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만기 건설채 1.5조...채권 만기 상환에 어려움
미분양 물량의 80%가 지방...경영난 악화 우려

부동산 관련 이미지./사진=이미지투데이
부동산 관련 이미지./사진=이미지투데이

[데일리임팩트 한나연 기자]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신청 이후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위기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중소 건설사들이 자금난과 악성 미분양에 시달리고 있다. 채권 차환 문제와 청약 경쟁률 부진 등 중소 건설사들이 설 곳을 잃고 있다.

건설채 만기 줄줄이 이어지는데...

19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만기가 도래하는 건설채 규모는 약 1조5000억원에 달한다. 건설시장의 악화로 중소 건설사들이 올해 만기 차입금 차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물론, 대형 건설사도 건설채 차환을 마냥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 지난 17일 이수건설은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 차환을 위해 40억원 규모의 사모채를 발행했다. 이달 말까지 이수건설에 240억원 규모의 만기가 도래하는 것을 감안하면 상환하기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대형사라고 예외는 아니다. 대우건설이 지난 2021년 초에 발행한 약 500억원 규모의 사모채의 만기가 이달말 도래한다. 다음 달에도 SK에코플랜트, 롯데건설, 현대건설, 한신공영 등 주요 건설사들의 회사채 만기가 연이어 돌아온다. 

수도권, 대형 건설사로만 쏠린 청약 경쟁

청약 경쟁률에서도 중소 건설사의 부진 및 수도권-지방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특히 지방의 경우 중소 건설사가 시공을 맡은 아파트의 청약이 상당 수 미달됐다.

한국부동산원 청약 통계에 따르면 신광건설이 시공하는 충북 제천의 ‘제천 신백 선광로즈웰'은 지난 8~10일 209가구를 대상으로 1·2순위 일반 공급을 신청 받았지만, 접수자가 2명(해당지역 1명, 기타지역 1명)뿐이었다. ㈜보해토건, ㈜도아종합건설이 시공을 맡은 ‘부산 보해 썬시티 리버파크’의 경우 지난 2~4일 청약 접수를 진행했으나 208세대 모집에 17세대만 접수해 미달됐다.

수도권의 경우 청약 미달 비율은 낮았으나 대형 건설사와 중소 건설사 간의 경쟁률 차이가 눈에 띄게 드러났다. GS건설이 시공사인 서울의 ‘청계리버뷰자이’와 대우건설의 ‘마포 푸르지오 어반피스’는 두 자릿수의 청약률을 기록했다. 반면 중소 건설사가 시공을 맡은 서울 강동구 ‘에스아이팰리스 강동센텀Ⅱ’, 양천구의 ‘어반클라쎄목동’은 지난해 12월 청약 신청을 받았으나 한 자릿수 경쟁률에 그쳤다.

연이은 부실시공 및 안전 이슈로 신용도는 하락했지만 비교적 안정적인 자금력 덕에 수요자들 사이에서의 대형 건설사 선호도가 여전하단 분석이다.

특히 이 같은 미미한 청약 경쟁률이 향후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으로 이어질 수 있어 중소 건설사, 특히 지방 건설사들에겐 부담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공사가 완료됐지만 분양되지 못한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1만465가구다. 이는 전년 동월 대비 47.2% (7110건) 증가한 물량이다. 이 중 8376가구(80%)가 지방 물량이다. 

미분양 물량이 늘어나면 자금 압박이 심화해 경영난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벌어진다. 특히나 중소 건설사의 경우 부도 우려도 커지게 된다. 브랜드 파워·수도권 입지·청약에서도 중소 건설사들이 밀리다 보니 설 곳이 없다는 분위기다.

실제로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폐업하는 건설사도 많았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종합건설기업 폐업 공고 건수는 581건이다. 전년 대비 약 60%(219건) 늘었고 2005년 629건 이래 최대 기록이다. 특히 전체 폐업의 절반 이상을 지방 건설사가 차지했다.

한편 막막한 상황에 중소 건설사들은 선분양을 포기하고 후분양 선착순 전략으로 눈을 돌리는 추세다. 수요자들의 대형 건설사 브랜드 단지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지방 중소 건설사들의 선분양 전략이 이전만큼 통하지 않는다는 이유다.

전문가들도 후분양 제도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김선주 경기대 교수는 지난해 11월 열린 '후분양제 활성화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후분양제는 주택 품질 향상, 실수요자 중심의 주택시장 형성 등에 기여한다”며 “특히 중소 규모 건설사들의 대규모 자금 조달 어려움은 주택 공급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