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G90 자율주행 탑재 연기…테슬라도 최근 부진
기술구현 어렵고 손해 크지만…업계 “투자는 이어가야”

현대자동차그룹 제네시스의 대형 세단 G90과 G90 롱휠베이스 모델.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 제네시스의 대형 세단 G90과 G90 롱휠베이스 모델. 사진.현대자동차그룹

[데일리임팩트 김현일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최근 출시한 신형 제네시스 G90에 ‘레벨 3’ 자율주행 탑재하는 것을 한 차례 미루며 다시금 자율주행 기술의 어려움이 재조명 받고 있다.

아직까지 해당 분야 선두로 꼽히는 테슬라 역시 넘지 못한 벽인 만큼 당분간 막대한 손해가 누적되는 등의 난관이 예상되지만, 업계에서는 자율주행이 미래 핵심산업 중 하나인 만큼 꾸준하게 투자를 이어오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방향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29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제네시스가 최근 출시한 신형 G90에는 레벨 3 고속도로 자율주행기능(HDP, Highway Driving Pilot)이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레벨 3는 ‘조건부 자동화’라고도 불리는 단계로 운전자가 고속도로나 자동차 전용도로 등의 특정한 상황 하에서는 핸들을 잡을 필요가 없다. 위험 상황 등 특수한 경우에만 시스템에 의해 핸들을 잡을 것을 요청 받게 된다.

지난 1월 현대차그룹은 올해 상반기 해당 기능을 탑재한 G90 출시를 예고했다. 특히 지난 2021년 출시된 메르세데스 벤츠와 혼다의 시속 50~60km(킬로미터) 자율주행 대비 발전된 80km 속도에서의 자율주행이 가능할 것으로 알려져 기대를 모은 바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최근에 60km에서 80km로 속도 상향이 되면서 발생 가능한 모든 상황에 대해 추가적인 테스트 진행이 필요한 상황이 됐다”라며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었던 만큼 해당 기능 출시 연기가 이뤄졌다”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 유일하게 ‘2.5단계’라 불리며 앞선 자율주행 기술을 자랑하는 테슬라 역시 레벨 3 자율주행 진입에 있어서는 최근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2016년 자체 주행 보조 장치인 ‘오토파일럿’ (Autopilot) 기능을 출시한 이후 꾸준히 업데이트를 이어오고는 있으나 지속적으로 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데다 기술적으로도 추가적인 발전을 이루지는 못하고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월만 하더라도 테슬라의 전기차인 2014년형 모델 S가 소방차를 들이받아 운전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같은 달 테슬라는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의 지시로 △회전 전용 차선 직진 △멈춤 신호에서 불완전한 정차 등 완전자율주행(FSD) 소프트웨어 결함이 나타난 36만2758대 전기차의 리콜을 결정하기도 했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아직까지 레벨 3 기술이 상용화돼 도로를 달리고 있는 케이스는 없다”라며 “테슬라 역시 완전한 의미에서의 레벨 3라고는 하지 않는다. 지금 적용된 것들은 자율주행이 아니라 ADAS(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이라 봐야 하는 불완전한 기술”이라고 말했다.

서울특별시 양재동 소재 현대자동차 본사. 사진.현대자동차
서울특별시 양재동 소재 현대자동차 본사. 사진.현대자동차

이처럼 자율주행 기술 개발이 요원한 가운데 손해가 누적되며 현대차그룹의 고민 역시 커지고 있는 모양새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무인 자율주행 차량 및 기술 개발 계열사인 ‘모셔널’의 지난 한해 순손실 규모는 7518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셔널은 2020년 2315억원에 이어 2021년 5126억원으로 해마다 순손실이 불어나고 있다. 자율주행 상용화가 쉽지가 않아 수익 창출은 이뤄지지 않은 채 투자만이 계속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모셔널이 입은 누적 총 순손실만 1조5000억원 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최근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인 포드와 폭스바겐그룹가 막대한 투자를 기울였음에도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포기한 것 역시 현대차그룹에 ‘무언의 압박’을 가하고 있다. 포드와 폭스바겐은 지난 2022년 자율주행 자동차 개발 회사인 아르고에 40억 달러(약 5조2078억원) 가까운 돈을 투자한 바 있다.

그럼에도 현대차그룹은 전기차와 미래항공모빌리티(AAM) 등 모빌리티 분야 전반에서 각광받고 있는 양자컴퓨터 기술 등을 통해 자율주행 기술 투자 기조를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양자컴퓨터는 물리량의 최소 단위인 양자를 이용해 기존 슈퍼컴퓨터 대비 초고속으로 많은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차세대 컴퓨터다. 연산이 초고속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빠른 판단이 필요한 자율주행은 물론 다양한 분야에서 각광받고 있는 기술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미국 양자컴퓨팅 선도 기업인 아이온큐와 손잡고 자율주행 성능을 높이는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한 편 이를 개발·검증하는 해외 인재 역시 상시 채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당장 수익으로 연결이 되지 않을 수는 있겠으나 자율주행 관련 투자가 현금 창출력 대비 규모가 엄청나게 큰 것은 아니기 때문에 부정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라며 “다른 글로벌 자동차회사들 역시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는 만큼 비슷한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듯 하다”라고 평가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구글 자회사 웨이모 △제너럴모터스(GM) 크루즈 △아마존 죽스(Zoox) 등 다수의 업체들이 여전히 연구개발을 활발하게 진행 중에 있다. 최근 자율주행 개발 계획 축소 및 차량 발표 연기 등으로 시장을 포기했다는 평가를 들었던 애플 역시 ‘애플카’ 개발을 위해 테스트를 이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는 “(자율주행이) 미래 경쟁력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투자 요소인 만큼 가능 범위 내에서 투자가 이뤄지는 것은 괜찮지만 그 이상을 넘어갈 경우 부담이 생길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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