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스텝 여파에 시중은행 정기예금 두 달새 60조원 이상↑

정기예금 금리도 6%대 도달…은행-저축-인뱅 경쟁 본격화

사진. 이미지투데이.
사진. 이미지투데이.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11년 만의 ‘기준금리 3% 시대’ 개막과 함께 국내 은행권 내 ‘예금 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는 기준금리 인상과 불확실한 금융환경 속에서 지난달 은행 정기예금으로만 무려 36조원의 자금이 유입되는 등 안전자산을 찾아 시중자금이 유입되는 ‘역머니무브’ 기조의 강화에 따른 전략적 행보다.

이미 시중은행들이 정기예금의 금리를 연 5%대까지 올리며 예금 전쟁에서 치고 나간 가운데, 전통적으로 금리경쟁력을 앞세워 온 저축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들도 예금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예금 금리 인상을 적극 시도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예금 금리의 적극적 인상 시도가 일련의 대출금리 인하와 더불어 지난 8월부터 시행된 예대금리차 공시에 대비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그럼에도 이같은 적극적인 예금 경쟁력 확보가 추후 대출 영업을 포함한 수익성 강화를 위한 든든한 실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준금리 인상 기조 속, 예금 전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한국은행의 사상 두 번째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p 인상)을 포함해 전반적인 기준금리 인상기조 속에서 예금 수요를 확보하기 위한 국내 은행권 내 예금 금리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 같은 은행권 내 소위 ‘예금 전쟁’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기준금리 인상이 올해까지 지속되는 상황에서 ‘역머니무브(주식 등 위험자산에서 은행 예‧적금 등 안전자산으로 시중자금이 이동하는 현상)’가 올해 연말, 나아가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기준금리 변동 추이. 디자인. 김민영 기자.
기준금리 변동 추이. 디자인. 김민영 기자.

정기 예금 行 자금 이동 ‘뚜렷’

실제로 한국은행은 지난주 금통위에서의 빅스텝을 포함해 지난 4월부터 5회 연속 기준금리를 올렸다. 그 결과 연초 1.25% 수준이었던 기준금리는 현재 3%까지 상승했다.

기준금리의 인상은 곧 은행 여수신 금리의 상승으로도 이어졌다. 특히 은행권을 중심으로 발 빠르게 기준금리 인상분을 반영한 수신(예‧적금)금리 인상이 이어지면서 지난 상반기부터 본격화된 은행권으로의 자금 유입 현상은 하반기에도 지속되고 있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정기예·적금은 전월 대비 34조1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지난 2001년 12월 이후 최대 증가 폭이다.

특히, 언제든 현금화가 가능해 시장 유동성을 파악할 때 사용되는 M2(광의통화) 통화량은 3년 6개월만에 감소세로 전환된 지난 3월 이후, 4월부터 5개월 연속 늘어났다. 이는 앞서 언급한 ‘역머니무브’의 영향으로 해석되는데, 내년 상반기까지 기준금리 인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M2통화량 증가세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반면, 국내 증권 및 투자펀드 규모는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가계의 국내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 규모는 전년 동기대비 11조2000억원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저축성 예금이 16조4900억원 가량 늘어난 것과 대비되는 현상이다.

특히 주목해볼 부분은 앞서 언급했던 소위 ‘빅스텝’의 효과다. 지난 7월 사상 첫 빅스텝 단행 이후에도 ‘당분간 0.25%p 수준의 점진적 금리 인상을 하겠다’던 한국은행이 전격적으로 두 번째 빅스텝을 단행한 직후 시장의 자금 이동 흐름도 요동쳤다.

특히, 이번 빅스텝을 통해 기준금리가 3%에 도달하면서 은행 정기예금으로의 자금 유입도 가팔라졌다.

실제로 데일리임팩트가 확인한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정기 예금 잔액은 약 791조 9510억원(19일 기준)이다. 이는 두 번째 빅스텝 단행 직전인 지난 11일의 예금 잔액(771조9300억원)보다 20조가량 많은 수치다. 사실상 단 한번의 빅스텝으로 약 20조원의 자금이 정기 예금 상품으로 몰린 것이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이처럼 예금으로 유입되는 자금 규모가 커지면서 은행권도 적극적인 예금 고객 유치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또 한번의 빅스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예금 수요 확대를 위한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디자인. 김민영 기자.
디자인. 김민영 기자.

어느덧 6% 금리, 예금 경쟁 ‘본격화’

이처럼 예금으로의 자금 유입이 늘어나면서 국내 은행권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제로(0)금리’ 수준이었던 정기예금의 금리를 큰 폭으로 올리며 자금 유치 행보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가장 활발한 곳은 역시 시중은행들이다. 제로금리를 일찌감치 탈출한 시중은행의 예금 금리는 이제 5%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19일 기준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 상품 가운데 가장 높은 금리를 지원하는 정기예금은 우리은행의 ‘WON플러스예금’이다. 연 4.65%를 제공하며 정기예금 금리 5%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특히, 지난달 말 기준 ‘WON플러스예금’의 금리가 연 4.18%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불과 3주 사이에 금리가 0.5%P 가량 오른 셈이다.

또 하나은행의 ‘하나의정기예금’은 연 4.6%의 금리를 제공한다. 신한은행의 ‘쏠편한 정기예금’과 KB국민은행의 ‘KB Star 정기예금’도 각각 연 4.55%, 연 4.39%의 금리를 적용했다. 우리은행 예금상품과 마찬가지로 해당 은행 3사의 예금 금리 역시 3주 새 각각 0.45%p(하나), 0.35%p(신한), 0.48%p(KB국민) 인상됐다.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높은 금리를 지원하는 정기예금 상품은 DGB대구은행의 ‘DGB함께예금(연 4.95%)’다. 이밖에 △DGB주거래우대예금(첫만남고객형‧연 4.85%) △BNK부산은행 더(The) 특판 정기예금(연 4.70%) △스탠다드차타드은행 e-그린세이브예금(연 4.70%) 등도 5%에 육박했다

이처럼 시중은행이 공격적으로 예금 금리를 올리면서 기존에 금리경쟁력을 앞세워 성장해온 저축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도 부랴부랴 인상에 나서고 있다. 특히 일부 저축은행은 ‘연 6%’를 적용한 상품을 공개하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4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4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실제로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은 지난 19일부터 회전정기예금의 금리를 비대면 가입 기준, 기존 대비 1.79%p 인상했다. 이로써 기존 4.21% 수준이던 금리는 최고 연 6%에 도달했다. 대면 가입의 경우에는 기존 대비 2%p 오른 연 5.91%의 금리가 적용된다.

OK저축은행도 어제부터 △OK안심정기예금 △OK정기예금 △OK E-플러스 정기예금 △중도해지OK정기예금369 △중도해지 OK 정기예금 등의 정기예금 금리를 최대 1.25%p 올렸다.

특히 이 가운데 ‘OK E-플러스 정기예금’의 경우, 약정기간(1년) 만기 해지 시 기본금리 연 3.0%에 우대금리 2.5%p를 더한 최고 연 5.5%의 금리를 적용한다.

이같은 금리 인상을 토대로 국내 저축은행 업계 내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4.97%까지 오르며 5%대를 눈앞에 뒀다.

이밖에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 역시 1~2%p 수준의 금리인상을 단행하며 정기예금 금리를 연 4%대 중후반까지 끌어올렸다.

금융업계에서는 이러한 국내 은행권 내 ‘예금 경쟁’이 기준금리 인상이 예고된 내년 1분기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 미국 연준의 긴축 강화의 여파로 국내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당분간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일각에서는 다음 달로 예정된 올해 마지막 금통위에서 또 한번 빅스텝을 단행할 경우, 시중은행에서도 ‘연 6%대’ 정기예금이 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럴 경우, 이미 6%대 금리를 보유한 저축은행과 수신 잔액 확보에 집중하고 있는 인뱅 업계 역시 경쟁적으로 예금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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