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 조치로 약 25만명 1금융권 대환대출 가능해져
대규모 고객이탈 우려, 온라인 대환대출 서비스도 악재

(왼쪽부터) OK저축은행, 웰컴저축은행/사진=각 사 제공
(왼쪽부터) OK저축은행, 웰컴저축은행/사진=각 사 제공

[데일리임팩트 심민현 기자] 지난해 2011년 이후 최악의 실적 부진을 겪은 저축은행업권이 신년부터 또 다른 악재에 신음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신용사면으로 고객 이탈 현상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최근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시중은행, 인터넷은행 등에 기존 고객을 상당 부분 빼앗긴 상황에서 이번 신용사면으로 저축은행업권의 시름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저축은행업권, 적자에 고객 이탈까지 '이중고'

23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전국 79개 저축은행은 지난해 3분기까지 141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상반기 순손실 대비 47.2% 더 늘어난 규모다.  

17개 저축은행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경영 관련 유의·개선요구를 받기도 했다. 2022년 8개에 비해 두 배 넘게 늘어났다. 그만큼 지난해 저축은행업권 전반의 경영상 위험요인이 증가했다는 반증이다.

저축은행업권의 올해 전망이 지난해보다 더욱 좋지 않다는 점 역시 문제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로 촉발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탓이다. 

저축은행업권은 그동안 부동산 PF 대출을 늘리며 자산규모를 늘려왔지만 지난해부터 부동산 시장 침체가 본격화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저축은행 상위 5개사(OK·SBI·웰컴·한국투자·페퍼)의 부동산 PF 관련 연체율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6.92%로 전년 동기 대비 4.52%p(포인트) 상승했다. 1년 만에 연체율이 3배가량 높아진 셈이다. 

PF 사업 초기 단계에 일으키는 고금리 단기 대출인 브릿지론 비중이 금융권에서 가장 높은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기준 PF 대출 중 브릿지론 비중은 저축은행 58%, 캐피탈사 39%, 증권사 33% 순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신용사면 발표가 나온 것. 은행연합회 등 전 금융업권 협회와 신용정보원, 12개 신용정보회사는 지난 15일 ‘서민·소상공인 신용회복지원을 위한 공동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지난 2021년 9월부터 이달 말까지 발생한 2000만원 이하의 소액연체를 오는 5월 말까지 전액 상환하는 채무자의 연체이력정보는 삭제된다. 이는 지난 11일 당정 협의에서 결정된 서민·소상공인 신용회복 지원 결정에 따른 조치다.

이번 신용사면 조치의 핵심은 기존에는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만 이용 가능했던 저신용자가 시중은행의 제1금융권 저금리 대출로 갈아탈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신용사면 조치로 약 25만명이 은행권 신규 대출자 평균 신용점수(863점)를 넘게 돼 1금융권 대환대출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형 저축은행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지난해 말부터 예금금리가 하락하면서 고객 이탈 현상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는 시점에 신용사면이라는 악재가 겹쳤다"며 "신용사면으로 시중은행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 고객 대다수는 저축은행 입장에선 우량 차주에 해당한다. 이번 조치가 올해 실적에 어느정도 악영향을 끼칠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 우울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대환대출 서비스도 악재..."저축銀 현상황 진퇴양난"

지난해 5월 시작된 온라인 대환대출 서비스도 저축은행업권으로선 악재 중 하나다. 이미 이 서비스를 이용해 저축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은 상당수 고객들이 시중은행 등으로 빠져나간 상태다. 실제 온라인 대환대출 서비스로 대출을 갈아탄 전체 차주 가운데 2금융권 차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5월 말 9.3%에서 지난달 22.5%로 높아졌다.

올해는 작년보다 금리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 고객 이탈 숫자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저축은행업권은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취급 비중이 낮아 큰 타격은 없겠지만 올 초부터 대환대출 서비스 대상이 주담대로 확대된 것도 좋은 시그널은 아니다.

결국 저축은행 내부에선 제2의 저축은행 사태로 불길이 번질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저축은행업권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저축은행업권의 현 상황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진퇴양난'"이라며 "호재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고 악재만 가득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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