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증시, 한 달여 만에 최대폭 하락...6일 랠리 마감
기업 실적 부진 및 ECB 공격적 금리인상 부담 차익실현 압력 커질 수도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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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임팩트 이진원 객원기자] 지난해 9월 말부터 급등세를 이어오며 하락을 잊은 듯했던 유럽 증시가 19일(현지시간) 한 달여 만에 최대폭 하락하며 마감했다. 미국 시장에서 연이어 나온 증시에 부정적인 소식과 잠시 잊은 듯했다가 되살아난 유럽 기업들의 실적과 금리 인상 우려가 유럽 증시의 상승세에 제동을 걸었다.

실적 시즌이 시작되면서 유럽 기업들의 실적 부진이 확인되고 있고, 유럽중앙은행(ECB)의 2월 통화정책회의가 다가오면서 통화 정책을 둘러싼 경계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유럽 증시가 이런 부담을 이겨내고 다시 강력한 반등을 이어갈 수 있을지, 아니면 부담에 눌려 단기 랠리에 따른 차익실현 압력에 시달릴지 주목된다.

전날까지 6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오던 범유럽 스톡스600 지수는 이날 지난해 12월 15일 이후 최대폭인 1.6% 하락하며 마감했다. 유로스톡스50 지수도 1.92% 빠졌고, 영국의 FTSE와 독일의 DAX 지수, 프랑스의 CAC 지수도 각각 1.07%와 1.72%, 그리고 1.86%씩 내림세로 거래를 마쳤다.

유로스톡스600 지수 최근 6개월 움직임. 그래프=구글 파이낸스 캡처 
유로스톡스600 지수 최근 6개월 움직임. 그래프=구글 파이낸스 캡처 

전날 미국의 12월 소매판매와 제조업 생산이 부진하게 나오면서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연방준비제도뿐 아니라 특히 유럽중앙은행(ECB) 관계자들이 연달아 매파적 발언을 내놓자 가뜩이나 기업 실적 불안감을 느끼던 투자자들 사이에서 최근 급등으로 커진 차익실현 욕구가 강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유럽 증시, 지난해 9월 말부터 급등세 

유럽 증시는 이날 하락 전까지 올해 들어 13거래일 동안 불과 이틀만 하락했을 뿐이다. 올해만 놓고 봤을 때 유로스톡스50 지수는 10%, 독일 DAX 지수는 9%, 프랑스 CAC 지수는 9.4%가 각각 올랐다. 영국 FTSE 지수도 5.1% 오르면서 사상 최고치를 돌파한 상태였다.

본격적인 반등이 시작된 9월 말 이후로 계산해 보면 상승률은 더 눈부셨다.

데일리임팩트가 9월 30일부터 1월 18일까지의 상승률을 계산해 본 결과 독일 DAX 지수와 프랑스 CAC 지수는 각각 26.8%와 24.8%씩 올랐고, 유로스톡스50도 27.3% 상승했다. 미국 증시의 벤치마크 지수인 S&P500 지수의 같은 기간 상승률이 10%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유럽 증시가 최근 석 달 반 동안 얼마나 선전했는지 알 수 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 ▶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에 따른 유럽의 에너지 부족 사태 ▶ 급격한 인플레이션 등이 증시 상승을 가로막았지만, 인플레이션이 완화되는 신호가 보이면서 ECB의 금리 인상 속도가 둔화하고 경제가 침체에 빠지지 않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자 증시의 상승 탄력이 강해졌다.

유로존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지난해 10월 10.6%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두 달 뒤인 12월에는 9.2%로 내렸다.

추가 랠리 위해선 기업 실적과 금리 인상 부담 이겨내야 

다만 전문가들은 유럽 증시가 단기간 상승에 따른 차익실현 부담을 털고 재차 반등에 나서기 위해선 기업 실적과 금리 인상에 대한 부담을 이겨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클로즈브라더스 자산운용의 로버트 알스터 최고투자책임자는 “경기침체와 방금 시작한 실적시즌이 시장에 부담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도 영국 온라인 패션 브랜드인 부후는(Boohoo)는 성탄절 기간 매출이 11% 급감했다는 소식에 주가가 10.5% 급락했고, 스페인의 뱅킨터(Bankinter) 은행 주가도 지난해 순이익 목표치를 예정보다 일찍 맞췄음에도 고비용 부담을 받고 있다는 소식에 3% 가까이 하락 마감하는 등 기업 실적 우려를 부추겼다. 

레피니티브 I/B/E/S 데이터에 따르면 유럽 기업들의 4분기 순이익은 1년 전 4분기 때의 59.2%에 한참 못 미치는 전년동기대비 10.7% 상승에 그치고, 경기침체 우려로 인해 올해 실적이 추가로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페더레이티드 헤르메스의 글로벌 증시 책임자인 가이르 로드는 “글로벌 경제 건전성에 대한 낙관론도 나오고 있지만 우리는 실적 시즌이 투자자들에게 더 많은 고통을 안겨줄 것으로 본다”면서 “4분기 인플레 환경이 기업 채산성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2월 ECB 통화정책 회의가 10여 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ECB 관계자들이 잇달아 금리 인상을 지지하는 발언을 내놓고 있는 점도 추가 랠리를 원하는 증시 투자자들이 극복해야 할 과제다.

이날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한 자리에서 “올해 유럽 경제 전망이 침체가 아닌 약한 위축에 그칠 것”이라면서도 "우리는 인플레이션을 적기에 2%로 되돌릴 수 있도록 제한적인 영역으로 충분히 오랫동안 경로를 유지할 것“이라며 추가 기준금리 인상 의지를 드러냈다.

프랑수아 빌르루아 드갈로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는 "ECB는 금리 인상 기조를 그대로 유지할 것이며 올여름까지 최고 금리에 도달할 것"이라고 말했고, 클라스 노트 네덜란드 중앙은행 총재 역시 ”수차례에 걸쳐 50bp의 금리 인상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시장에서는 2월 ECB가 기준금리를 50bp 인상할 가능성을 100% 반영하고 있지만, 3월 인상폭이 25bp가 될지 50bp가 될지는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ECB의 2월 회의는 2월 2일에, 3월 회의는 3월 16일에 각각 개최된다.

ECB는 지난해 여름 이후 인플레이션 기조가 뚜렷해지자 7월에 수년간 0%로 유지하던 기준금리를 0.5%로 올렸고, 이후 꾸준한 금리 인상을 통해 12월 금리를 2.5%까지 올린 상태다. 하지만 금리 인상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는 연준과 달리 ECB는 아직 금리 인상이 한창 진행 중이다. 

스위스 은행그룹 롬바르드 오디에의 플로리앙 이엘포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유럽 증시는 미국보다 중국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면서도 앞으로 유럽의 경제 전망이 긍정적이지는 않다고 말했다. 유럽은 이제 기준금리 인상 초입인 만큼 향후 대출 금리 상승으로 경제에 타격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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