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노조 'CEO 정신아' 새 리더십 기대
"10년 스타트업 발굴..미래보는 안목 높다"
네이버도 40대 여성 "두 여성 행보 큰 관심"

                                     정신아 카카오 신임 단독대표 내정자./ 사진=카카오
                                     정신아 카카오 신임 단독대표 내정자./ 사진=카카오

[데일리임팩트 황재희 기자] '그녀는 위기의 카카오를 구하는 40대 현명한 여전사가 될 수 있을까?'

조직을 위기에서 구해내라는 특명을 받은 정신아 단독대표 내정자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정 대표 내정자는 내년 3월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야 정식 대표로 활동할 수 있지만 카카오를 이끌 새 수장으로 기정 사실화된 분위기다. 특히 정 대표 내정자가 40대 여성이라는 데 초점이 맞춰져 현재 최수연 대표가 이끄는 네이버와도 비교되고 있다.  

카카오 내부에서는 이번 인적쇄신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지난 14년간 카카오를 지배해온 '브라더 경영' 대신 여성 리더십을 통해 카카오가 새로워질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 커서다. 

다만 일각에서는 정 대표 내정자의 자질이 훌륭하다해도 카카오를 이끌어나갈 리더십 면에서 아직 검증이 돼지 않은 만큼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카카오는 경영진 사법리스크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는데다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어서다.

창업자를 능가하는 강력한 리더십이 요구되는 현 상황에서 정 대표 내정자가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가 주목된다. 특히 정 대표 내정자가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의 신임을 받아 카카오를 이끌 새 대표로 내정된 만큼 결국 김 센터장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는 한계점 또한 스스로 돌파해야 한다.   

카카오, 정신아 대표에 새 리더십 기대

14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벤처스를 이끌던 정신아 대표가 내년 3월부터 카카오를 이끌 단독 대표로 내정됐다. 

카카오는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 가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는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정보기술(IT)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보유하고 기업의 성장 단계에 따른 갈등과 어려움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정신아 내정자가 적임자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범수 센터장의 판단이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 내정자는 카카오의 사업을 총괄 지휘하는 CA협의체에 소속된데다 김 센터장이 경영쇄신위원장을 맡은 경영쇄신위원회에서도 유일한 여성으로 참가하며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었다.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은 매주 월요일 오전 7시 계열사 주요 경영진 20여명과 진행하는 비상경영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카카오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은 매주 월요일 오전 7시 계열사 주요 경영진 20여명과 진행하는 비상경영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카카오

김 센터장은 전날 사내 공지문을 통해 "시나(정신아)는 올 초 카카오 이사회 멤버로 합류해 카카오 전반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왔다"며 "9월부터는 그룹 독립기구인 CA협의체 내 사업총괄과 경영쇄신위원회 상임위원을 맡아 핵심사업 중심의 재편 등 쇄신 주요 아젠다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왔다"고 강조했다. 

카카오 창업자가 믿고 선택한 신임 대표 내정자에 카카오 노조인 크루유니언 역시 찬성표를 던졌다. 크루유니언은 전날 오후 입장문을 내고 정신아 카카오 대표 내정자가 '기존에 카카오가 겪었던 과오들을 재발시키지 않고 진정성 있게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정신아, 스타트업 발굴·투자 안목 높아

정 대표 내정자는 지난 2010년부터 2013년까지 네이버를 거쳐 2014년 카카오에 합류했다. 카카오벤처스 상무로 시작해 2018년부터는 대표를 맡아 성장 가능성이 높은 초기 스타트업에 집중 투자해왔다. 카카오벤처스의 전신은 김 센터장이 지난 2012년 세운 케이큐브벤처스로 알려졌다. 

김 센터장은 공지글에서 "10여년간 카카오벤처스의 성장을 이끌어온 시나(정신아)는 커머스·핀테크· AI 등 기술 중심의 투자를 성공적으로 진행하며 다양한 섹터의 경험을 축적해 왔습니다"라며 "이를 바탕으로 카카오의 내실을 다지면서도 AI 중심의 미래 성장동력 확보 또한 함께해 나갈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정 대표 내정자를 발탁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김 센터장은 정 대표 내정자가 유니콘으로 성장할 수 있는 혁신기업을 발굴하고 투자해 온 역량을 높이 산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 내정자는 카카오벤처스 내에서 IT 서비스 분야에서 투자를 주도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스타트업으로 시작했던 카카오가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기 위해 스타트업 정신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인물을 발탁했다는 평가다. 

IT 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카카오벤처스 같은 벤처캐피탈 내부에선 사업 초기 단계인 스타트업의 가능성을 보고 투자를 결정하기 까지 입장이 다른 이해관계자와의 의견충돌이 매번 발생하고 이를 설득해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정 대표 내정자가 이런 과정을 십여년 동안 경험한데다 기업의 미래를 보는 안목을 키워왔기에 그러한 점을 높이 산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왼쪽) 최수연 네이버 대표, (오른쪽) 정신아 카카오 단독대표 내정자
(왼쪽) 최수연 네이버 대표, (오른쪽) 정신아 카카오 단독대표 내정자

경쟁사 네이버도 여성 리더..향후 행보 비교될 듯

정신아 카카오 단독대표 내정자는 카카오를 이끌어온 홍은택 대표(1963년생)보다 젊은 40대(1975년생)다. 아직 성장 잠재력이 크고 여성으로서 가질 수 있는 리더십도 장점이 될 수 있다.

카카오 경쟁사인 네이버의 경우 이미 두 차례의 여성 대표이사(CEO)를 배출했으며 현 최수연 대표 역시 40대의 나이로 네이버를 2년째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IT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경쟁사를 의식해 여성 대표를 발탁한게  아닌지에 대한 의견도 나오고 있다. 

다만 현재 네이버와 카카오가 처한 상황은 다르다. 또 정 대표 내정자 역시 카카오 외부에서 발탁한 인물이 아닌 카카오 내부에서 김 센터장의 신임을 얻어 기용된 만큼 창업자와의 연결고리를 무시할 순 없다. 그간 카카오 노조는 창업자의 측근 인사 기조를 비판해왔다. 정 대표 내정자 역시 여기서 완전히 제외될 순 없단 뜻이다. 

결국 정신아 카카오 대표 내정자는 김 센터장의 지지와 지원을 적극 활용하면서도 스스로의 역량과 존재감을 발휘해 카카오를 위기에서 구해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네이버를 이끌고 있는 최수연 대표와도 비교되는 등 향후 경쟁사와 차별화된 리더십을 보여주는 것도 무거운 과제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데일리임팩트에 "다양성 측면에서 여성 인사 기용은 신선할 수는 있으나 문제의 본질은 여성이나 남성이냐가 아닌, CEO가 갖고있는 역량과 리더십"이라며 "정신아 카카오 대표 내정자의 경우 여성이기 이전에 카카오 김범수 센터장의 측근으로 알고 있다. (그가) 카카오를 어떻게 회복시킬 수 있을지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할 듯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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