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리스크 부담에도 연일 쇄신 행보 가속화
'준신위' 지원 앞장...그룹사 상생행보도 '눈길'
"경영진 전면 교체해야 쇄신 이어갈 수 있어"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이 23일 준법과신뢰위원회 위원들을 만나 준법경영을 당부했다. /사진=카카오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이 23일 준법과신뢰위원회 위원들을 만나 준법경영을 당부했다. /사진=카카오

[데일리임팩트 황재희 기자]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범상치 않은 경영 행보로 눈길을 끌고 있다. 검찰수사 등 사법 리스크가 가중되고 있지만 조직 쇄신에 하루가 다르게 속도를 내고 있어서다. 

위기 수습을 위한 단기적인 미봉책이 아니라 카카오의 준법경영 기틀을 위한 별도 기구를 신설하고 매주 월요일 오전 경영회의를 주재해 그룹사의 현안을 직접 챙기는 모습에선 그간 잊고 있던 리더십까지 엿보인다는 평가다.    

다만 SM엔터테인먼트(SM엔터) 인수 관련 시세 조종 의혹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아 여전히 구속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점은 위기 요인으로 거론된다. 정부당국과 국민 눈높이에 맞추는 적극적인 외부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내부에서의 전면적인 경영진 교체가 이뤄져야 쇄신의 효과가 지속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SM엔터 시세 조종 관련 수사를 받은지 한달여만에 카카오는 쇄신에 있어 가시적 성과를 내며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먼저 공동체 준법경영 강화를 위한 외부 기수로 준법과 신뢰위원회(준신위)를 출범시켜 지원과 협력을 약속했다. 지난 23일 김 센터장은 김소영 준신위 위원장과 6명의 위원들을 만나 "전사 차원에서 적극 지원할 테니 카카오가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스타트업 아이디어 도용 의혹을 받던 그룹사들도 분쟁 조기 종결과 이해관계자와의 상생에 힘쓰고 있다.  카카오VX, 카카오헬스케어 등은 각각 골프 데이터 플랫폼과 혈당 관리 플랫폼 사업으로 스타트업과 기술 도용 갈등을 벌여왔는데 이를 마무리짓고 양보와 협력에 나서기로 했다. 카카오VX는 골프 관제 솔루션 사업을 철수하기로 했고 카카오헬스케어는 혈당관리 서비스를 내년 2월1일로 미루기로 했다. 분쟁 당사자였던 닥터다이어리와는 헬스케어 시장에서 동반 성장을 위한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화물 중개 운송 사업 진출을 선언한 카카오모빌리티 역시 갈등관계에 있던 화물맨의 피해 최소화와 협력 방안 발굴을 위해 저극 나설 계획임을 밝혔다. 이외에 택시 가맹 수수료를 3%대로 낮추고 신규 가맹 서비스, 공정 배차 시스템 마련등에도 앞장서기로 했다.  지난 13일 택시업계와의 간담회 직후 이같은 결정을 내린데 이어 오는 30일에는 2차 간담회를 갖고 추가 협력 방안을 모색한다.

이같은 카카오의 발빠른 변화는 현재 일련의 사태를 최대의 위기로 판단하고 사태 장기화를 막기 위해 경영진들이 적극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 중심에 있는 인물은 김범수 센터장이다. SM엔터 시세조종 의혹으로 지난 13일 투자총괄대표가 구속된데 이어 창업자인 김범수 센터장까지 사법리스크 부담을 안고 있지만, 그 와중에도 쇄신 행보에 앞장서서 카카오의 변화를 전두지휘하고 있다.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은 매주 월요일 비상경영회의를 통해 그룹사 현안을 직접 챙기고 있다. /사진=카카오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은 매주 월요일 비상경영회의를 통해 그룹사 현안을 직접 챙기고 있다. /사진=카카오

특히 김 센터장은 시세조종 관련해 지난 달 23일 강도높은 검찰소환조사를 받은 후부터 매주 월요일 오전 그룹사 대표 20여명과 공동체 경영회의를 직접 주재하고 있다. 지난 6일에는 경영쇄신위원회를 출범해 직접 쇄신위원장을 맡아 위기 극복과 카카오의 혁신을 주도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 과정에서 "나부터 부족한 부분을 반성하겠다"(10월30일), "위기 극복을 위해 앞장서 책임을 다하겠다"(11월6일) "모든 사업을 원점 재검토하겠다"(11월13일) 등의 발언도 내놓았다. 

그간 경영 일선에서 물러서 있던 김범수가 직접 나선 데에는 카카오 창업자로서의 책임의식도 있지만 위기의 카카오를 구할 만한 리더십 있는 인물이나 체계적인 시스템이 아예 부재하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카카오는 단기간내 빠른 속도로 성장하며 계열사를 144개까지 늘려왔지만 각 조직을 이끄는 경영진은 도덕적 해이로 여러 차례 논란이 되며 내부 구성원들과 주주들의 원성을 샀다. 결국 카카오는 창업자 외에는 책임을 질만한 제대로 된 리더십이 없다는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성장에만 치우친 경영 전략에 기업인 기본인 '준법경영'과 '윤리'나 '상생' 같은 가치도 무시됐다. 한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카카오가 시장에 진입한다고 하면 다들 '무섭다' 라고 말해왔다"라며 "국민들에겐 친숙한 플랫폼이지만 스타트업 입장에선 카카오에 의해 생존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토로했다.  

김 센터장은 연말까지 지속해서 비상 경영 회의를 주재하며 카카오의 신뢰 회복과 내부 기강 다지기에 주력할 계획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구성원들과의 소통 역시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면적인 인사 개편을 통해 제대로 된 리더십을 세우는 것도 남은 과제다. 

카카오노조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그간 카카오가 지적받아왔던 문제 중 하나가 바로 김범수의 회전문 인사였다"라며 "구성원들의 애사심과 사기가 떨어져 있는 이 시점에서 각 계열사를 이끄는 경영진들의 전면적인 교체가 이뤄져야만 진짜 쇄신이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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