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카드·저축銀 M&A 매물 다수
높은 몸값, 업황 악화 등 걸림돌

(왼쪽부터) 롯데손해보험, KDB생명 본사/사진=각 사 제공
(왼쪽부터) 롯데손해보험, KDB생명 본사/사진=각 사 제공

[데일리임팩트 심민현 기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로 현실화되면서 금융권 전반이 긴장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부터 ‘답보상태‘에 머무르고 있는 제2금융권 M&A(인수합병)가 올해 흐름을 보일지 업계 안팎이 주목하고 있다.

부동산 PF 위기가 장기화될 경우 금융지주사들이 ‘몸집 불리기‘보다 ‘리스크 관리‘에 치중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에도 보험사, 저축은행 일부 M&A 매물이 성사 직전에 높은 몸값 탓에 무산된 사례가 있다. 결국 M&A가 진행되려면 매각가를 합리적으로 재설정하고 회사의 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리는 방법 밖에 없다는 업계 일각의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호실적에도 높은 몸값에 난항 겪는 보험사 매각

9일 보험·카드 등 2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보험사, 카드사, 저축은행을 가리지 않고 상당한 숫자의 M&A 매물이 시장에 나와있다. 먼저 보험사부터 살펴보면 롯데손해보험을 비롯해 KDB생명, MG손해보험 등이 대표적이다. 이 가운데 보험 포트폴리오 강화를 노리는 금융지주사들의 가장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보험사는 롯데손해보험이다.

롯데손해보험은 지난해 10월 매각주관사를 JP모건으로 선정해 매각을 위한 실무 준비에 들어간 상태다. 롯데손해보험의 최대주주인 JKL파트너스는 지난 2019년 롯데손해보험을 3734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36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현재 77%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롯데손해보험은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이익 2629억원을 기록하며 눈에 띄는 성장세를 기록했다. 이에 걸맞게 시장에서 롯데손해보험의 매각가는 약 2조7000억~3조원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인수 후보로는 신한금융지주가 언급되고 있다. KB금융지주와 리딩금융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신한금융은 탄탄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상대적으로 취약한 보험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다만 신한금융그룹은 롯데손해보험의 예상보다 높은 몸값에 한발짝 물러난 상태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지난해 9월 한 행사에서 “적당한 손해보험사 매물이 없다”며 “현재 매물로 나와 있는 보험사의 가격이 너무 높다. 회계 제도 변경으로 증가한 이익을 그대로 인정하기도 어렵고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신한금융지주와 마찬가지로 보험에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하나금융지주는 지난해 KDB생명을 인수하려고 시도했지만 최종적으로 뜻을 접었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7월 KDB생명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뒤 실사 작업을 진행한 지 3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KDB생명 대주주인 산업은행에 인수 포기 의사를 전달했다.

하나금융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되기 전부터 KDB생명 인수에는 1조원에 달하는 돈이 필요하다는 관측이 대다수였다. 2000억원 안팎으로 알려진 매각가 외에도 경영 정상화에 8000억원가량의 자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나금융 역시 실사 후 최종 검토 과정에서 이 같은 높은 비용에 부담을 느꼈을 것이란 분석이다.

KDB생명의 매각 성사는 올해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KDB생명의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지급여력(K-ICS) 비율은 지난해 6월 말 기준 67.5%(경과조치 적용 전)로 보험업법상 기준(100%)에 미달한다. 이를 해결하려면 1조원 이상 자금 투입이 가능한 원매자가 필요하다. 하지만 국내 최대 규모의 금융지주회사인 하나금융도 부담을 느껴 발을 뺀 상황에 새로운 원매자가 빠른 시일 내 나타날 가능성은 희박하다. 

지난해 10월 진행됐던 MG손해보험의 매각도 실패로 돌아간 바 있다. 예금보험공사(예보)가 주도하고 있는 매각 작업은 지난해 1월 당시 입찰에 응한 기업이 한 곳도 나오지 않으면서 실패한 데 이어 지난해 10월 5일 2차 매각 절차에도 한 곳의 사모펀드 운용사가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하면서 불발됐다. 

예보법상 단수의 원매자만 참여한 입찰은 유효한 거래가 성립되지 않는다. 예보는 당초 올해 초 매각을 완료하겠다는 계획이었지만 부동산 PF 사태가 터지며 올해는커녕 내년에도 매각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롯데카드 본사/사진=롯데카드 제공
롯데카드 본사/사진=롯데카드 제공

업황 악화에 발목 잡힌 카드사·저축銀 M&A

카드사 중 유일한 M&A 매물인 롯데카드의 매각 작업 역시 지지부진한 상태다. 롯데카드 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지난 2022년 4월 매각 작업에 착수했지만 매각 희망가로 3조원을 제시하면서 고평가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이후 MBK파트너스는 롯데카드 자회사인 로카모빌리티를 맥쿼리자산운용에 매각하면서 몸값을 낮췄지만 매각 작업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우리금융 등이 인수 후보로 꼽히지만 카드사 업황이 원체 어려운 만큼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고 있다. 실제 우리금융은 카드사 대신 저축은행, 증권사 인수를 우선순위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상상인저축은행 제공
사진=상상인저축은행 제공

저축은행 M&A 전망은 더욱 어둡다. 지난해 초부터 저축은행 업황 자체가 침체된 데다 올해 저축은행이 깊숙이 연관돼 있는 부동산 PF 위기가 현실화된 상황이기에 당초 인수 후보로 거론됐던 금융지주사와 사모펀드(PEF)의 관심에서 더욱 멀어지고 있다.

현재 매물로 나와 있는 저축은행은 상상인·한화·애큐온 등이다. 이 가운데 상상인저축은행은 지난해 11월 인수가 성사될 뻔 했지만 우리금융지주가 인수 의사를 철회하면서 무산되고 말았다. 

상상인저축은행 매각 무산은 업황 악화와 함께 M&A 시장에 나와 있는 다른 저축은행들에게도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7월부터 계열사인 한화저축은행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별도의 자문사 없이 직접 원매자를 물색하고 몇몇 금융사와 협상 테이블을 차렸지만 인수 가격에 대한 이견이 커 거래가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애큐온저축은행, 조은저축은행 등의 상황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제 2금융 포트폴리오에 약점이 있는 금융지주사들이 인수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지만 올해 금융권 전반의 어두운 전망 탓에 결정을 망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매물로 거론 중인 보험사, 카드사, 저축은행들이 매각가 조정, 실적 개선 등을 통해 상품 가치를 끌어올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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