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리스트' 정한 KB금융, 내달 숏리스트 발표 예정
KB도 당국 입김 영향권 분석
교체 시 ‘관치 논란’ 가능성

KB금융 여의도 본점 신관. / 사진=KB금융.
KB금융 여의도 본점 신관. / 사진=KB금융.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오는 11월 임기 종료를 앞둔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후임을 뽑는 절차가 본격 개시된 가운데, 또 한번 관치 압박이 금융권에 드리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금융당국 수장이 KB금융 회장 선임 절차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하면서 사실상 이번 인사에도 당국의 입김이 개입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 초 신한금융과 우리금융 회장 선임 과정에서 금융당국 발 관치가 결과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미 KB금융이 부회장 3인을 포함해 차기 구도가 어느 정도 명확한데다, 당국에서도 ‘관치는 없다’는 입장으로 서둘러 진화에 나선 만큼 예상 가능한 수준에서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2023년 상반기 그룹 경영전략회의'에서 경영진 대상으로 특강을 하고 있다. / 사진=KB금융.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2023년 상반기 그룹 경영전략회의'에서 경영진 대상으로 특강을 하고 있다. / 사진=KB금융.

8월경 최종 후보군 결정 전망

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KB금융그룹은 오는 11월 말 임기가 종료되는 윤종규 회장의 후임자 선임을 위한 과정에 착수했다. 통상적으로 회장 선임은 복수의 롱리스트(1차 후보군)을 마련한 후, 이를 기반으로 최종 후보군인 ‘숏리스트’를 작성한다.

3~5명에 달하는 숏리스트가 마련된 후, KB금융 내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거쳐 최종 후보자 1인이 정해진다. 앞서 언급한 윤종규 회장의 임기 종료 시점(11월 말)을 감안하면 이르면 오는 9월 중 차기 회장의 윤곽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인 명단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현재 KB금융은 10~20명 수준의 롱리스트(1차 후보군)는 이미 마련된 것으로 전해진다. 그간의 회장 선정 과정과 내규에 비춰보면 현재 KB금융의 부회장 3인을 포함해 주요 계열사의 CEO, 그밖에 일부 외부 인사 또한 포함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역대 사례를 비춰보면 내부 10인, 외부 10인의 총 20명의 롱리스트가 마련됐을 것”이라며 “물론, 추가 연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윤종규 회장 또한 롱리스트에 이름을 올렸을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왼쪽부터)KB금융 부회장 트리오를 구축하게 된 허인 국민은행장, 이동철 KB국민카드 대표, 양종희 현 부회장. / 사진=각 사.
(왼쪽부터)KB금융 부회장 트리오를 구축하게 된 허인 국민은행장, 이동철 KB국민카드 대표, 양종희 현 부회장. / 사진=각 사.

부회장 3인 등 계열사 CEO 주목받아

현재 업계에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물들은 현재 KB금융 부회장직을 맡고 있는 최근 몇 년간 신설된 부회장직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허인, 양종희, 이동철 부회장 등 3인이다.

이 같은 부회장 체제를 윤종규 회장이 직접 만들었다는 것 또한 이들 3인이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되는 이유 중 하나다. 지난 2020년 연임에 성공한 이후, 윤종규 회장은 곧바로 부회장직을 부활시키면서 양종희 당시 KB손해보험 사장을 부회장으로 임명했다. 그리고 이듬해인 지난 2021년에는 허인 당시 KB국민은행장과 이동철 당시 KB카드 대표가 나란히 부회장으로 승진‧이동하며 현재 ‘부회장 3인’ 체제가 확립됐다.

당시 업계에서는 윤 회장이 부회장 체제를 부활시킨 것 자체가 차기 구도를 염두에 둔 결정이었다는 분석이 우세했다. KB금융은 지난 2010년 강정원 당시 전 KB국민은행장 겸 부회장이 물러난 이후, 부회장직을 사실상 없앴던 바 있다.

물론 부회장 3인뿐 아니라 박정림 KB증권 대표, 이재근 KB국민은행장 또한 차기 회장의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윤종규 회장의 추가 연임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입을 모은다. 임기 중 성공적인 계열사 인수합병(M&A)과 혁신 노력으로 취임 당시 어수선했던 분위기를 추스르고 KB금융을 ‘리딩금융’에 올려놓는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여기에 KB금융 내규상, 추가 연임도 가능해 윤종규 회장이 연임에 확고한 의지를 보일 경우 상당 부분 무게추가 쏠릴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다만, 현재 상황을 고려하면 일단 윤종규 회장의 연임보단 자연스러운 교체 수순에 무게가 실렸다는 것이 중론”이라며 “특히, 금융당국이 연초부터 지주회장들의 셀프 연임에 대해 사실상 반대 의사를 밝혀온 점도 고려사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6월 29일 서울 영등포구 굿네이버스회관에서 열린 소상공인 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금융감독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6월 29일 서울 영등포구 굿네이버스회관에서 열린 소상공인 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금융감독원.

관치 논란, 다시 재현될까

다만, 금융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KB금융 회장 선정 과정의 핵심 변수는 내부가 아닌 외부에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 정부 들어 금융감독원을 중심으로 금융당국이 금융지주사 회장들의 연임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기조가 팽배해졌기 때문이다.

앞서 진행된 신한금융과 우리금융 회장 인사 과정에서도 금융당국의 입김이 적잖은 영향을 미친 점 또한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실제로 연초 우리금융 회장 인선 당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당시 손태승 회장에 대해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며 사실상 연임에 나서지 말 것을 권고한 바 있다. 반면, 최종 면접 직전 용퇴를 선택한 조용병 당시 신한금융 회장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존경스럽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근에도 이복현 원장은 KB금융 회장 인선 과정에 대해 언급하며 또 한번의 ‘관치 논란’을 재점화시켰다. 최근 한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낸 이복현 원장은 “KB금융 회장 승계 절차가 후보들에 대한 공평한 기회 제공 등 합리적으로 이뤄졌으면 하는 기대가 있다”며 “KB금융 회장 인선 절차가 업계의 모범을 쌓는 그런 절차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특히, 이복현 원장은 “다른 금융지주와 비교했을 때 KB금융은 상대적으로 승계 프로그램도 잘 구성돼 있고 여러 가지 노력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최근에도 조금 더 개선의 여지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 의견을 드린 바도 있다”고 언급했다.

금융업계 내부에선 ‘개선의 여지’라는 부분에 주목하고 있다. 사실상 타 금융지주사와 마찬가지로 ‘개선의 여지’라는 표현을 앞세워 일정 부분 인사에 목소리를 내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금융지주사의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과거부터 당국을 중심으로 현재 지주회장의 연임을 ‘셀프연임’이라고 규정지어온 바 있다”며 “그런 까닭에 일각에선 ‘개선의 여지’라는 부분이 아마도 현(現) 회장이 롱리스트에 자연스럽게 포함되는 내규를 언급한 것이라는 해석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이후 이복현 원장이 직접 “개별적인 스케줄에 대한 언급이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오해 받는 행동은 안 하겠다”며 관치 논란에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미 같은 자리에서 관치 해석이 가능한 발언이 나온 만큼 KB금융 또한 당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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