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없어도 물건 구입할 수 있어 후불 결제 인기 ↑

핀테크 선점에 카드사도 속속 적용하거나 도입 검토

경쟁 과열 양상에 연체율 등 각종 우려도 이어져

사진. 이미지투데이.
사진. 이미지투데이.

"당장 돈이 없어도 물건을 살 수 있어서 좋아요."
"오늘 써야 할 물건이 있는데 후불 결제 덕에 빠르게 구입할 수 있었어요."

[데일리임팩트 최동수 기자] 최근 후불 결제(BNPL·Buy Now Pay Later)를 통해 물건을 산 소비자들의 반응이다. 후불 결제란 외상으로 결제하고 한 달 뒤 등 나중에 갚을 수 있는 일종의 '외상 거래'를 의미한다. 당장 현금이 없어도 물건을 구입할 수 있어 MZ세대는 물론 많은 고객이 후불 결제 시스템을 이용 중이다.

카드 업계와 핀테크 업계는 후불 결제 서비스를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점차 경쟁에 불이 붙는 모습이다.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토스 등 핀테크 사들은 이미 적극적인 홍보에 나섰고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도 후불 결제 시장에 뛰어들었다. 다른 카드사도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아직 혁신금융서비스에 불과한 후불 결제 서비스에 빅테크·카드사가 과도한 경쟁을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과 추후 높아질 수 있는 연체율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12일 카드 업계에 따르면 KB국민카드는 올해 3분기 후불 결제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KB국민카드 사내벤처팀 '하프하프'는 최근 통합 결제 서비스 기업 다날과 후불결제 서비스 구축 및 운영을 위한 업무 제휴 계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먼저 비금융정보 기반의 대안신용평가 시스템을 공동으로 구축할 예정이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신용정보만으로 금융 이용이 어려운 씬파일러의 소비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혁신적인 결제 서비스 개발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신한카드 역시 국내 1호 대안신용평가 기업 크레파스솔루션과 함께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대안신용평가모형 개발에 착수했다. 양사는 대안신용평가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데이터 협력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양사는 금융사 및 후불 결제사에게 실질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롯데·삼성카드 등 다른 카드사도 후불 결제 서비스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토스.
사진. 토스.

후불 결제 시장, 빠르게 선점한 핀테크 체계로

현재 국내 후불 결제 시장은 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페이, 토스 등이 빠르게 선점하면서 핀테크 기업 체계로 흘러가고 있다. 네이버페이를 서비스 중인 네이버파이낸셜은 지난해 4월 국내 최초로 후불 결제 서비스를 선보였다.

네이버파이낸셜은 금융 이력이 부족한 고객들에게 금융정보와 비금융정보를 결합한 대안신용평가를 기반으로 선결제를 제공하고 있다. 네이버페이 포인트(선불전자지급수단)로 물품을 구매하고, 결제 부족분을 추후 상환할 수 있도록 하는 식이다.

카카오페이는 모바일 교통카드 형태의 후불 결제 서비스를 지난 1월 출시했고 토스도 만 19세 이상 토스 이용자 중 일부를 대상으로 후불 결제 서비스를 오픈했다.

사진. 픽사베이.
사진. 픽사베이.

늦지만 미래 고객 선점 위해 진출

핀테크가 선점한 후불 결제 시장에 카드사가 잇달아 진출하는 이유는 미래 고객 선점을 위해서다. 신용카드는 신용점수, 소득 등 금융정보를 중심으로 결제 한도를 부여하는 반면 후불 결제 서비스는 비금융정보 등을 활용한 대안신용평가 중심으로 결제 한도를 제공한다.

이에 신용카드 발급이 거부되거나 소액 단기 신용대출을 받지 못하는 대학생·사회초년생·주부 등 '씬 파일러(금융이력 부족자·Thin Filer)'도 후불 결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카드사들은 후불결제 서비스를 통해 씬 파일러·MZ세대의 유입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해외에서도 후불 결제 서비스는 이미 자리를 잡았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인사이더 인텔리전스'는 올해 미국 후불 결제 사용자가 지난해(약 4900만명)보다 21%가량 증가한 약 5930명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향후 전망도 긍정적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후불 결제 시장 규모가 오는 2025년까지 1조달러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카드사와 핀테크사 모두 후불 결제 전쟁에 참전하면서 과열 양상으로 인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후불 결제 한도가 개인 월평균 카드 이용액(50만~80만원) 수준까지 확대될 경우 상환 능력이 없는 금융 취약 계층이 서비스 이용 중 빚을 갚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출시 1년을 맞은 네이버페이의 후불 결제 서비스의 연체율은 신용카드 연체율의 두 배가 넘는 것으로 최근 집계됐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네이버페이 후불 결제 고객의 지난 3월 연체율(1개월 이상)은 1.26%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신용카드 연체율 0.54%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시장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지만 이러한 우려가 이어지면서 국내 후불 결제 시장이 해외처럼 급성장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보험연구원의 손보배 연구원은 "후불 결제 시장에서 연체율 등의 실질 데이터를 확보하기 어려운 점이 향후 시장의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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