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규 체제 첫 해 '아쉬운 실적'
조 행장 취임 전후, 지표개선세 눈에 띄어
기업금융·글로벌 성과에 2년차 기대감도

사진. 우리금융그룹.
사진. 우리금융그룹.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우리은행이 ‘조병규 체제 1년 차’인 올 한해 다소 아쉬운 성적을 거뒀다. 실적과 성과를 가늠할 수 있는 주요 지표들이 다른 시중은행에 비해 부진한 수준에 머문 것.

하지만 일부 수치에서 반등 조짐이 포착되면서 업계 안팎에선 우리은행의 내년 실적 회복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반등의 움직임이 조병규 현 행장이 취임한 이후 본격화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임종룡 회장 체제의 사실상 첫 우리은행장인 조 행장은 취임 불과 5개월여 만에 우리은행이 반등할 수 있는 초석을 닦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취임 2년차인 내년에는 기업금융과 글로벌 시장에서 어떤 성과를 거두는지가 성과를 가늠할 핵심요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23 하반기 그룹 경영전략워크숍에 참석한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참석자들 앞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우리금융
2023 하반기 그룹 경영전략워크숍에 참석한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참석자들 앞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우리금융

제동걸린 실적, 하지만...

20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누적 기준 우리은행의 당기순이익은 2조2889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3735억원) 대비 3.5%가량 감소했다. 핵심 계열사인 우리은행의 실적 악화는 지주사인 우리금융지주의 실적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는데, 우리금융지주의 3분기 누적 순익은 2조4383억원으로 전년(2조6617억원) 대비 2000억원 가량 줄었다.

세부 지표에서도 아쉬움은 여전하다. 특히 고금리와 대출 급증으로 역대급 수익이 기대됐던 이자익 부문에서도 4대 시중은행 중 가장 작은 규모의 실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3분기 누적 기준 우리은행의 이자익은 5조617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5조4020억원) 대비 4%가량 개선된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7조원 이상의 이자익(7조3319억원)을 거둔 KB국민은행뿐 아니라 각각 6.2조원과 5.9조원을 기록한 신한은행, 하나은행과 비교하면 아쉬운 수준이다.

특히, 5대 시중은행에 포함되는 NH농협은행의 3분기 누적 이자익(5조7666억원)보다도 1500억원 가량 뒤진 이자익을 거뒀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다만, 3분기 누적 당기순익 부문에선 1조6052억원에 그친 NH농협은행을 6000억원 이상 앞섰다.

이처럼 한때 하나금융, 하나은행과 톱3 경쟁을 펼쳤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NH농협과의 4위 싸움에 집중해야 할 정도로 성장세가 더딘 것 또한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이밖에 건전성 지표인 연체율은 4대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높은 0.31%, 수익성 가늠좌인 순이자마진(NIM)은 4대 시중은행 중 가장 낮은 1.55%에 그쳤다.

디자인=김민영 기자.
디자인=김민영 기자.

지표 곳곳서 ‘반등 조짐’

이처럼 실적 측면에서 상당 부분 아쉬운 성과를 내고 있는 우리은행이지만, 반전의 조짐이 보인다는 점은 주목해 볼 만한 대목이다. 상당수 지표가 대부분 전년 동기 대비 악화되긴 했찌만 비교 시점을 전 분기로 좁혀보면 일부 개선세가 뚜렷하게 포착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3분기만 떼어놓고 보면, 실적 흐름은 사뭇 달라진다. 지난 3분기 우리은행의 당기순익은 82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분기(6100억원) 대비 34% 급증한 수치다. 이자 이익 또한 전분기 대비 사실상 동일한 수준(-0.3%)을 보였고, 최근 은행권이 집중하고 있는 비이자이익에서는 1760억원을 기록하며 전분기(1650억원) 대비 7%가량 개선된 성과를 거뒀다.

또 다른 관전포인트는 바로 대출 성장세다. 임 회장 취임 이후, 우리금융은 은행계열사인 우리은행을 중심으로 기업영업 강화에 사실상 영업력을 올인하겠다는 전략을 취해왔다.

이는 우리은행을 제외한 다른 시중은행들도 마찬가지. 실제 여신 잔액 자체는 크게 두드러진 수준은 아니지만 대출 성장률 부문에서는 유의미한 성장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우리은행의 지난 3분기 기준, 기업대출(대기업+중소기업) 잔액은 168조원으로 전분기(160조원) 대비 5% 성장했다. 지난해 4분기 ‘마이너스(-)’ 역성장을 기록한 이후 올해 1분기와 2분기 각각 0.9%와 1.6%로 저조한 성장세를 보인 점과 비교하면 눈길을 끄는 성장폭이다.

상당수 은행이 주목하고 있는 대기업 대출 부문 잔액은 4조1092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8.5% 가량 늘었고, 중소기업 대출 역시 전분기 대비 3.2% 늘어난 11조9700여억원을 달성했다.

무엇보다 이러한 실적 성장세가 조 행장 체제가 본격 출범한 지난 3분기를 기점으로 시작됐다는 점이다.

지난 7월 취임한 조 행장은 새로운 회장의 취임과 갑작스러운 행장 교체 등 리더십 변화로 다소 어수선할 수 있는 내부 분위기를 비교적 성공적으로 다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더해 실적 개선 가능성까지 이끌어내며 리더십을 스스로 증명했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3일 진행된 취임식에서 조병규 은행장이 취임사를 하고 있다. /  사진=우리은행.
3일 진행된 취임식에서 조병규 은행장이 취임사를 하고 있다. / 사진=우리은행.

조병규 체제 전후, ‘확 바뀌었다’

특히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이 하반기 강조했던 기업영업 부문에서도 경쟁력 강화를 위한 조 행장의 광폭행보는 그 어느때보다 눈에 띄었다. 실제로 우리은행은 올 하반기 △반월·시화 △창원·녹산 △남동·송도 등 3곳에 중소기업 특화 점포 BIZ프라임센터를 신설, 신규 기업 고객 유치를 위한 거점 마련에 나선 바 있다.

이에 은행업계 안팎에선 취임 2년차이자, 사실상 조 행장 본인의 색채를 오롯이 드러낼 수 있는 내년도 우리은행의 행보에 더욱 관심을 보이고 있다.

최근 우리은행은 인사 및 조직개편을 통해 국내영업부문을 △개인그룹 △자산관리그룹 △기관그룹 △부동산금융그룹으로, 기업투자금용 부문은 △CIB그룹 △중소기업그룹 △글로벌그룹으로 재편했다.

특히, 기존 기업그룹과 IB그룹을 통합한 ‘CIB그룹’이 눈에 띄는데 이는 조 행장 취임 이후 우리은행이 새로운 먹거리로 찜한 △기업금융 △투자금융 △해외사업에 보다 집중도를 높이기 위한 개편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조 행장의 취임 시점, 그리고 임 회장 취임 등 큰 폭의 리더십 교체 등을 고려하면 기존에 짜여진 연간 영업전략에도 변화가 불가피했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조 행장 취임 전후로 짧은 시기 내에 실적 반등의 기틀을 확보했다는 점은 눈길을 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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