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챠 인수 철회한 LGU+, 기술도용 의혹
신규 서비스, 왓챠피디아와 유사성 논란
양사 입장 팽팽...법적 다툼 예고
공정위는 LGU+편, 중기부 결과 주목

LG유플러스와 왓챠 로고. / 사진= 각 사/
LG유플러스와 왓챠 로고. / 사진= 각 사/

[데일리임팩트 황재희 기자] LG유플러스가 최근 베타 서비스중인 U+tv 모아가 왓챠로부터 기술도용 의혹을 받고 있다. 

서비스 유사성 만으로 잘잘못을 판단하기엔 어려워 보인다. LG유플러스에 따르면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업체나 키노라이츠 등 스타트업 역시 왓챠피디아와 유사한 메뉴 구성을 취하고 있어서다. 

다만 다른 OTT업체와 LG유플러스가 다른 점이 하나 있다. 바로 왓챠가 지난해 투자를 약속한 LG유플러스에게 자사의 콘텐츠 평가 서비스 기술과 노하우 등 핵심 정보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양사 간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은 가운데 기술도용 분쟁은 장기화될 국면이다. 현재 LG유플러스는 왓챠에게 법적 대응까지 예고한 상태다. 왓챠 역시 LG유플러스의 이같은 태도가 '적반하장'이라며 끝까지 분쟁에 맞서겠다는 각오다.

LGU+"오비이락" vs 왓챠 "적반하장"

21일 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와 왓챠가 기술도용 의혹으로 팽팽히 맞서고 있다. 전날 왓챠는 LG유플러스가 최근 베타 서비스중인 U+tv 모아의 서비스 화면과 자사의 왓챠피디아 화면을 비교하며 모방 의혹을 제기하는 입장문을 냈다.  

왓챠의 입장문에 따르면,  U+tv 모아는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콘텐츠에 대해 이용자가 별점 평가를 한다는 점 외에도 디테일한 요소와 버튼 아이콘 모양까지도 왓챠피디아아 유사하다. 띄어쓰기를 무시하고 표기한 ‘보고싶어요'라는 기능 명칭까지 LG유플러스가 그대로 복제했다는 것이다.

(왼쪽)왓챠피디아의 콘텐츠 추천 상세페이지, (오른쪽)LG유플러스의 U+TV 서비스 상세페이지. / 사진= 왓챠
(왼쪽)왓챠피디아의 콘텐츠 추천 상세페이지, (오른쪽)LG유플러스의 U+TV 서비스 상세페이지. / 사진= 왓챠

왓챠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저희가 10년 동안 유저들과 소통하며 현재의 서비스 화면으로 최종 구축한 것"이라며 "적어도 다른 업체들은 모방했다는 빌미를 제공할까봐 디테일한 부분에서 베리에이션(변형)했는데 U+tv 모아는 서비스 문구를 거의 그대로 가져다 쓴 것 같다"고 강조했다.  

반면 LG유플러스는 해당 서비스 화면의 별점 디자인이나 코멘트· 리뷰 등의 항목은 업계에서는 이미 보편적이라는 해명을 내놨다. 왓챠만의 단독 기술이나 아이디어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업계, "대기업 VS 스타트업 기술 도용 문제"

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이 전형적인 대기업-스타트업 간 기술 도용 문제와 가깝다는 점에 주목한다. 대기업이 인수와 투자를 목적으로 스타트업에 접근해 사업 노하우와 기술정보를 가져간 뒤 자사 방향과 맞지 않다며 철회한 후 유사한 신규 서비스를 내놓는 익숙한 패턴 때문이다. 

지난해 LG유플러스가 왓챠에게 투자를 약속한 후, 양 사 간 교류는 10개월 간 지속됐다. 이 기간 LG유플러스는 왓챠가 10년간 쌓아온 왓챠피디아의 알고리즘 기술과 서비스 핵심 노하우를 손쉽게 얻어갈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양 사가 교류하던 시점은 공교롭게도 LG유플러스가 최근 테스트중인 U+tv 모아의 개발 시점과도 겹친다. 

정황상으로만 보면, LG유플러스가 자사 신규 서비스 개발 과정에서 왓챠의 기술적 정보를 참고했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왓챠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매각 관련 논의 당시 LG유플러스는 '지주사까지 올라가지 않아도 자체 대표이사 전결로 인수 가능하다'라고 했는데 지주사를 다녀오더니 돌연 인수를 철회했다"며 "당시 재무적인 투자 미팅인데 상대측의 최고기술책임자(CTO)까지 미팅에 동석해 의아했다"고 말했다. 

반면 LG유플러스는 "미디어 사업 시너지를 위해 왓챠 경영권 확보를 목적으로 투자를 검토한 것 맞지만 시너지 창출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라며 "통상적인 인수합병 절차를 거쳤고 과도한 기술 정보나 노하우를 요구하지 않았다"라는 입장이다. 

공정위는 '심사불개시'... 중기부 판결은?

앞서 왓챠는 기술도용 의혹과 관련 지난 10월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LG유플러스를 신고했지만 공정위는 관련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심사불개시 결정을 내렸다. 왓챠는 지난달 중소벤처기업부에 해당 사안에 대해 심사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로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판결 여부에 따라 양 사 간 분쟁이 법적 다툼으로 확산될지도 우려된다. LG유플러스는 "왓챠가 허위사실유포를 지속 할 경우 가능한 민·형사상 조치를 검토하겠다"라고 예고한 상태다. 

스타트업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투자 실사를 빌미로 스타트업의 핵심 사업 정보나 영업기밀 등이 대기업으로 쉽게 넘어가는 경우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라며 "법적인 제재 등 규제망이 허술한 것도 이같은 피해 사례가 재발되는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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