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역협회 보고서…대만, 미국 내 수입시장 점유율 7.7%p 상승
“미국, 전 세계 반도체 수요 22% 차지…한국도 시장 경쟁력 강화해야“

미국은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를 통해 반도체 산업 주도권을 확실히 가져오겠다는 의중을 드러내고 있다. 다만 미국발 공급망 재편의 수혜가 대만에 돌아갔다는 분석이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미국은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를 통해 반도체 산업 주도권을 확실히 가져오겠다는 의중을 드러내고 있다. 다만 미국발 공급망 재편의 수혜가 대만에 돌아갔다는 분석이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미국이 중국을 배제한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면서 대만이 최대 수혜를 봤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꺾기 위해 우방국을 중심으로 공급망을 재편하면서 제조기술력을 가진 한국이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주요국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비율이 낮은 데다, 장비·소재를 해외에서 수입하고 대중국 교역 의존도마저 높아 미국의 대중국 제재 강화가 한국 반도체 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관측됐다. 

28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표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따른 한국의 기회 및 위협요인'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반도체 수입 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30.1%에서 지난해 11%로 감소했다. 

한국기업들의 미국 시장 진출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결과는 다르게 나타났다. 한국의 점유율은 11.2%에서 13.2%로 2.1%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대만의 점유율은 9.7%에서 17.4%로 7.7%포인트 올랐고, 베트남도 2.6%에서 9.1%로 6.4%포인트 상승했다. 미중 디커플링(탈동조화)에 따른 반사이익이 크지 않았던 셈이다. 

미국 반도체 수입시장의 국가별 비중. 출처. 한국무역협회.

보고서는 그 이유를 주요국과 비교해 연구개발(R&D) 투자 비율이 낮은 점에서 찾았다. 지난해 한국의 반도체 매출 대비 R&D 투자금 비율은 8.1%로 미국(16.9%), 중국(12.7%), 일본(11.5%), 대만(11.3%)보다 낮았다. 

소재·장비의 높은 해외 의존도 역시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특정국에 기대는 모습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수입 금액이 1만달러 이상인 80개 반도체 장비 중 특정 국가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90% 이상인 품목은 37.5%(30개)로 나타났다. 반도체 소재도 수입금액 1만달러 이상 66개 품중 가운데 18.2%가 특정국 수입의존도가 90% 이상이었다. 이는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으로, 공급망 교란에 취약함을 의미한다. 

보고서는 미국발 공급망 재편에 동참할 경우, 안정적인 공급망을 기반으로 장비·소재의 대외 의존도 리스크를 경감시킬 수 있고, 신규 시장 진출의 기회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지난해 전 세계 반도체 수요의 21.6%를 차지할 정도로 큰 시장이다.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등과 같은 빅테크들의 거점이기도 하다. 

게다가 미국이 대중국 기술 견제를 강화하고 있는 만큼, 중국에 편중된 반도체 수출 구조를 다변화하는 차원에서 미국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반도체 제조 강국인 한국이 기술력 강화와 함께 장비·소재의 자립을 추진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를 위해 세액공제율과 R&D 지원을 확대해 반도체 기업들의 투자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최근 메모리반도체 수요 부진으로 단기적으로 관련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감소할 전망이라, 투자 환경을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대만은 R&D·설비 투자 세액공제를 기존 15%에서 25%로 확대하는 개정안을 발의하며 전폭적인 지원에 나섰다. 그러나 한국은 대기업 세액공제를 현행 6%에서 8%로 늘리는 데 그쳤다. 

보고서는 중국의 제재 등을 우려하는 시각에 대해서도 중장기적으로 긍정적 효과가 더 크다고 봤다. 중국은 최대 수출시장이지만, 반도체 장비와 소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고, 완성품 경쟁력도 한국이 앞서기 때문이다. 중국과 오랜 기간 분업구조를 형성한 만큼, 단기적으로는 마찰을 최소화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과도한 대중국 의존도를 점진적으로 감축해나가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보고서는 “메모리반도체에서 우위를 유지하고, 장기적으로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면서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견제하고 있는 지금이 미국 시장을 선점할 적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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