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취약계층 여성들 집세 등 벌기 위해 매매춘에 뛰어들어
자선단체들, "생활고 틈탄 성착취와 여성학대도 증가" 지적
세계경제포럼 "전 세계적 생활비 상승으로 여성들 더 큰 피해"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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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임팩트 이진원 객원기자] 물가급등에 따른 생활비 부담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훨씬 더 큰 고통을 느끼고 있다는 연구와 조사 결과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영국에선 여성들이 소위 ‘서바이벌 섹스(survival sex)’로까지 내몰리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서바이벌 섹스'란 숙식과 같은 기본적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노숙자나 사회적 약자가 하는 매매춘을 말한다.

최근 영국의 ‘가디언지’ 보도에 따르면 영국의 자선단체들은 다년간 소득은 줄고 물가는 오르면서 트라우마나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는 영국 여성들이 집세나 기타 기본적인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매매춘에 뛰어들고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이런 현상은 이주 여성과 망명 신청자들 사이에서 두드러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 매매춘도 문제지만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성 착취와 학대는 더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는 게 자선단체들의 지적이다.

여성들, 성 착취에 시달려 

이런 주장을 제기한 자선단체인 ‘비욘드더스트리트(Beyond the Streets)’는 가디언지에 “생활비 상승에 따른 위기로 이미 취약한 상태인 여성들이 생활비와 임대료를 충당하기 위해 ‘서바이벌 섹스’로 눈을 돌리면서 착취와 학대 건수도 늘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자선단체인 제너레이션렌트(Generation Camp) 역시 “영국에서 집세를 벌기 위한 매매춘 행위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생활비 상승으로 인해 여성들이 이런 학대적 관계에서 벗어나기가 힘들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사회적 문제를 의식한 수엘라 브레이버만(Suella Braverman) 영국 내무부 장관은 지난주 사회적으로 취약한 여성들을 성적 대상으로 이용하는 남성들을 겨냥한 새로운 법안 마련을 검토 중이라고 밝히면서 진화에 나섰다.

이미 영국에서는 ‘성범죄법(Sexual Offences Act)’에 따라 ‘집세를 주는 대가로 가하는 성 착취’가 불법이지만 브레이버만 장관의 발언은 정부가 이를 더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생활비 상승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더 큰 고통을 받고 있다는 사실은 여러 조사와 연구를 통해서도 확인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여성의 소득이 상대적으로 적고, 아이를 돌보느라 일할 시간이 적은 등 여러 이유로 인해 이런 문제가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현상을 전문 용어로 ‘세플레이션(Sheflation)’이라고 하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달 초 리빙웨이지재단(Living Wage Foundation)이 발표한 연구 자료에 따르면 영국에선 전체 여성의 14%에 해당하는 200만 명이 넘는 일하는 여성의 임금이 먹고사는 데 필요한 임금인 ‘실질생활임금(real living wage)’보다도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남성의 비율 9%에 비해 더 높은 수준이다.

현재 영국의 실질생활임금은 10.90파운드(약 1만8,200원)이며, 런던은 이보다 좀 더 높은 11.95파운드(약 2만2,400원)이다.

또 남성(46%)보다 정규직으로 일하는 여성 비율(34%)은 낮고, 저임금으로 인해서 괴로워하는 여성의 비율(75%)은 남성(65%)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영국의 여성인권단체인 포싯협회(Fawcett Society는 “지난해 기준 영국 여성들이 매달 집으로 가져가는 소득은 남성들에 비해 696달러(약 93만 원)가 적었고, 이 격차는 2021년의 661달러(약 88만 원)에 비해서 더 커졌다”고 지적했다

생활비 상승으로 인해 여성들이 더 큰 고통 

남성과 여성의 임금 격차와 이로 인해 생활비 상승에 따른 고통의 차이는 영국뿐 아니라 전 세계 어디서나 흔하게 목격되는 현상이다.

세계경제포럼(WEF·World Economic Forum)은 1월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서 남녀의 임금 격차는 오랫동안 존재해왔다”면서 “전 세계적인 생활비 상승 위기로 여성들이 특히 더 큰 피해를 보고 있어 이런 격차가 최근 더 눈에 띄고 있다”고 지적했다.

WEF는 식품과 연료비 상승과 악화된 금융 여건 때문에 인류가 현재 100년 만에 가장 심각한 생활비 위기를 맞고 있으며, 이로 인해 남녀 간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다고도 경고했다.

멜라니 윌키스(Melanie Wilkes) ‘워크파운데이션 연구소(Research at the Work Foundation)’ 소장은 “생활비는 올라가지만 실질 임금은 감소하고 경기침체가 임박한 상황에서 특히 저임금을 받고 있고, 일자리가 불안한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 극도도 도전적인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서 “여성들은 이런 위기를 가장 심각하게 경험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진원 객원기자 주요 이력>

▶코리아헤럴드 기자 ▶기획재정부 해외 경제홍보 담당관 ▶로이터통신 국제·금융 뉴스 번역팀장 ▶ MIT 테크놀로지 리뷰 수석 에디터 ▶에디터JW 대표 (jinwonlee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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