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1% 돌파한 연체율 관리 '고심'

사진=이미지투데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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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임팩트 심민현 기자] 코로나19 사태와 고금리 등으로 연체 이력이 생겼던 서민·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하는 신용사면이 12일 시작됐다. 오는 5월까지 2000만원 이하 연체를 전액 상환할 경우 연체 기록이 삭제된다. 

서민들의 재기를 돕는다는 측면에선 분명 긍정적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카드업계는 고민에 빠졌다. 대다수 카드사의 건전성에 적신호가 들어온 가운데 저신용자들의 유입으로 잠재부실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지난해부터 업황마저 악화일로인 상황에서 연체율이 증가하면 충당금 추가 적립 등으로 수익성이 더욱 나빠질 수 있다는 우울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신용사면 단행, 최대 298만명 신용평점 상승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서민·소상공인 대상 신속 신용회복 지원 시행' 행사에 참석해 "오늘부터 신용회복 지원조치가 시행되면서 최대 298만명의 개인, 최대 31만의 개인사업자 분들의 신용평점이 자동 상승하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부터 개인 최대 298만명, 개인사업자 최대 31만명 등을 대상으로 한 신속 신용사면 지원조치가 시행된다. 이번 지원은 2021년 9월 1일부터 올해 1월 31일까지 2000만원 이하 소액 연체가 발생했지만 오는 5월 31일까지 연체금액을 전액 상환하는 차주가 대상이다.

대상자에 해당하는 경우 별도 신청 없이 신용평점이 자동으로 상승하게 된다. 따라서 2월 말 기준 연체금액을 전액상환한 개인 약 264만명, 개인사업자 약 17만5000명은 별도 신청 없이 당장 이날부터 신용사면을 받게 된다.

신용평점이 올라가면 그간 막혔던 카드 가입과 대출 신청도 가능해진다. 나이스평가정보에 따르면 신용사면을 받은 개인 264만명의 신용평점이 평균 37점 상승(659점→696점)해 이들 중 15만명이 신용카드를 신규 발급 받을 수 있게 됐다.

김주현 위원장은 "고금리·고물가 등으로 어려운 경제상황에서도 많은 서민·소상공인 분들이 연체금액을 전액상환함으로써 재기의지를 보여준 것에 대해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당국의 한 사람으로서 이번 조치가 이 분들의 새출발에 도움을 줄 수 있게 된 것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민 빠진 카드사, 연체율 관리 어쩌나?

문제는 이번 신용사면으로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카드업계가 더 깊숙한 구렁텅이로 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카드사는 연체 기록이 없는 만큼 다른 소비자와 같은 기준을 적용해 한도를 부여하는데 현 시점에서 신용사면에 따른 새 가입자들의 자금력을 신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 결과, 카드사의 건전성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미 지난해 국내 카드사들은 고금리에 따른 자금조달 비용 상승의 여파로 수익성이 곤두박칠치고 연체율도 1%를 넘어서는 등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특히 작년 3분기 말 기준 국내 8개 전업 카드사 연체액은 2조51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동기 1조3398억원에 비해 53.1% 급증한 규모다. 카드 연체액이 2조원을 넘어선 것은 카드대란이 발생한 2005년 이후 최대 규모다.

신용사면은 카드사 순이익에도 악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앞서 언급했듯 연체율이 증가하면 카드사들은 위기에 대비, 대손충당금 적립액을 늘릴 수밖에 없다. 지난해에도 업황 악화가 계속되자 카드업계는 충당금 규모를 키운 바 있다.

실제 지난해 잠정실적을 발표한 5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우리·하나)의 충당금 총액은 3조1431억원으로 전년(1조9122억원) 대비 64.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순이익 역시 2조387억원에서 1조8641억원으로 8.56% 감소했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정책 집행에 앞서 각 카드사 연체율, 준비 상황 등을 제대로 점검했는지 의문"이라며 "정부와 금융당국이 좋은 취지로 도입하는 정책인 만큼 존중하지만 카드업계 입장에선 너무 빠르다는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선 마냥 부정적인 요인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목소리도 있다. 이번 신용사면으로 카드사 회원이 증가해 이로 인한 매출 증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 정부와 금융당국도 이를 근거로 이번 신용사면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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