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노란봉투법 연내 입법 강행

쟁의행위 및 손배 면책 범위 확대

불법 파업 벌여도 책임 묻기 어려워

경영계 “운동장 뒤집어질 판” 우려

지난 7월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도크에서 하청지회의 불법 점거로 진수가 중단된 지 5주만에 30만톤급 초대형원유운반선이 성공적으로 진수 되고 있다. 사진은 본문과 상관 없음. 사진.대우조선해양
지난 7월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도크에서 하청지회의 불법 점거로 진수가 중단된 지 5주만에 30만톤급 초대형원유운반선이 성공적으로 진수 되고 있다. 사진은 본문과 상관 없음. 사진.대우조선해양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일명 노란봉투법을 놓고 경영계에 불안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사실상 입법을 저지할 수단이 마땅치 않아서다. 

야당은 민생입법과제에 노란봉투법를 포함시키고 정기 국회에서 입법을 강행하기로 결정했다. 정부와 여당은 마지막 카드로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검토 중이지만, 윤 대통령이 최후의 수를 둘지는 미지수다. 반도체 산업 육성을 골자로 한 국가첨단전략산업법 개정안을 비롯한 중요 법안들이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반도체 특별법 등도 여야 입장차가 큰 만큼, 야당의 협조를 구하기 위해 노란봉투법 입법과 맞바꾸는 정략적 거래가 이뤄질 가능성을 경영계는 우려하고 있다. 

경영계는 ‘노동조합(노조)의 불법행위를 견제할 장치가 없다’면서 여론 환기에 나서는 한편, 불균형한 노사 관계를 집중적으로 알리는 데 무게를 싣고 있다. 다만 2020년 공정경제 3법 제·개정 당시 단체행동을 나섰음에도 법안 저지에 실패했던 전적이 있어 경영계의 불안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노동쟁의는 폭넓게, 불법 시 손해배상은 사실상 불가능

노란봉투법은 쌍용차 불법파업 이후 47억원의 손해를 배상하라는 법원 판결이 내려지자, 한 시민이 4만7000원이 담긴 노란봉투를 전달한 데서 유래됐다. 최근 대우조선해양이 파업 이후 하청 노조에 47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면서 재점화 됐다. 최근 1달 사이 국회 발의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 개정안은 5건, 노동쟁의에 대해 기업이 손해배상, 가압류와 같은 경제적 제재를 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안의 취지는 노조 활동이 제약되거나 손해배상 책임으로 인해 노조와 근로자가 생계의 곤란을 겪는 상황을 막자는 데 있다.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자는 것이다. 

문제는 노동쟁의의 범위가 넓어질 뿐만 아니라, 사용주의 책임이 필요 이상으로 커진다는 점이다. 개정안은 근로조건이나 사용자와의 의견 불일치로 발생하는 분쟁도 모두 노동쟁의로 간주된다. 희망퇴직과 같은 인력 유연화 방안에 대해 노조가 투쟁할 길이 열린 셈이다. 법에 의거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 외의 노조 활동도 근로여건을 개선하려는 행위로 간주했다. 

또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영향력을 행사할 경우,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규정해 원청업체가 하청 근로자와 단체교섭 등에 임해야 할 책임을 지게 됐다. 1·2·3차 협력사까지 있을 경우, 수천곳 이상의 업체와 근로조건을 협상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하청 노조가 사업장 점거와 같은 과격한 투쟁을 벌이지 않아도 원청과 근로조건을 놓고 협상할 수 있다는 뜻이다. 최근 대우조선 하청 노조나 하이트진로 화물기사 노조 모두 원청업체가 대화를 거부해 점거 농성이 시작된 경우로, 원청과의 교섭이 제도적으로 보장되면 ‘불법 파업’도 크게 줄어든다.

노조의 활동이 광범위하게 인정된 것과 달리, 불법행위가 벌어져도 책임을 묻기 어렵게 했다. 현행 노동조합법 제3조에 따르면, 사용자가 법에 의거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인해 손해를 입은 경우 노조 또는 근로자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폭력이나 파괴로 인한 직접적 손해’를 제외하고는 노조나 근로자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게 했다. 게다가 ‘노조에 위해 계획된 쟁의행위’에 대해 근로자에게 책임을 묻지 못하게 단서조항을 달았다. 사용자의 영업손실, 근로자 또는 노조의 위법행위에 따른 간접적 피해 역시 손배해상을 요구할 수 없다. 설령 손해배상 책임이 있더라도, 노조의 존립을 위협하는 수준의 액수를 청구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배상의무자가 법원에 감면을 청구할 수 있게 했다. 

불법행위 견제 어려워…커지는 ‘파업 만능주의’ 불안

지난 2일 CCTV에 잡힌 하이트진로 강원공장 앞을 막고 있는 화물연대 노조원들의 모습. 사진. 하이트진로
지난 2일 CCTV에 잡힌 하이트진로 강원공장 앞을 막고 있는 화물연대 노조원들의 모습. 사진. 하이트진로

어디까지 합법적인 노동쟁의로 볼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지만, 동시에 기업의 방어권도 함께 고려될 필요가 있다. 이미 노사관계의 균형이 무너진 상황에서 부당노동행위를 제지할 수 없게 된다면 마른 장작에 불 불 듯 역효과가 커질 수 있다. 

실제 노사협력순위에서 한국은 전체 141개국 중 130위로 하위권이다. 최빈국인 모잠비크(131위)와 유사할 정도로 노사관계가 후진적이라는 의미다. 2010년부터 2020년까지 연평균 근로손실일수만 봐도, 한국은 38.1일로 미국(8.2일), 일본(0.2일), 독일(4.6일), 영국(17.8일)을 훨씬 웃돈다. 

이에 따른 경제적 손실도 상당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이 2017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지난 5년간 언론에 보도된 파업을 집계했더니 17건, 피해액은  6조5460억원에 달했다. 파업의 피해는 협력사, 소비자로까지 이어졌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가 51일 동안 파업을 벌인 결과 협력사 7곳이 문을 닫았다. 2019년 르노자동차 파업 여파로 협력사 1곳이 폐업했다. 

주요국 대체근로 및 직장점거, 부당노동행위 제도 비교. 자료, 전경련.

무엇보다 파업으로 요구를 관철시키는 관행이 되풀이 되면서 사업장 점거와 같은 사태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택배노조는 지난해 연말부터 올 3월까지 택배요금 인상분 배분을 놓고 총파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CJ대한통운 본사를 점거했다. 

하이트진로 역시 민주노총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몸살을 앓았다. 민주노총 화물연대 파업은 9일 만에 끝났지만, 하이트진로 화물운송 위탁사인 수양물류 조합원들은 이후에도 운송료 30% 인상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이어갔다. 이들은 이천·청주공장 진출입로를 막거나 서울 본사를 점거하기도 했다. 6개월에 걸친 파업으로 하이트진로는 성수기 제품 출하가 차질을 빚으면서 직·간접적으로 200억원에 달하는 피해를 입었다. 

이 같은 노조의 행태로 인해 이들에 대한 인식은 부정적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이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의 56.1%가 한국의 노조와 노동운동을 부정적으로 인식했다. 불법집회, 사업장 점거와 같은 불법행위가 공공연하게 일어나면서 63.8%가 한국의 노동운동은 과격하다고 봤다. 

경영계는 노란봉투법이 통과된다면, 파업 만능주의가 확산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파업이 벌어져도 대체 인력을 투입할 수 없는데다, 폭력·파괴행위가 벌어져도 제재할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노조가 “조직의 존립을 위협하는 과도한 배상”이라며 노동활동 탄압을 주장할 경우엔 가압류마저 여의치 않다. 

더욱이 노조는 사용자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고소·고발을 활용하고 있다. 2020년 지방고용노동관서에 신고된 부당노동행위 사건 중 15.5%만이 기소로 이어졌다.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만 일방적으로 규제하는 규정으로 벌어진 일이다. 노조가 교섭을 거부하거나 특정 노조 가입을 종용하고 운영비 지원을 요구하더라도 수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렇다보니 경제단체들은 ‘노동조합을 진짜 글로벌 수준으로 맞추자’고 요구하고 있다. 선진국처럼 노조의 불법행위를 제재할 근거를 명확히 해 노사 교섭력의 균형을 맞추자는 주장이다. 전경련은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 직장 점거 금지, 부당노동행위 제도 개선, 비(非)종사근로자 사업장 출입 시 관련 규칙 준수, 단체협약 유효기간 실효성 확대, 쟁의행위 투표 절차 개선, 위법한 단체협약에 대한 행정관청의 시정명령 효력 강화 등을 고용노동부에 건의했다. 경총과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도 지난 14일 더불어민주당 소속 전해철 환경노동위원장에게 노란봉투법 입법 중단을 청하는 의견서를 전달했다.  

투자처 매력 잃는 한국…“노조 리스크 해소돼야“

카허 카젬 한국지엠 주식회사 사장(맨 왼쪽)이 27일 서울시 서초동 자동차회관에서 열린 제20회 산업발전포럼·제25회 자동차산업발전포럼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GM 미디어 인포메이션
카허 카젬 한국지엠 주식회사 사장(맨 왼쪽)이 27일 서울시 서초동 자동차회관에서 열린 제20회 산업발전포럼·제25회 자동차산업발전포럼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GM 미디어 인포메이션

전문가들 역시 노란봉투법의 독소 조항으로 인해 기업 경쟁력이 저하되는 사태가 초래할 수 있다고 진단한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데일리임팩트에 “노동개혁이라고 포장했지만, 실상은 귀족노조 해결사 노릇을 자청한 것“이라며 “손해배상을 제한한 사례는 매우 드문 케이스“라고 꼬집었다. 

독일은 노조가 불법 파업을 할 경우 노조와 개별 근로자 모두에게 영업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영국 역시 10만명 이상 조합원을 거느린 노조에 적용되는 손해배상 상한액을 25만파운드에서 100만파운드로 올렸다. 노동권에 민감한 프랑스조차 1982년 노조의 모든 단체행동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를 금지하도록 법률을 개정했다가 헌법위원회의 위헌결정으로 무산됐다. 

조 명예교수는 “국제노동기구(ILO) 결사의자유위원회도 노조의 불법행위는 보호되지 않는다고 했음에도 굳이 역행하는 법을 만드는 건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면서 “인플레이션에 따른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현재로선 기업 경쟁력을 강화할 방안을 마련하게는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기업 경영을 볼모로 정치놀음을 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경영 전문가는 데일리임팩트에 “운동장이 뒤집어질 일만 남았다. 노조 프리패스권이 생길 판“이라며 “외국기업은 물론이고, 국내 기업들의 탈한국 러시로 인해 국가 경쟁력이 하락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노조 문제는 한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으로 불린다. 불법 파업을 자행해도 이를 옹호하는 진보 시민사회단체들의 영향력이 막강하고, 야당 등은 불법행위를 제재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가한다. 임기 내내 파업에 시달렸던 카허 카젬 전 한국지엠 사장이 “타국의 경쟁 사업장들에 비해 파행적인 노사관계가 흔하고 교섭 주기가 짧다는 점 등의 투자 방해요소들이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 국내 기업들의 해외 이탈은 가속화되고 있다. 산업부의 해외직접투자 유치 보고서에 의하면, 올 상반기 한국의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치액은 110억9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5.6% 감소했다. 반면 지난 1분기 한국에서 유출된 해외직접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123.9% 늘어난 254억달러를 기록했다. 국내에 들어온 투자액보다 해외로 빠져나간 액수가 더 큰 것이다. 2014년 이후 반기업 규제가 강화되면서 해외직접투자가 5배 이상 증가한 결과다. 한국이 세계 시장에서 안정적 투자처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경영계와 전문가들의 진단에도 불구하고 노란봉투법은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더불어민주당은 노란봉투법을 22대 민생입법과제에 포함시키고 연내 통과를 추진하기로 했다. 정의당도 노란봉투법 통과를 당론으로 채택했다. 민주당의 의석 수는 169석, 정의당의 지원 없이도 법안 처리가 가능하다. 정치권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반도체, 디스플레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법안처럼 공적으로 삼을 수 있는 법안과 달리 노란봉투법은 위험부담이 크다“며 “다만 노동개혁을 약속했고, 노동시장 유연화를 염두한 발언을 한 점을 보면 노사 양측에 모두 당근을 하나씩 ㅜ지어줄 수도 있다. 결과론적으로 노란봉투법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취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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