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듈과 핵심부품 생산 부문 분할 주주이익 침해 가능성

투자업계 비판 속 국민연금 등 주요 주주 행보 주목

현대모비스 본사가 위치한 서울특별시 강남구 역삼동 ING타워. 사진.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 본사가 위치한 서울특별시 강남구 역삼동 ING타워. 사진.현대모비스

[데일리임팩트 이승균 기자] 현대모비스가 모듈과 핵심부품 생산 부문을 따로 떼어내 계열사 2곳을 신설하기로 결정하면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카카오와 SK 등 지난해 국내 주요 기업들이 물적분할을 통해 핵심 사업부를 분리, 소수 주주의 권익을 침해하여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야기시켰다는 비판 속에서 내린 결정이기 때문이다.

18일 현대모비스는 공시를 통해 모듈 생산을 담당하는 모듈통합계열사와 핵심부품을 생산하는 부품통합계열사 2곳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전문 협력사 20여곳에 맡겨 위탁 생산하던 생산 체제를 직영으로 전환한다.

모듈과 부품의 연구 개발과 사후서비스 등 업무만 현대모비스에서 맡고 생산은 신생 계열사로 전부 이전한다. 생산 설비도 모두 계열사로 이전하고 각 계열사는 독립적인 경영 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내달 임시 이사회를 통해 신규 법인 설립 안건을 최종 승인, 오는 11월에 두 계열사를 공식 출범시키면 현대모비스는 에이치그린파워, 현대아이에이치엘, 지아이티에 이어 5개 자회사를 거느리게 된다.

현대모비스는 분할 목적에 대해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투자, 연구, 반도체 등 전장 부문이 남기고 생산전문 통합계열사를 설립해 글로벌 수준의 제조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회사법과 ESG 투자 분야 전문가들은 분할 이익이 분명하지 않은 분할은 주주 권익 침해 소지가 크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이번에 분리하기로 한 모듈과 부품 사업부는 영업이익이 크지 않으나 매출 비중이 80%에 달하고 미국, 캐나다, 멕시코, 브라질 등 전 세계에 생산 시설과 판매법인을 보유하고 있는 알짜배기 회사라 분할 이익이 분명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의 국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데일리임팩트에 "국제적으로 물적분할은 긴급성이 요구되는 경우가 아닌 이상 일반적으로 허용되지 않음에도 국내에서는 상시적으로 이러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물적분할은 용도가 분명히 정해져 있는 분할 기법이며 주주들에게 우월한 이익을 보장한다는 전제가 기본으로 깔려 있어야 한다"며 "이러한 분할 안건은 이사회에서 승인하는 것 자체가 신의성실 의무 위반 소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산업계에서는 이번 분할이 기업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회사 측은 별도의 보도 풍문 해명 공시를 통해 "미래 모빌리티 패러다임 대응을 위해 분할을 검토"라며 지배구조 개편 등과는 무관한 사업 구조 개편이라는 입장이다.

회사 측의 항변에도 불구하고 사업 경쟁력 강화가 아닌 지배주주를 위한 구조 개편이 아니냐는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모비스가 현물출자 방식으로 지분 100% 자회사를 설립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100% 현물출자는 사실상 물적분할과 다름 없으나 현물출자는 이사회 결의 사항으로 최근 물적분할을 제한하기 위해 금융위원회가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반대 소액주주에 대한 매수청구권 부여에 있어서도 자유롭다. 

ESG 투자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현대모비스로 인해 코리아 디스카운트 논란이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며 "5%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과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기관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달 14일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시 일반주주 보호 문제는 투자자의 관심과 문제인식이 높은 사안임을 고려해 우선으로 대안을 마련해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금융위원회는 핵심사업을 물적분할하여 상장함에 따라, 모회사의 주가하락 등 소액주주의 피해가 가중된다는 의견을 고려해 지난 3월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가이드라인을 개정한 바 있다.

개정 가이드라인에 따라 현대모비스는 지배구조보고서를 통해 소유구조 변경시 소액주주 의견수렴, 반대주주의 권리보호 등 주주보호 정책을 마련하여 공시해야 하고 그러지 아니한 경우에는 이유와 향후 계획을 밝혀야 한다.

지배구조보고서는 국내 상장사 ESG 평가에 있어 지배구조 부문 최우선 자료로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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