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 모두 3%대로 하락
전체 은행권 내 4%대 금리 비중 절반 이하로 '뚝'
지표금리 인하 영향…추후 인상 여력 '미지수'

국내 5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국내 5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연 4%대를 넘어섰던 국내 주요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일제히 연 3%대로 하락했다. 이자 부담 경감을 위한 금융당국의 ‘수신금리 경쟁 자제’ 압박이 실제 은행권 정기예금 등 수신상품의 금리 하락으로 이어진 것이다.

은행업권 내부에선 당국 압박과는 별개로 수신금리의 지표인 은행채 금리 하락 등의 요소가 반영된 결과라는 입장이다. 특히, 지금의 추세라면 당분간 수신금리 인상을 견인할 여력은 작을 것이란 분석도 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추후 예대금리차 또는 향후 공개될 4분기 이자수익 실적에 따라 또 한 번 ‘수신금리 인상’ 압박이 가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하다. 

13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한때 연 4%대를 넘어섰던 국내 주요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일제히 3%대로 내려앉았다. 대출금리 인성을 우려한 당국의 금리경쟁 자제 압박이 지속되면서 수신금리 인상시에도 일정부분 제동이 걸린 것.

국내 시중은행의 한 영업점. 기사 내용과는 상관 없음. / 사진=우리은행
국내 시중은행의 한 영업점. 기사 내용과는 상관 없음. / 사진=우리은행

‘4%는 옛말’, 3%대 내려앉은 정기예금 금리

은행연합회와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자료를 종합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이들 은행이 취급하는 정기예금(12개월 만기)의 기본금리 및 최고금리(우대금리 포함)는 모두 연 3%대를 기록 중이다.

실제로 KB국민은행의 ‘KB star 정기예금’과 신한은행의 ‘쏠편한 정기예금’은 연 3.9%, 하나은행의 ‘하나의정기예금’의 최고 금리는 연 3.85%에 형성돼있다. 이들 상품의 기본 금리 또한 연 2.6%~2.9% 등 2%대에 진입했다.

지난 11월 기준, 해당 상품의 최고 금리가 연 4.02%~4.04% 수준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 달 사이 0.1%p 전후로 금리가 하락한 셈이다.

우리은행의 ‘WON플러스예금’과 NH농협은행의 ‘NH올원e예금’의 지난 12일 기준 최고 금리는 각각 연 3.8%와 연 3.9% 수준을 기록 중이다. 이 또한 연 4%대 초반 수준이었던 전월 금리 대비 최대 0.2%p 이상 하락한 수치다.

다만, 이들 상품의 기본금리가 모두 연 3.8%로 최고 금리와 유사한 수준에 형성돼있다는 점은 눈길을 끈다.

특히 이같은 흐름은 비단 5대 시중은행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정기예금을 취급하는 국내 주요 은행업권으로 비교 범위를 넓혀봐도 유사한 흐름이 포착된다.

실제로 지난 11일 기준 국내 17개 은행에서 취급하는 예금상품 37개 중, 연 4%대의 금리가 적용된 상품은 15개에 달한다. 이는 전체 공시 대상 상품의 절반에 못 미치는 약 40% 수준이다.

물론 여전히 절반에 가까운 정기예금 상품이 연 4%대의 비교적 높은 금리를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9월 초부터 확산했던 고금리 정기예금 증가세가 10월 말을 기점으로 다소 주춤하고 있다는 점은 눈길을 끈다.

실제로 9월 중순 기준 20% 수준(37개 중 7개)에 불과했던 연 4%대 금리의 정기예금 상품 비중은, 10월 초 40% 수준에 진입한 이후 빠르게 늘어났다. 특히 지난 10월 중순(19일 기준)에는 전체 37개 상품 중 절반이 넘는 20개 상품이 연 4%대 금리를 제공하며 절정에 달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 12일 기준, 조사 대상 정기예금 상품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의 금리를 기록한 건 연 4.35% 수준을 보인 Sh수협은행의 ‘Sh첫만남우대예금’이다. 또 우대금리를 포함하지 않은 기본금리가 가장 높은 정기예금 또한 연 4.2%를 제공하는 Sh수협은행이 제공 중인 ‘헤이(Hey)정기예금’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 이미지투데이
사진 = 이미지투데이

지표금리 하락에 ‘고금리 정기예금 끝나나’

이처럼 정기예금 금리 오름세가 주춤해진 표면적인 원인은 은행채 금리의 하락세다. 대다수 정기예금은 은행채 1년물(무보증·AAA)의 금리를 지표금리로 추종한다. 해당 채권 금리가 하락하면 정기예금도 내려가고, 올라가면 동일하게 상승하는 흐름이 포착된다.

은행채 금리는 최근 미국 연준의 긴축 완화 기대감, 그리고 은행채 발행 재개의 여파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지난 11일 기준 은행채 1년물 금리는 연 3.912% 수준에 형성돼있다. 이는 이달 초(1일 기준) 기록한 연 3.963% 대비 0.049%p 가량 하락한 수치다.

특히 최근 두 달 사이 가장 높은 수준이었던 지난 10월 말(31일) 기준 은행채 1년물 금리(4.153%)와 비교하면 약 40여일 사이 0.2%p 가량 금리가 내려갔다. 은행채 금리의 흐름과 정기예금 금리의 흐름이 사실상 시기별로 유사한 변화 양상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더해 금융당국의 수신금리 경쟁 자제 압박 또한 일정 부분 정기예금 금리 하락세에 영향을 줬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은행권은 소위 ‘레고랜드 유동성 위기’ 이후 자금 블랙홀로 지목된 은행채 발행이 중단되자 공격적으로 예금 금리를 인상하며 자금을 조달했다. 이 과정에서 연 5%대 고금리 정기예금을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지난 9월~10월을 기점으로 속속 만기가 도래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처럼 만기가 도래하는 고금리 정기예금이 최근 수신금리 상승의 원인이라는 분석을 하고 있다. 예금가입자에게 돌려주기 위한 만기 잔액 조달을 위해 또 한 번 수신금리를 높여 자금을 끌어오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사진=금융감독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사진=금융감독원

실제로 이복현 금감원장은 “고금리 특판예금 취급 등 외형 경쟁을 자제하고 자산건전성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고,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 또한 최근 “올해 4분기 중 만기가 도래하는 자금 규모가 예년에 비해 다소 큰 만큼 경각심을 가지고 자금이동 상황을 주시하겠다”라며 사실상 은행권의 금리 경쟁 자제를 압박하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일련의 정기예금 금리 하락세가 당국의 압박 영향보다는 시장금리 흐름에 부합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은행권의 자금조달 창구인 은행채와 관련한 발행 규제가 종료되면서 유동성 확보가 용이해진 만큼, 굳이 무리한 수준의 수신금리 인상을 단행할 필요는 없다는 기류도 확산하는 추세다.

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지난해 공급된 고금리 정기예금 관련 자금 조달에도 큰 무리가 없는 상황인 만큼, 당분간 금리 인상 여력 또한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무엇보다 수신금리 인상이 결국 대출금리 인상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금리 경쟁을 자제하자는 분위기도 확산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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