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엔 환율, 지난주 8개월 만에 최고치인 145엔 대로
엔화 가치 하락에 외환당국 개입 경계감 커져
로이터 “엔 급락 막기 위한 카드로 구두 개입 유력"
일본 정부 당국자들 지난주부터 연이어 구두 개입 개시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데일리임팩트 이진원 객원기자]  일본의 엔화 약세가 지속되면서 달러·엔 환율이 근 8개월 만에 최고치인 145엔대 부근에서 좀처럼 벗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외환시장에서는 일본 외환당국의 개입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

로이터는 4일 일본 외환당국은 ▷구두 개입 강화 ▷엔 매수 개입 ▷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이란 세 가지 카드를 써서 시장에 개입할 수 있는데 이 중 구두 개입 강화 카드 사용이 가장 유력시된다고 분석했다.

연초에만 해도 127엔대에 머물던 달러·엔 환율은 최근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지난주 금요일에는 작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145엔을 돌파했다. 한국시간 4일 오전에는 144.50엔 부근으로 내려와 거래되고 있다.

상반기 기준 엔화 가치는 달러 대비로 9%가 하락했다.

<2023년 달러·엔 환율 움직임>

출처: 구글 금융 
출처: 구글 금융 

미국 등 다른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통화정책을 긴축적으로 운용하고 있는데 반해 일본의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초저금리를 유지하고 있어 엔화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

엔화 약세는 수출 촉진에는 도움이 되지만 연료와 식품 수입품의 가격을 인상시켜 인플레이션을 자극함으로써 가계와 기업 모두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어느 나라 정부건 과도한 통화 약세를 좀처럼 반기지 않는다.

폴 맥켈 SBC의 글로벌 외환 리서치 책임자는 "시장에서 엔화 (매수) 개입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면서 ”7일 발표되는 일본의 5월 임금 상승률이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 외환당국이 쓸 수 있는 개입 카드는?

로이터가 가장 확률적으로 활용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 ‘구두 개입 강화’ 카드의 경우 이미 일본 외환당국이 지난주부터 활발하게 사용하기 시작했다.

사실 이날 달러·엔 환율이 145엔대로 소폭 내려와 거래되고 있는 이유도 칸다 마사토 재무성 재무관(차관급)의 시장 개입 위협 영향 때문이라는 게 외신들의 분석이다.

마사토 차관은 이날 도쿄에서 ”일본 당국은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을 비롯한 해외 당국과 통화 및 금융시장 전반에 대해 거의 매일 긴밀히 연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26일에도 기자들에게 ”일본은 과도한 통화 움직임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 어떤 옵션이건 사용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30일 달러·엔 환율이 장중 한때 145.07엔까지 올랐을 때는 스즈키 순이치 일본 재무상이 “정부로서는 매우 높은 긴장감을 갖고 시장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급속하고 일방적인 움직임이 보이거나 지나친 움직임이 있으면 적절히 대응하겠다”며 구두 개입을 시도했다.

통상 일본은 엔 매수 개입을 단행하기 전에 이와 같은 구두 개입에 나서왔다.

일본은 작년 9월 1998년 이후 처음으로 엔화 강세를 유도하기 위한 엔화 매입에 나선 바 있다. 이는 당시 일본은행이 초완화 정책을 유지하기로 하면서 엔화가 달러당 145엔까지 하락한 뒤 취해진 조치다.

이어 한 달 뒤인 10월에 엔화가 32년 만에 최저치인 151.94까지 급락하자 외환당국은 다시 개입에 나섰다.

엔화 매입 가능성은 낮아

그러나 로이터는 일본 외환당국이 당장 엔화 매입에 나설 가능성은 낮게 봤다.

엔 매수 개입을 할 경우 일본은 외환보유고에 넣어두었던 달러를 매도해야 한다. 또한 개입을 통해 충분히 환율 흐름을 전환시키기 위해선 미국뿐 아니라 다른 중앙은행들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따라서 아직 달러·엔 환율이 지난해 엔화 매수 개입했을 당시 이상으로 올라가지 않았고, 엔이 과도하다고 판단될 정도로 하락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일단 구두 개입 위주로 개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어느 나라 외환당국이건 환율의 레벨보다는 움직임의 속도에 더 주목한다. 환율이 급변할 경우 대비할 여유가 없어져 피해가 클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외환당국도 역시 시장 개입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환율의 레벨보다 속도임을 거듭 밝혀왔다.

끝으로 세 번째 카드인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은 현재로서는 가장 쓸 가능성이 낮은 카드로 분석됐다.

일본은행은 인플레이션이 1년 이상 2%를 넘었지만 경기 부양을 위해 지금의 초완화 통화정책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혀왔기 때문이다.

<이진원 객원기자 주요 이력>

▶코리아헤럴드 기자 ▶기획재정부 해외 경제홍보 담당관 ▶로이터통신 국제·금융 뉴스 번역팀장 ▶ MIT 테크놀로지 리뷰 수석 에디터 ▶에디터JW 대표 (jinwonlee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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