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세 인상에 항공권 가격 연달아 고공행진

덩달아 뛰는 환율과 금리에 업계 고정비 부담 급증

외부 변수라 프로모션 뿐 소극적 대처 외에는 불가능

대한항공의 항공기 모델 중 하나인 ‘에어버스 330’의 모습. 사진.대한항공
대한항공의 항공기 모델 중 하나인 ‘에어버스 330’의 모습. 사진.대한항공

[데일리임팩트 김현일 기자] 모처럼 거리두기 해제로 인한 여행수요 급증에도 불구하고 고유가·고환율·고금리 3중고에 항공업계가 속앓이 중이다.

수요가 코로나19 이전으로 완벽히 부활한 것도 아닌데 유가와 환율 급등으로 고정비 지출이 늘고 있어 여행성수기를 앞두고 그나마 있는 수요도 꺾일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2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오는 7월 대한항공의 국내선 유류할증료는 1만9800원으로 전월 대비 2200원 오를 예정이다.

국제선 기준 편도 기준 거리 비례별로 유류할증료를 무려 29만3800원까지 부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항공권 가격은 적어도 코로나 이전인 2019년 대비 2배가량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항공·아시아나 기준 다음달 마지막 주 기준 인천~뉴욕 왕복 항공권 최저가는 340만원 수준이다. 유럽의 경우 인천~파리 왕복 최저가는 260만~280만원에 달한다. 일본 도쿄 왕복 역시 60만원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 중이다.

유류비의 경우 항공사 운영비의 20~30%를 차지하기 때문에 유가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 오른 유가를 항공권 가격에 반영하지 않으면 항공사들은 적자 운행을 해야 한다.

지난 2020년만 해도 배럴당 10달러대까지 하락했던 국제유가는 현재 120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유가가 배럴당 1달러 변동할 경우 항공사는 통상 3000만 달러(360억원)의 손익 변동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에어의 B777-200ER모델. 사진.진에어
진에어의 B777-200ER모델. 사진.진에어

이런 상황에서 미국연방준비은행이 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감행한 것도 항공산업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금리가 오를 경우 소수의 항공기를 구매하기보다는 다수의 항공기를 리스하는 사업 방식을 취하고 있는 상당수 항공사들은 매년 갚아야 할 이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평균 금리가 1% 오를 시 대한항공은 570억원, 아시아나항공은 345억원을 추가 부담하게 된다.

실제로 대형항공사(FSC)인 아시아나항공도 자가 항공기 자산(9324억원)보다 리스항공기 자산(1조8737억원)이 2배 가까울 정도로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로 인해 2021년 항공사들은 산업 회복이 전망됨에도 불구 항공기를 반납하는 선택에 내몰리기도 했다.

급등하는 환율 역시 유류비와 항공기 리스료를 외화로 지급해야 하는 항공사들에게 엄청난 부담이다.

지난해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560억원의 외화 손실이 발생한다. 아시아나항공도 환율 10원 변동 시 상반기 말 기준 343억원의 외화환산손익이 예상났다.

이날 기준 원·달러 환율은 1295원으로 1300원을 목전에 두고 있다. 지난해 6월 21일 기준 원·달러 환율이 1131원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했을 때 170원가량 상승한 것이다.

이같은 고유가·고환율·고금리는 항공사들의 고정비 지출을 부추긴다. 항공사들의 영업비용 중 고정비 비중은 30~40%로 다른 산업군에 비해 높은 편이다. 항공업계 추산에 따르면 항공사 별 고정비용은 대한항공의 경우 매월 4000억~5000억원, 아시아나항공은 2000억~3000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저비용항공사(LCC) 중 가장 규모가 큰 제주항공 역시 200억~300억원 안팎의 고정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항공협회는 과거 국적항공사들이 매월 지출하는 고정비가 9000억원에 이른다는 추산을 내놓기도 했다.

여기에 인원 확충으로 인해 그동안 줄여왔던 인건비 역시 다시금 늘려야만 한다. 지금까지 항공사들은 유급휴직을 통해 고용을 유지하면서도 인건비를 절약할 수 있었다. 하지만 휴직·휴업 수당의 최대 90%까지 정부가 보전해주는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연장이 불투명해지며 많은 인원들에게 무급휴직 혹은 해고를 강요하게 되는 시기가 도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내면서 정부 지원을 받지 않게 됐지만, 이런 이유로 아시아나항공과 저비용항공사(LCC)들의 경우 고용유지지원금의 연장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상황이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사실 국제선 운항률이 아직 회복이 덜 된 상태에서 고용유지지원금이 끊기는 것은 업계 전체적으로도 부담이다”라고 말했다.

김포공항 부지 내 위치한 아시아나항공 본사 전경. 사진.아시아나항공
김포공항 부지 내 위치한 아시아나항공 본사 전경. 사진.아시아나항공

유가나 환율문제는 항공사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 만큼 항공사들은 프로모션과 증편을 통해 고객이라도 끌어 모으려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말 그대로 ‘고정비라도 벌겠다’는 심산인 것이다.

대형항공사들은 그동안 쌓은 마일리지로 항공권을 구입하려는 소비자에게 혜택을 주는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대한항공은 다음달 인천∼라스베이거스, 인천∼밀라노, 인천∼비엔나 노선의 운항을 순차적으로 재개하면서 보너스 항공권 프로모션을 운영한다. 아시아나항공은 대형기 A380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와 태국 방콕에 투입하며 특가 및 마일리지 적립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이번 달부로 다시 열린 일본과 인기 높은 동남아 노선의 운항을 확대하며 실적 개선을 꾀한다.

진에어는 이달부터 인천~오사카·나리타 노선을 주 2회에서 4회로 증편한다. 티웨이항공도 주 1회 운항하던 인천~후쿠오카·오사카·나리타 등 3개 노선을 주 2회로 늘린다. 제주항공은 이달 인천~방콕·보홀·나트랑·코타키나발루 등 국제선 19개 노선에서 총 246회 운항할 계획이다. 전달 대비 노선수는 약 138%, 운항횟수는 62% 증가한 수치다. 

영구채 발행과 유상증자 실시 등으로 자금을 조달하기도 했다. 

제주항공은 지난달 두 차례에 걸쳐 사모 영구채 790억원을 발행했으며 에어부산은 약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며 현재 발행된 보통주를 3분의 1로 줄이는 무상감자를 창사 이래 처음으로 결정해 화제를 모았다. 티웨이항공은 지난 4월 121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로 현금을 확충하며 1분기 8000%대에 육박하던 부채비율은 500%대로 대폭 낮춘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일 정부도 코로나19로 강화했던 인천공항의 항공기 운항 규제를 전면 해제하며 항공권 가격 안정에 나섰다. 2020년 4월부터 시행한 시간당 항공기 도착편수(슬롯) 제한을 풀어 2배 가량 운항편을 늘렸으며 오후 8시부터 오전 5시까지 항공기 이착륙을 전면 금지했던 커퓨도 사라지면서 인천국제공항이 24시간 정상운영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3주 정도 후면 국제선 정상화가 이루어지고 7월 여름휴가철 항공권 가격이 안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해외 입국자에 대한 검사가 현행대로 유지되면서 실질적인 수요 확대를 저해할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이미 대다수의 선진국들은 입국장 PCR검사와 신속항원검사를 면제하거나 기준을 완화하고 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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