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수 LG엔솔 부회장 등 사내외 6인 최종 심사…유력시됐던 사내 후보 탈락
지난해 철강·미래소재 사업 부진으로 수익성 악화…중장기 전략 변화 가능성

포스코홀딩스 회장 후보 파이널리스트 6인. (위쪽 줄 왼편부터)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김동섭 현 한국석유공사 사장, 김지용 현 포스코홀딩스 미래연구원 원장/사장, 우유철 전 현대제철 부회장, 장인화 전 포스코 사장, 전중선 전 포스코홀딩스 사장. 사진=포스코홀딩스 및 각 사
포스코홀딩스 회장 후보 파이널리스트 6인. (위쪽 줄 왼편부터)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김동섭 현 한국석유공사 사장, 김지용 현 포스코홀딩스 미래연구원 원장/사장, 우유철 전 현대제철 부회장, 장인화 전 포스코 사장, 전중선 전 포스코홀딩스 사장. 사진=포스코홀딩스 및 각 사

[데일리임팩트 김현일 기자] 지난해 철강 시황 부진과 이차전지 실적 급락으로 만족스럽잖은 성적표를 받아 든 포스코홀딩스가 차기 CEO 최종 후보 6인을 추렸다. 최근 있었던 CEO 후보추천위원회의 공정성 논란을 인식했는지 유력했던 사내 후보들이 대거 탈락하고 내부 인사 3명·외부 인사 3명으로 균형을 맞췄다.

포스코는 새 CEO 선임에 따른 전략 수정을 없을 것이라는 입장. 다만 새 CEO가 최정우 회장 체제에서 진행해 왔던 친환경 중심의 사업 재편을 지속할지는 미지수다. 철강 시황이 여전히 좋지 않은 데다 전기차 수요 부진까지 겹쳐 전략 수정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2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지난 31일 포스코홀딩스 CEO후보추천위원회(후추위)는 위원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8차 회의를 열고 포스코홀딩스 회장 최종후보인 ‘파이널리스트’ 6명을 발표했다.

이날 확정된 후보 6인은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김동섭 한국석유공사 사장, 김지용 포스코홀딩스 미래연구원 원장(사장), 우유철 전 현대제철 부회장, 장인화 전 포스코 사장, 전중선 전 포스코홀딩스 사장이다. 유력 후보에 속했던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 정기섭 포스코홀딩스 사장, 정탁 포스코인터내셔널 부회장 등 사내 후보들은 최근 후추위의 이사회 호화 해외 출장 문제로 경찰 수사 대상인 만큼 명단에서 제외됐다.

후추위는 이들 후보자를 대상으로 오는 7~8일 양일에 걸쳐 심층 면접을 실시할 예정이다. 8일 오후 후추위와 임시이사회의 결의를 통해 최종 후보 1인을 확정해 공개하고, CEO 후보 선임안을 다음달 21일 개최되는 주주총회에 상정할 계획이다.

후추위는 “개인의 프라이버시 보호와 비밀보장 약속의 이행을 위해 파이널리스트 단계에서 명단을 공개하게 됐다”라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인 포스코의 새 회장을 선출하는 것보다 중요한 일은 없다는 책임감과 확고한 의지로 심사 과정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지난 2022년 9월 태풍 '힌남노'에 피해를 입은 직후 포항제철소에 처음으로 불이 켜진 모습. 사진=포스코홀딩스
지난 2022년 9월 태풍 '힌남노'에 피해를 입은 직후 포항제철소에 처음으로 불이 켜진 모습. /1사진=포스코홀딩스

하지만 누가 포스코의 수장이 되든 가시밭길이 예고돼 있다. 지난해 글로벌 철강 시황 악화, 미래 소재 부분 손실이 겹치며 받은 실적 타격을 만회해야 하기 때문이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77조1270억원, 영업이익 3조531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9%, 27.2% 감소한 규모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1조8460억원으로 48.2%나 줄었다.

포스코홀딩스의 주력인 철강사업은 지난해 악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철강 수요 약화로 가격 하락이 2~4분기 지속되고, 중국 경기부양 효과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시황 악화로 철광석과 석탄 가격이 상승하면서 밀 마진마저 축소됐다.

친환경 사업 또한 우울했다. 이차전지 소재 핵심 계열사인 포스코퓨처엠은 지난해 매출 4조7599억원, 영업익 359억원을 올렸다. 전년도와 비교해 매출은 44%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무려 78% 감소했다. 천연흑연 음극재 등 판매 확대로 매출은 계속해서 증가했으나, 양극재 생산을 위해 미리 확보해 둔 리튬, 메탈 등 광물 가격이 하락하며 재고손실이 발생, 수익성이 악화됐다. 특히 양극재와 음극재 등 에너지 소재 부문의 경우, 영업손실 117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그룹 주력사업들이 부진하면서 포스코홀딩스는 태풍 ‘힌남노’로 제철소가 침수됐던 2022년(4조9000억원) 보다도 낮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실적 개선을 위해 포스코는 올해 가격 인상을 논의하고 있다. 반돈호 포스코 마케팅전략실장은 컨퍼런스콜을 통해 “지난해 내수 시장에서는 수입 제품이 20% 이상 급증, 물량과 가격을 지키는 데에 어려움이 있었다”면서 “시장 흐름 잘 반영해 가격을 인상하는 것을 추진 중인데 사업별로 3만원 정도 인상할 계획을 갖고 있다. 사제품의 경우 업계 상황 고려해 기존에 반영하지 못했던 원료 가격 반영 위해 인상폭에 대해 긴밀히 협력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 소재 포스코 사옥 전경. 사진=포스코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 소재 포스코 사옥 전경. 사진=포스코

그러나 실적 개선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 친환경 미래 소재 기업으로의 전환이 지속될 수 있느냐다. 악화일로인 철강 시황, 전기차 시장 둔화, 이차전지 소재 분야에 대한 부정적 전망 등 경영 여건이 좋지 않은 까닭에 신임 CEO가 소극적 행보를 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포스코홀딩스도 중장기 전략이 수정될 여지를 남겨두는 모습이다. 정기섭 포스코홀딩스 전략기획총괄은 컨퍼런스콜을 통해 “내부에서도 긴 호흡으로, 중장기 전략을 기반으로 (움직임이) 이뤄졌다. 이후에도 다시 되돌리거나 그 방향을 크게 바꾸거나 포기한다고 하는 것은 쉽지 않다 생각한다”면서도 “만약 환경 변화에 따라 일부 (전략) 변경이 혹시라도 수반이 된다면 저희는 투자자들과 충분히 상의를 하고 의견 나눌 기회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다양한 경험을 갖춘 외부 인사들이 등용될 가능성이 높은 점을 들어 철강사에서 친환경 소재사로의 아이덴티티 전환에 가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이례적으로 회장 후보군의 절반이 포스코 출신들이 아닌 외부 인사들로 구성된 건 변화 필요성을 포스코가 인지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어서다. 외부인이 수장 자리에 오른 것은 지난 1994년 김만제 전 회장이 유일하다. 그만큼 포스코는 폐쇄적 구조를 유지해왔다.

현재 포스코는 사외이사들의 자격 논란, 최정우 회장의 측근 챙기기 등 각종 구설에 시달리고 있다. 시장의 우려도 커진 만큼, 신뢰 회복을 위해선 새로운 피 수혈이 절실하다. 후추위 측은 “속도감 있는 사업 추진 과정에서 쌓여 온 여러 가지 문제점들에 대한 재점검과 미래 준비를 보다 철저히 해야 할 시점”이라며 “앞으로 심층 대면 면접을 통해 미래의 도전을 치밀하게 준비하고 과감하게 실행할 포스코 그룹 수장에 가장 적합한 한 명을 선정해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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