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범천1-1구역, KT 판교 신사옥 등 공사비 협상 난항 겪는 곳 속출
건설공사비지수 꾸준히 상승...코로나, 전쟁도 급등 원인
"정비사업 사업성 악화, 조합원 상당한 분담금 예상"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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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임팩트 한나연 기자] 물가 상승으로 인한 원자잿값 상승에 건설사와 조합·발주처 간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부동산시장 침체까지 겹친 상황에 공사비가 급등하면서 정비사업의 사업성에 대해 우려의 시선이 쏠린다.

시공사 "공사비 늘려달라" vs 조합 "더는 안돼" 

1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부산 범천 1-1구역 재개발사업 조합과 시공사 현대건설은 공사비 증액 요청으로 인해 갈등을 겪고 있다.

해당 사업지 조합은 최근 시공자인 현대건설로부터 3.3㎡당 공사비를 지난 2021년 539만원에서 926만원으로 증액해달라는 요청안을 받았다. 이는 3년 새 72%나 증가한 금액으로, 조합 측은 공사비 증액 필요성은 인정하나 과도한 인상이라는 의견이다.

시공사와 발주처 간의 갈등도 악화하고 있다. 예컨대 성남시 KT 판교 신사옥 사업의 시공사인 쌍용건설은 추가 공사비 지급을 놓고 KT와 갈등을 겪고 있다.

지난 2020년 967억원에 공사를 수주한 쌍용건설은 이후 KT에 공사비를 171억원 증액해 달라고 요청해 왔다. 계약 체결 이후 원자재 가격이 상승한 데다 자재 반입 지연, 노조 파업, 철근 콘크리트 공사 중단 등의 추가 악재로 자금을 초과 투입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쌍용건설 측 주장이다. 하지만 KT 역시 물가 변동에 따른 조정 배제 규정을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쌍용건설은 이와 관련해 지난해 10월 KT 판교 신사옥 앞에서 시위를 진행하고, 국토교통부 건설분쟁조정위원회 조정안을 기다리고 있다. 쌍용건설은 이날 KT 광화문 사옥 앞에서 2차 시위를 벌일 예정이었지만, KT 측에서 협상 시간을 달라고 요청해 시위는 연기됐다.

건설공사비지수 지속 상승...인상은 불가피?

실제로 건설공사비 지수는 지난 2020년 1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27.6% 상승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1월 건설공사비 지수(2015년 기준 100)는 154.64(잠정치)로 전월(153.22) 대비 0.93% 상승했으며 전년 동월대비 2.52% 상승했다. 또 지난 1월 주거용건물의 공사비 지수는 153.91로 전월(152.43) 대비 0.97%, 전년 동월(149.80) 대비는 2.74% 상승한 결과를 보였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의 유동성 증가 △환율 급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복합적 요인이 공사비 급등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철근·시멘트 등의 자재 수급난 역시 비용 부담을 심화시킨 요소다.

또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리포트를 통해 "부동산시장 침체로 일반분양 수입이 감소한 상황 속에서 공사비까지 급등해 정비사업의 사업성이 나빠진 상황"이라며 "주택정비사업의 경우 조합원들이 면적을 줄여서 분양받지 않는 이상 상당한 분담금을 납부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공사비 검증을 신청하는 등 조합이 반발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조합과 건설사 간 공사비 갈등으로 인해 공공기관 한국부동산원에 검증을 신청한 건수는 지난 2019년 3건, 2020년 13건, 2021년 22건, 2022년 32건, 지난해에는 30건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건설사-조합 갈등 속출에...대책 마련은?

건설사들은 원자잿값이 치솟아 원가 손실분이 상당해 공사비 증액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수억원대의 추가 분담금을 내야 하는 조합원들이 반발하면서 양측 대립이 팽팽하게 이어지고 있다.

이에 서울시는 공사비 문제로 갈등을 겪는 정비사업장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조합과 시공자 간의 협의가 진행 중인 정비사업 8곳의 현장 조사다. 오는 22일까지 조사해 조합과 시공자 간 협의를 중재하겠다는 것. 특히 지난달 시공사로부터 증액 요청이 들어온 현장에 직접 나가 선제적으로 조정‧중재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증액 요청 금액 및 사유·세부 내용, 조합·시공자 간 협의 이력 및 의견 청취 등을 세부적으로 조사하겠다는 방침이다. 이같은 대책이 △공공기관 검증 △정비사업 표준 공사 계약서 등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받은 방안 대신 성과를 거둘지 주목된다.

한편 공사비 증액 문제로 공사가 중단된 사업장도 있다. 현대건설이 시공을 맡은 은평구 대조1구역 재개발 사업은 기존 공사비에서 28% 증가한 3.3㎡당 약 1300억원의 공사비 증액을 요청하면서 사업에 차질이 빚어졌다. 집행부 해임 및 조합원 내부 갈등으로 인한 사업 지연 및 공사비 미지급으로 올해 초부터 대조 1구역 공사가 중단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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