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준감위' 닮은 행보..이목 집중
1차회의 김정호·카카오엔터 불참
"매달 1회 정례회의 예정"
신뢰회복 위한 아젠다부터 시작

카카오 준법과신뢰위원회 위원들과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왼쪽애서3번째). / 사진=카카오
카카오 준법과신뢰위원회 위원들과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왼쪽애서3번째). / 사진=카카오

[데일리임팩트 황재희 기자] 카카오의 '준법과신뢰위원회'(준신위)의 향후 행보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공식 출범 후 첫 회의를 통해 조직의 윤곽과 내용이 뚜렷해진만큼 카카오의 경영쇄신도 가속화될 거라는 기대에서다. 

준신위는 카카오 계열사의 준법 감시와 통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출범했다는 점에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와 비교되기도 한다. 실제로 조직의 권한과 역할 뿐 아니라 규모, 멤버 구성 등 여러 면에서 삼성 준법위와 닮은점이 포착되고 있다.

다만 IT기업이자 성장속도가 가팔랐던 카카오의 특성을 고려할 때 삼성식의 준법위 모델이 유효할지는 미지수다.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카카오는 그간 계열사의 자율경영과 수평적 조직문화가 뿌리박힌 상태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과 크루들의 쇄신 의지가 크다 해도 준신위라는 외부 기구의 감시와 통제를 내재화하기 위해선 적잖은 진통과 갈등이 예상되고 있다.     

카카오 준신위 첫 회의, 예상보다 늦어져

19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첫 회의를 연 카카오 준신위의 첫번째 회의는 4시간이 넘어서야 끝났다. 회의가 예상보다 길어지며 준신위 사무국 관계자가 예정에 없던 비공식 중간 브리핑을 진행하기도 했다. 

준신위 사무국 관계자는 "앞서 삼성이 준법감시위원회를 설치한 후 첫 회의가 6시간이 넘게 걸린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저희는 그것보다 빨리 끝날 줄 알았는데 준신위 위원분들과 카카오 직원 간 질의응답 과정이 길어지면서 시간이 많이 소요됐다"고 전했다.

카카오 외에 첫 회의에 참여한 계열사는 카카오모빌리티와 카카오게임즈 등 3개사다. 각 사에서 준법지원인 1명이 참석해 준신위 위원들에게 각 사 조직도와 준법 규정 등 운영 현황에 대해 보고하고 위원들의 질문에 응답하는 식으로 이뤄졌다. 

이번 준신위 회의는 조직 출범 후 공식적인 첫 모임이라는 점에서 주목됐으나 아쉬운 점도 포착됐다. 외부위원들과 카카오 공동체의 다리 역할을 하는 김정호 경영지원총괄이 불참한데다 계열사 중 카카오엔터테인먼트(카카오엔터)측도 보이지 않아서다. 

준신위 사무국 측은 "김 총괄의 경우 욕설 논란에 따라 셀프 징계로 당분간 활동을 중단한 상태로 준신위의 제재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카카오엔터는 이사회 일정이 늦어져 준신위와의 협약 체결이 늦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 18일 카카오 준신위의 첫 회의가 진행됐다. / 사진=카카오.
지난 18일 카카오 준신위의 첫 회의가 진행됐다. / 사진=카카오.

닮은 듯 다른 듯...삼성 '준감위' vs 카카오 '준신위'

이날 준신위 사무국 관계자는 브리핑 과정에서 두 차례 삼성의 준감위를 언급했다. 업계에서는 이미 카카오의 준신위가 삼성의 준감위를 참고해 조직을 구성했다고 보고 있다. 이에 향후 행보 역시 유사할 거라는 추측도 나온다. 

먼저 조직 규모 면에서 유사하다. 삼성은 위원장을 포함해 6인의 외부위원과 1인의 내부 인원으로 준감위를 구성해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 삼성 주요 계열사 7개사에 대한 준법감시활동을 하고 있다. 카카오 역시 외부위원 6인, 내부 인원 1인으로 위원회를 구성했으며 카카오를 포함 주요 계열사 6개사에 대한 활동을 맡게 된다. 

1기 위원장을 대법관 출신으로 구성한 점도 같다. 지난 2020년 출범한 삼성 준감위의 첫 위원장은 대법관 출신인 김지형 전임 위원장이 맡았다. 카카오 역시 1기 위원장은 대법관 출신인 김소영 위원장이 맡고 있다. 이외에 법률·시민사회단체·언론계 등에서 두루 외부위원들을 기용했다는 점에서도 비슷하다. 

다만 삼성의 1기 준감위에 비해 카카오가 보다 다양한 분야에서 외부위원들을 채택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삼성의 1기 준감위 위원은 외부위원 6인중 3인이 법률계 인사로 구성됐고 2명이 언론인, 1명이 시민단체 출신이었다. 반면 카카오의 경우 법률전문가나 언론인 외에도 경영학과 교수, 벤처창업자 등 다양한 영역에서 외부위원이 선정됐다. 특히 벤처기업과 IT업계에 관심이 높은 이들 위주로 구성됐다는 점도 특이사항이다. 

김소영 카카오 준법과신뢰위원회 위원장이 18일 첫 회의를 개최했다. /사진=카카오
김소영 카카오 준법과신뢰위원회 위원장이 18일 첫 회의를 개최했다. /사진=카카오

준신위, 신뢰회복 위한 아젠다 논의부터 시작

카카오 준신위의 두 번째 회의는 내년 1월8일로 잡혔다. 준신위 사무국은 앞으로 월 1회 정기 회의를 진행하며 카카오의 준법경영 시스템을 마련하고 활동상황을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삼성 역시 공식적으로 월 1회 준감위 회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조직 성격과 규모 등 여러 면에서 카카오의 준신위가 삼성의 준감위와 유사하더라도 카카오와 삼성은 조직 문화와 현재 처한 위기 부터가 다르다. 이에 향후 행보면에서 카카오 준신위만의 차별화된 역할이 더 추가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날 김소영 준신위 위원장이 모두 발언을 통해 '준법경영은 하루 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라고 말했듯 카카오의 준법경영이 강화되려면 공동체 경영진과 구성원들의 의식 변화와 적극적인 협조가 우선해야 한다. 

카카오는 경영진 사법리스크로 위기가 가시화 됐지만, 그 뿌리에는 일부 계열사 경영진들의 모럴헤저드(도덕적해이)와 일방적인 소통 방식, 창업자의 회전문 인사 등이 위기의 큰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카카오 노조가 경영쇄신을 위해 크루들의 참여를 주장하고 경영진 교체를 지속 요구해 온 데에는 현재의 위기를 일으킨 근본 원인을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담겨 있다.

준신위 사무국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준신위는 카카오의 대국민 신뢰회복을 위해 어떤 아젠다가 시급한지 그걸 찾기 위한 논의를 당분간 하게 될 예정"이라며 "회사 구성원들로부터 제보 메일을 받고 있고 향후 준신위 홈페이지를 오픈해 제보 사이트도 운영하는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이야기를 듣겠다"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