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사전협의하고 활동하라" 공문
노조 "자율성 침해...시위 이어갈 것"
"동아일보 노조위원장 전력" 논란도

4일 오전 6차 비상경영회의가 열린 판교 카카오아지트에서 카카오노조 크루유니언이 피켓 시위를 진행했다./사진=황재희 기자.
4일 오전 6차 비상경영회의가 열린 판교 카카오아지트에서 카카오노조 크루유니언이 피켓 시위를 진행했다./사진=황재희 기자.

[데일리임팩트 황재희 기자] 홍은택 카카오 대표가 지난 4일 판교 카카오아지트에서 피켓시위를 진행한 카카오 노동조합 크루유니언에게 활동 시 회사와 사전 협의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카카오 노조는 사실상 노조 활동에 대한 '금지'를 내린 과도한 처분이라며 자율성을 침해 받았다는 입장이다. 특히 홍 대표는 동아일보 기자시절 강성 노조를 이끌던 노조위원장 활동 전력이 있어 노조의 반발이 거세다.

6일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카카오 노조)에 따르면 홍 대표는 전날 오후 노조의 회사와 경영진 비판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공문을 서승욱 지회장 앞으로 발송했다.

홍 대표는 노조가 절차를 준수하지 않고 아지트(카카오 온라인 사내게시판)에 회사 비판 취지의 게시물을 게시하고 있고, 지난 4일 오전에는 회사로비를 점거해 피켓시위를 진행한 사실을 지적했다. 이어 앞으로 '모든 온·오프라인 형태의 시설, 장비, 장소에 대해 사전 협의 없이 이용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카카오 노조는 피켓시위와 같은 활동에 대해 회사 측이 공개적으로 금지요구를 한 게 처음이라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또 실제 카카오 단체협약에는 회사 전산망을 통해 게시글을 올릴 경우 전체 직원을 수신인으로 할 경우에만 사전에 협의한다고 되어 있어 이번 지적 사례에도 적용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카카오가 노조에 협조 요청 공문을 보냈다. /사진=크루유니언
카카오가 노조에 협조 요청 공문을 보냈다. /사진=크루유니언

서승욱 지회장은 “지난 월요일 비상 경영회의 시간에 맞춰 피켓시위를 진행하자마자 홍은택 대표이사 명의로 발송된 첫 공식 답변이 '침묵'하라는 내용이라니 실망스럽다"며 "대화와 협의 없이 만들어진 셀프쇄신안이 의미가 있는지 묻고 싶다” 며 사측의 대응방식을 비판했다.

경영쇄신위원장으로 참여하고 있는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을 비롯해 김정호 CA협의체 경영지원총괄, 홍은택 대표 등 카카오와 그룹사 경영진 20여명은 판교 카카오아지트에서 매주 월요일 오전 비상경영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6회차 회의가 진행된 4일 오전, 서 지회장을 비롯한 노조 7명은 마스크를 낀채 오전 6시부터 약 한시간 가량 아지트 3층에서 침묵 속 피켓 시위를 이어갔다. 피켓에는 '경영실패 책임지고 인적쇄신 시행하라', '셀프쇄신 그만하고 크루참여 보장해라' 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날 카카오 노조는 비상경영회의가 열리는 매주 월요일마다 경영진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피케팅을 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그런데 홍 대표의 공문이 전달되면서 앞으로 노조 활동에도 차질을 빚게 됐다. 다만 노조는 사태를 살피면서 지속해서 행동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노조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경영진들이 직원들의 목소리 대신 창업자의 목소리와 의중 살피기에만 집중돼 있다"라며 "이번 공문으로 경영진에 대한 인적 쇄신이 왜 필요한지 드러나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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