다 해도 실적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정도의 작은 규모다.

물론, 일각에선 판매 규모 자체보다는 노인층 판매 과정에서의 불완전판매 이슈가 이번 홍콩ELS사태의 중심이 될 것이란 설명도 나온다. 판매 잔액이 작다 하더라도, 설명의무 위반 등 불완전판매 요소가 당국 검사 과정에서 포착될 경우 더 큰 리스크에 휘말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도 우리은행은 리스크를 다소 비켜난 모습이다. 실제로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국내 5대 시중은행이 90대 이상 고객에게 판매한 홍콩H지수 ELS 편입 주가연계신탁(ELT) 및 주가연계펀드(ELF) 잔액은 90억8000만원이다.

이 가운데 하나은행이 90대 이상 고객 11명에게 총 21건, 약 74억1000만원 규모의 ELT 상품을 판매하며 가장 큰 규모를 기록했다. 이어 NH농협은행(6명‧9억3000만원), KB국민은행(3명‧6억6000만원), 신한은행(2명‧8000만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현재 금융당국은 노년층 대상 상품 판매 과정에 사실상 불완전판매가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해당 사건이 제재 국면으로까지 접어들 경우 상당수 은행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점에서 우리은행 입장에서는 그나마 한숨 돌릴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과거 라임펀드 등 사모펀드 사태 이후, 불완전판매 리스크 관리체계를 강화했고 이에 따라 홍콩ELS판매도 선제적으로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2023 하반기 그룹 경영전략워크숍에 참석한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참석자들 앞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우리금융
2023 하반기 그룹 경영전략워크숍에 참석한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참석자들 앞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우리금융

핵심사업 역량 강화 필요성도

다만, 이같은 긍정적인 외부요인에도 실제 성장을 위해선 내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은행 부문 M&A 시도뿐 아니라 실제 실적을 담보할 수 있는 주요 영업력 지표를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업력 지표로 분류되는 충당금적립전이익의 경우, 우리은행은 지난해 3분기 기준 5대 시중은행 중 가장 작은 3조5876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지난해 하반기부터 속속 공개한 기업금융, 글로벌, IT거버넌스 등 핵심 사업 부문에서의 실질적인 성과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일각에서 우리은행이 내놓은 이같은 전략이 이미 기존에 나온 내용이 많고, 디테일한 부문에서는 모호성이 두드러진다는 우려도 내놓은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공개한 기업금융, 해외사업 전략의 경우 사실 타 은행과 특별한 차이점은 찾아보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이밖에 기존 횡령 사고뿐 아니라 개인정보 무단 사용(은행) 등 부정적 이슈도 지속하는 만큼 올해 반전을 위해 철저한 내부통제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