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대통령’ 강호동 농협회장, 임기 초 리더십 ‘흔들’
NH투자증권 인사 갈등-농협銀 배임사고 등 악재도
지주사 통합-계열사 인사 등 과제 해결이 해법 될 듯

강호동 제25대 농협중앙회장 당선자 / 사진=농협중앙회
강호동 제25대 농협중앙회장 당선자 / 사진=농협중앙회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농민 대통령’ 농협중앙회의 수장,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의 리더십이 취임 초부터 흔들리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농협중앙회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에서 인사, 내부통제 이슈가 불거진 가운데 금융당국에서 강도 높은 검사 방침을 밝히는 등 불안한 출발을 알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계열사 CEO 인사 과정에서 불거진 잡음의 경우, 강 회장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돼있다는 점에서 강 회장의 리더십이 벌써부터 시험대에 오른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1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농협중앙회와 주요 계열사를 둘러싼 잡음이 지속되는 가운데 은행 내 배임 사고, NH투자증권 CEO 인사과정에서의 잡음 등의 불편한 이슈가 연이어 불거지면서 강 회장의 리더십이 임기 초부터 혹독한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임기 초 강호동 회장이 이같은 난제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보여줄 리더십이 성공적인 임기를 가늠할 핵심 변수가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사진=농협
사진=농협

또 반복된 CEO 이슈에 ‘흔들’

최근 농협을 둘러싼 잡음은 농협중앙회 뿐 아니라 NH농협금융 및 주요 금융 계열사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특히 일부 이슈의 경우 NH농협과 관련해 오래전부터 지적돼 온 사안이어서 잡음이 사그라들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NH금융 계열사 CEO 인사를 둘러싼 잡음이다. NH투자증권의 차기 대표 인사 과정에서 주요 CEO 후보자 간 경쟁이 이들을 각각 추천한 농협중앙회와 NH농협금융 간 신경전 양상으로 번지는 등 갈등이 빚어진 바 있다.

결론적으로 차기 NH투자증권 대표로 농협금융에서 밀었던 윤병운 NH투자증권 부사장이 내정되면서 갈등 국면은 일정 부분 해소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오랜 기간 문제로 지적받아 온 농협중앙회 차원의 계열사 경영 개입 시도가 또 한번 CEO 인사 과정에서 두드러졌다는 점은 눈길을 끈다.

사실 이같은 문제는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다. 농협중앙회가 금융(NH농협금융)과 경제(NH농협경제) 부문을 분리‧독립한 지난 2012년부터 이같은 논란이 시작됐다. 당시에도 농협중앙회가 금융 및 경제 지주사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는 의혹이 일자 금융감독원이 직접 나서 지배구조 관련 검사에 나선 바 있다.

이후 CEO 인사 과정에서 잡음이 종종 발생했다. 금융 및 경제 지주 계열사 인사 과정에서 중앙회가 지목한 후보자가 사실상 ‘낙하산 공천’ 형식으로 주요 요직을 꿰찼다는 논란이 대표적이다.

기본적으로 농협중앙회가 사실상 금융 및 경제지주의 대주주인 만큼 인사권 행사 자체가 문제 될 것은 없다는 게 중론이지만 중앙회가 추천한 인사 중 일부가 관련 계열사의 사업군에서 전문성이 없는 인물이라는 점이 문제로 제기됐다.

실제로 지난해 대표로 취임한 윤해진 NH농협생명 대표도 농협중앙회, 농협은행을 거친 인물로 보험 관련 직무 경험은 없다는 점이 애초 지적받은 바 있다. 윤 대표 이전 10여 년간 NH농협생명 대표를 역임한 대표들 또한 보험사 경력이 없거나 매우 짧은데 이들 모두 농협중앙회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농민 피해현장을 방문한 강호동 회장 / 사진=농협중앙회
농민 피해현장을 방문한 강호동 회장 / 사진=농협중앙회

‘인사잡음’에 흔들리는 임기 초 리더십

강 회장 또한 이 같은 논란을 인지한 듯 최근 취임식에서 ‘변화와 혁신’을 강조하며 핵심 과제 중 하나로 중앙회 지배구조 혁신을 내세웠다. 이 같은 취임 일성은 사실상 이번 NH투자증권 CEO 인사 과정에서의 불협화음으로 퇴색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운 NH투자증권 대표 내정자와 마지막까지 경합한 유찬형 전 농협중앙회 부회장의 경우, 사실상 농협중앙회에서 공개적으로 지지한 인물이다. 강 회장 역시 타 계열사와의 시너지 확대를 위해 유 전 부회장이 NH투자증권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한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물론 이번 NH투자증권 인사가 중앙회와 금융지주 간 갈등 보단, ‘감사의 칼’을 앞세운 금감원 차원의 개입의 문제로 보는 것이 맞다는 시선도 있다”면서도 “공식 취임 이전부터 이같은 인사 잡음이 또 한번 발생했다는 것 자체가 강 회장 본인에게도 적잖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이러한 인사 이슈가 강 회장이 취임 일성으로 내건 ‘지배구조 개선 노력’과 정면으로 부딪친다는 점은 취임 초 강 회장 리더십에도 일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강 회장은 지난 중앙회장 선거 과정에서 핵심 공약으로 △농협중앙회와 경제지주의 통합 △상호금융 독립법인화 등 강도 높은 지배구조 혁신을 내세운 바 있다.

이밖에 NH농협은행 영업점에서 발생한 110억원 규모의 배임 사고도 적잖은 악재라는 지적이다. 은행 내 내부통제 문제로 야기된 금융사고이지만, 이를 수습해야 하는 과제는 농협은행‧NH금융지주 뿐 아니라 중앙회에게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 NH농협은행 내 배임 사고 시점은 지난 2019년부터 지난해 말까지로 강 회장 취임 이전에 발행했다는 점에서 직접적인 책임을 묻기는 어려울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다만, 이러한 배임 사고 이슈가 강호동 회장이 취임 과제로 내건 △금융 부문 혁신 △조직문화 혁신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적잖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장경영 행보에 나선 강호동 농협중앙회장(가운데) / 사진=농협.
현장경영 행보에 나선 강호동 농협중앙회장(가운데) / 사진=농협.

현안 해결로 리더십 세울까

업계에서는 이제 취임식을 마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은 강 회장의 리더십 문제를 논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다만, 임기 초부터 불거진 각종 악재가 강 회장의 리더십 강화에 일정 부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개연성도 충분하다.

결국 강 회장이 임기 초 맞닥뜨릴 주요 이슈에 어떻게 대응할지 여부가 초기 리더십을 공고히 다지는 과정에서의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강 회장의 핵심 공약인 농협중앙회와 농협경제지주의 통합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현재 농협의 지배구조는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이 별도 지주로 존재하는 ‘1중앙회 2지주 체제’다. 이를 중앙회와 금융지주만 남은 ‘1중앙회 1지주 체제’로 바꾸겠다는 게 강 회장의 목표다.

이를 위해선 농협법 개정이 필요하다. 당연히 이를 위해선 국회의 동의가 필요한데 강 회장이 이같은 입법 과제를 어떤 방식으로 풀어나갈지도 관심이 쏠린다.

또 다른 이슈는 주요 계열사 CEO 인사 여부다. 실제로 과거 일부 중앙회장들은 취임 직후 상당수의 계열사 CEO를 교체한 바 있다. 강 회장 체제의 안정적 출범을 위해 계열사 CEO 교체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유 또한 이와 무관하지 않다.

다만, 최근 금감원이 중앙회에서 지주사 그리고 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감사 대상에 포함시켰다는 점에서 인위적 인사 교체 시도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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