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청, 27일 계약심의회서 ‘행정지도’ 판결
권고조치 해당…입찰 참여 제한 가까스로 면해
대형 함정 건조, HD현대중공업·한화오션만 가능
한 곳 제재 시 독점구조 형성…경쟁 지속 우선시

HD현대중공업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조감도. 사진=HD현대중공업
HD현대중공업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조감도. 사진=HD현대중공업

[데일리임팩트 김현일 기자] 군사기밀 유출로 사실상 국내 특수선 시장에서 퇴출당할 위기였던 HD현대중공업이 사업 입찰 참가 제한 제재를 면했다. 이로써 한화오션과의 양강체제가 유지되게 됐다. 

28일 방위사업청(방사청)은 계약심의회를 통해 HD현대중공업의 부정당 업체 제재 심의가 ‘행정지도’로 의결됐다고 밝혔다. ‘행정지도’는 행정기관이 그 소관 사무의 범위에서 일정한 행정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특정인에게 일정한 행위를 하거나 하지 않도록 지도·권고·조언 등을 하는 행정작용을 뜻한다. HD현대중공업이 향후 기밀 유출과 같은 행위를 반복하지 않도록 엄중 주의를 주되

앞서 HD현대중공업은 일부 직원들이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 등과 관련한 군사기밀을 몰래 취득해 회사 내부망을 통해 공유,군사기밀보호법을 위반한 혐의로 작년 11월 최종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이에 따라 심의회에서 부정당 업체로 지정될 경우 5년 이내의 특수선 입찰 참가 자격 제한은 물론 방산업체 지정이 취소될 수도 있었으나, 이번 심의를 통해 방사청으로부터 이러한 일이 다시는 없어야 한다는 권고 조치를 받는 선에서 처벌이 끝난 것이다.

이에 방사청은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이 국가계약법 제27조 1항 1호 및 4호 상 계약이행 시 설계서와 다른 부정 시공, 금전적 손해 발생 등 부정한 행위에 해당되지 않으며, 제척기간을 경과함에 따라 제재 처분할 수 없다고 봤다”며 “방위사업법 59조에 따른 제재는 청렴 서약 위반의 전제가 되는 대표나 임원의 개입이 객관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아 제재 처분할 수 없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제재 처분을 내릴 수 있는 기간이 지났기 때문에 행정적 불이익을 줄 수 없다는 게 방사청의 입장이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방사청의 판단을 존중하며, 국내 함정산업 발전과 해외수출 증대를 통해 K방산 성장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지난 2023년 6월 부산에서 열린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에서 한화오션이 전시한 특수선 모형들. 사진=김현일 기자
지난 2023년 6월 부산에서 열린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에서 한화오션이 전시한 특수선 모형들. 사진=김현일 기자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이미 HD현대중공업이 벌점 처벌의 징계를 받고 있는 만큼 과중처벌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지난 2013년 이뤄진 사건인 만큼 이미 벌어진 지 10년이 넘었고, 충분히 무거운 처벌을 받고 있는 만큼 가중처벌이 이뤄지는 것은 가혹하다는 의견이다.

군사기밀 유출이라는 무거운 사안에도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방사청의 심사 과정을 두고 잡음이 일고 있다. 국방부검찰단은 사건기록을 통해 유죄가 확정된 현대중공업 직원 중 1명이 군사기밀을 불법 취득한 사실을 보고한 보고서에 임원(중역)이 결재한 정황이 담긴 진술이 포함돼 있음을 적시했다. 그러나 방사청은 지난해 12월 계약심의회에서도 이미 부정당 업체 결정을 한 차례 보류했다.

다만 HD현대중공업을 제재할 경우, 사실상 한화오션이 독점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경쟁 체제 유지를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호위함 급 이상의 대형 함정을 설계·건조하는 모든 과정을 담당할 수 있는 것은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유일하다. 업계에서는 두 업체 간의 기술 격차가 크지 않은 상황.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1월부터 오는 2025년 11월까지 2년간 특수선 입찰에서 1.8점의 보안사고 감점을 적용받고 있는데, 0.1점으로도 수주 여부가 갈리기 때문에 이미 양사의 점수 격차가 상당히 커졌다. 이런 가운데 입찰 제한 등의 제재를 가하면 독점 체제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 HD현대중공업은 이를 지적하며 방사청, 권익위 등에 처벌 완화를 요구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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