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 VS 정보통신관리법 위반...온도차
스타트업 '스마트스코어' 민사소송 예정
"경쟁 심한 IT업계 도덕적 해이" 분석도
"카카오, IT 소명의식 되찾아야" 여론

카카오 판교 오피스/ 사진.=카카오
카카오 판교 오피스/ 사진.=카카오

[데일리임팩트 황재희 기자] 카카오그룹 내 스포츠 사업을 담당하는 카카오VX 와 골프 플랫폼 스타트업 스마트스코어의 기술 도용 법적 분쟁이 장기화될 조짐이다.

스마트스코어는 뒤늦게 시장에 진입한 카카오VX가 자사의 사업 아이디어와 기술을 도용했다며 책임을 묻고 피해보상을 받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카카오VX는 해당 기술이 스마트스코어의 독점기술로 볼 수 없는데다 자신도 특허 침해를 당한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IT업계에서는 기술 진입 장벽이 낮은 시장에 자금력을 앞세운 빅테크 기업이 뛰어들면서 유사한 분쟁이 증가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단기적으로는 해당 시장 규모가 커지고 경쟁이 촉진돼 서비스가 개선되는 요인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규모가 큰 기업이 시장을 잠식하며 기존 스타트업 생태계가 위협받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법원은 최근 스마트스코어가 카카오VX를 상대로 제기한 부정경쟁행위 등 금지 청구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결과적으로 카카오VX가 부정경쟁을 하거나 경쟁사의 영업비밀을 침해한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판정해 카카오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에 대해 스마트스코어는 유감이라며 민사소송 본안은 지속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스마트스코어는 지난 2월 카카오게임즈 자회사 카카오VX가 자사의 골프장 관리 솔루션을 모방했다며 가처분 신청과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스마트스코어는 전국 300여개 골프장 카트에 태블릿 PC를 제공해 골프 경기 스코어를 입력하는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며 있는데 지난 2021년 카카오VX도 유사한 서비스를 내놓았다.   

박노성 스마트스코어 부대표는 데일리임팩트에 "소송을 제기한 이유는 당사의 모든 화면 솔루션을 차용해 개발했을 정도로 UI, UX등 서비스 외관이 너무 똑같이 설계됐기 때문"이라며 "외관 뿐 아니라 골프장과 영업비밀로 관리되는 부분까지 카카오VX가 해킹을 통해 역설계해 개발했고 관련 증거도 명백해 기술 탈취가 맞다"라고 주장했다.  

카카오도 일정 부분은 인정하고 있다. 실제로 과거 스마트스코어에서 근무하던 직원 3명이 카카오VX로 이직했는데, 두번째 직원이 떠난 이후 스마트스코어의 관리자 페이지에 카카오가 무단침입한 횟수가 크게 증가했다는 것이다.

다만 행동 수위의 심각성에 대해선 양사 입장에 온도차가 존재한다. 스마트스코어는 수백번의 무단 접속이 있었던 만큼 불법적인 해킹이며 이를 통해 고객사인 골프장들과의 영업 기밀 등 중요 정보가 누출됐을 가능성을 지적한다.

박 부대표는 "제일 힘든건 카카오가 우리의 모태가 되는 서비스를 베낀 후 솔루션을 무상으로 골프장에 제공했다는 것"이라며 "우리도 기존 거래처를 뺏길 수 없어 손해를 감수하고 300여개 골프장에 (태블릿) 가격을 맞춰줄 수 밖에 없었는데 수십억원의 자금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어 피해보상을 요구한다"라고 말했다. 

반면 카카오VX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스마트스코어 관리자 페이지 접속은 해킹이 아닌 정보통신관리법 위반에 해당되는 문제"라고 반박했다. 이와 함께 "카카오VX는 골프장 청약 기능 특허를 취득하고 있는데 스마트스코어가 이를 일년전 무단으로 사용한게 확인됐다"라고 덧붙였다.

카카오 계열사의 기술탈취 분쟁은 카카오VX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카카오헬스케어도 당뇨관리 디지털플랫폼 사업 진출을 선언하며 스타트업 아이디어 도용 의혹에 휩싸였다. 

스타트업 한 관계자는 "카카오의 사업 확장 주요 전략은 카카오 브랜드와 기술력, 카카오톡, 카카오페이 등 연계 서비스와 자금력으로 기존 업체를 인수하고 많은 투자를 받아 몸집을 불리는 것"이라며 "문제는 카카오가 IT 본연의 기술에 대한 투자보다는 단기간에 시장에서 돈벌 수 있는 곳을 노리는 욕심"이라고 꼬집었다. 

IT업계에 만연한 도덕적 해이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빅테크 기업들은 일부 스타트업의 기술과 서비스를 베끼는 부분을 쉽고 당연하게 생각해 큰 문제라고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스마트스코어에서 일하다 카카오VX로 이직한 직원들 역시 동종업계 이직 시 영업기밀을 누설하지 않는다는 각서와 비밀유지계약서까지 썼지만 이번 사례에서 보듯 지켜지지 않았다. 현재 진행중인 카카오VX의 피의자 경찰 수사에서는 카카오의 직원 뿐 아니라 최고레벨경영진까지도 혐의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데일리임팩트에 "혁신과 기술개발의 상징으로 인식되던 빅테크의 사업규모와 범위가 확대되며 본연의 정체성이 많이 사라지고 있다"며 "꾸준한 연구개발(R&D)을 통한 기술확보보다는 자금력을 앞세운 기술 기업 인수 등 기존 재벌 대기업이 보였던 사업행태를 답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 교수는 "카카오가 기업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초심으로 돌아가 기술개발과 혁신적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사업을 영위하려는 IT기업으로서 소명의식이 필요해보인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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