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장기화로 국제개발협력 NGO의 해외사업도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이해관계자 연결에 방점을 찍고 다자간 협력을 강화하는가 하면 우크라이나 난민 사태 등 국제 사회의 관심이 절실한 사건에도 진정성 있게 접근하고 있다.

국제개발협력사업의 역할이 ‘지구촌의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위한 퍼실리테이터(촉진자)’라 말하는 김선 굿네이버스 국제사업본부장을 만났다.[편집자 주]

김선 굿네이버스 국제사업본부장 사진. 데일리임팩트
김선 굿네이버스 국제사업본부장 사진. 데일리임팩트

굿네이버스가 추진하는 중점 해외 사업은?

대표적으로 지역개발사업(CDP)이 있다. 우리는 주민들이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다. 국제사업본부는 주민들이 문제해결에 필요로 하는 자원을 제공하는 퍼실리테이터(촉진자) 역할을 한다. 현지 주민들은 해외구호기관이나 기업에서 모든 걸 지원해주는 것을 원치 않는다.

자율성을 갖고 스스로 해결에 나설 때 행복감이 더 크다. 특정 틀에 맞추기보다 주민들이 본인들의 문제와 해결 방안을 스스로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주민들이 능동적으로 사업에 참여할 때 행복하다. 주민들도 결국에는 숫자적인 배부름보다 자기 주도성을 갖고 사업에 동참할 때 행복감을 느낀다.

지난해 사업을 돌아본다면

코로나를 제쳐두고 사업을 설명하기 쉽지 않다. 전 세계가 노력하고 있지만, 현재 대부분의 개발협력사업은 ‘공급자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 아쉬움이 있다. 개발협력사업에 동참하는 주체들은 주민들의 입장과 삶에 귀 기울이는 노력이 보다 필요하다.

통상적으로 도움을 주는 국가를 ‘공여국’, 받는 국가를 ‘협력국’이라 칭한다. 공여국 사람들은 협력국 정부 사람들만 만나다 보니“정부 얘기를 들었으니까 그렇게 하자”는 식이다. 이렇게 되면 협력국 주민 삶을 개선하는데 격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같이 개발협력사업에 협력국 주민들이 아닌 정부 단위 이해관계가 많이 작용하는 게 개발협력사업의 현실이다.

굿네이버스는 기본적으로 현지 사업국을 통해 지역주민들과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있다. 이점이 코로나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비교적 사업 진행에 큰 타격을 입지 않은 이유다. 지역주민들의 실질적인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강점에 기반해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코로나 3년, 해외 사업은 어떤 변화가 있었나?

백신과 마스크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됐다. 일부 개발도상국에서는 주사를 맞으면 잘못된다는 인식 때문에 백신접종이 터부시되기도 했다. 마스크도 사용하지 않았다. 굿네이버스는 마을주민들이 직접 기초 질병을 예방하는 커뮤니티지역보건원을 운영하고, 인식개선 사업을 통해 주민들을 교육해 감염률을 줄이기도 했다.

방글라데시 보차간지 마을보건요원을 활용한 모성보건 증진사업 사진. 굿네이버스

또 코로나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아동학대가 많이 늘었다. 이에 아동학대 예방캠페인을 진행하고 부모교육도 실시했다.

국제구호개발사업은 경제개발과 함께 추진해야 한다. 기업들이 과거에는 CSV(공유가치창출), 최근에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이야기 하는 것도 결국 지속가능성을 위해 자선적 지원뿐 아니라 경제적 지원이나 성과가 필요하다는 측면이다. 지원국에 계속해서 원조만 제공할 순 없다.

그래서 지원국의 경제적 역량을 강화하는 부분에 힘을 많이 쏟고 있다. 일례로 사고지역에 부상자들을 병원으로 운송할 교통수단이 없거나 백신을 사용할 냉장고가 없으면 제대로 된 복원 및 치료를 할 수 없다. 개발 협력에 있어 경제개발 분야도 함께 고려할 수 있게 현장 전문성을 가진 NGO와 기업, 공공기관 협력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굿네이버스의 사업도 영향을 받았나?

국가별 현지화(localization) 수준에 따라 코로나 영향을 받는 정도가 다르다. 현지 중심적으로 일하는 것을 현지화라고 하는데, 코로나 이후 전 세계적인 흐름이 됐다. 특히 입/귀국에 따른 격리, 현지 주민들과 소통은 국제구호개발사업에 영향을 주기에 현지화가 잘된 곳은 효율적이고, 코로나로 인한 업무 차질도 덜 빚는다.

굿네이버스는 주민 조직 중심으로 일을 하다 보니 타격을 덜 받았다. 심지어 사업국 대표도 현지인으로 세우려고 노력하고 있다. 원조효과성을 위해 현지화 노력을 하는 국제기구나 NGO는 점점 더 늘어날 것이다. 굿네이버스는 이 부분에 대해 일찌감치 준비를 해오고 있었는데 예기치 못한 팬데믹이 발생했을 때 비교적 안정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힘이 되기도 했다.

최근 주목할 만한 이슈는 무엇인가?

코로나 이후 세계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더욱 체감하고 있다. 당장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내 기업이 수출 대금을 못 받게 되는 등 움직임을 보면 서로 ‘연결’ 됐다는 것을 몸소 느끼고 있다. 개발사업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문제에 관심을 갖고 동참해야겠다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이 맥락에서 굿네이버스는 국내에서도 세계시민교육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또한 개발도상국 학생들과 한국학생들이 현재 겪고 있는 기후변화나 아동권리 이슈에 대한 의견을 교류하는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사업에 참여한 아이들은 나라별 주요 이슈를 교류하면서 서로 다르다는 점을 인지하는 과정에서 친구가 되기도 한다.

난민 사업에도 힘 쏟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무력분쟁으로 발생한 우크라이나 난민뿐 아니라 아프리카 내전으로 발생한 난민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치안 문제에 노출되어 있다. 아동 소외, 여성차별 문제 등 약자라는 이유로 고통 받는 이들을 위해 변화를 만들어갈 다양한 파트너십이 더욱 대두되는 시기이다.

굿네이버스가 우크라이나 내 난민에게 지원한 긴급구호 물품 사진. 굿네이버스

올해 굿네이버스의 해외 사업 목표는?

현장과 정부, 기업 등 지원주체들이 더 연결됐으면 한다. 국제사업본부의 역할은 협력국 주민과 정부, 기업을 연결하고 균형 있게 목소리를 전달하는 것이다.

기업과 주민들의 욕구가 달라 개발사업의 효과성이 약화되지 않도록 현장 목소리를 잘 듣고 진단하는 것이 2022년 목표다. 기금이 어디로 어떻게 배분돼야 지역주민들과 난민들에게 가장 도움이 될지 현장에서 잘 듣고 정부에 목소리를 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결국 국제구호개발사업은 기업과 공공기관, NGO가 함께 만들어 가야한다. 파트너사와 사업초기부터 함께 디자인하고 우리의 강점인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기획한다면 중간에 어려움이 있어도 이해관계자와의 협력으로 이겨낼 수 있다. 뜻을 같이 하는 기업을 찾아 함께 사업을 추진하며 현장에 변화된 삶을 선물하는 것이 굿네이버스의 기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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