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이사회에서 화물사업부 분리매각 합의
대한항공은 시정안 제출후 인수작업 속도

아시아나항공 A350 항공기. 이미지=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항공 A350 항공기. 이미지=아시아나항공

[데일리임팩트 김현일 기자]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결국 화물사업부 분리매각을 승인했다. 합병의 걸림돌을 치웠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란 평가와 합병의 취지 등 '큰 그림' 보다는 '발등의 불'을 끈 미봉책이란 부정적 평가도 함께 나오고 있다.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합병 시계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일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화물사업부 분리매각 건에 찬성함에 따라 양사의 기업결합과 관련해 유럽연합(EU) 경쟁당국(EC)에 최종 시정조치안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의 승인에 따라 대한항공과 체결한 신주인수계약 합의서 효력이 발휘, 대한항공이 유럽 경쟁당국에 최종 시정조치안을 제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난 10월 30일 대한항공은 이사회를 열고 시정조치안 및 신주인수계약에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같은 날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에서 화물 매각 논의가 연기됨에 따라 신주인수계약이 효력을 갖지 못해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대한항공이 제출한 최종 시정조치안에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문 분리매각을 포함해 △아시아나와의 유럽 4개 중복노선(프랑스 파리·이탈리아 로마·스페인 바르셀로나·독일 프랑크푸르트)에의 국내 타 항공사 진입지원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EC는 이를 토대로 내년 1월 말 조건부 승인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최종 합병 승인까지 1년 이상 소요된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 당위성에 관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경쟁환경 복원을 위해 다양한 시정조치 방안을 제안했으나 EC에서 모두 수용하지 않았다”라며 “승인을 받기 위해서는 아시아나항공의 전체 화물사업 매각이 유일한 대안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대한항공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대한항공

시정안이 제출됨에 따라 대한항공은 즉각 아시아나항공 자금 지원에 돌입할 예정이다.

고유가·고금리 등으로 영업환경이 좋지 않은 데다, 엔데믹 이후 화물사업 매출 감소 등으로 재무건전성이 지속해서 악화되고 있기 때문에 기업결합심사 장기화를 대비해 인수주체로서 재무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것이 대한항공의 입장이다.

우선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에 기업결합승인 이전까지 운영자금 용도에 한해 계약금 및 중도금의 인출 및 사용을 허가할 예정이다. 또한 대한항공에의 신규 영구전환사채 발행 역시 허가된다. 기존 영구전환사채는 전액 상환한다.

EC로부터 기업결합승인을 받은 이후에는 아시아나항공 인수계약금 3000억 중 1500억원의 이행보증금 전환을 통해 인수 불확실성을 해소할 계획이다. 또한 양사 상설협의체 구성 및 거래종결 위한 협의를 강화하고 EC 조건부 승인 직후 신주인수거래기한을 오는 2024년 12월 20일까지로 변경된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문 매각은 고용승계 및 유지를 조건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또한 양사간 자금 지원 합의 체결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에 유동성 지원이 이뤄질 예정이며,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상 어려움도 다소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남아있는 미국과 일본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에도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미국 경쟁당국(DOJ)과는 방안 협의를 통해 경쟁제한 우려를 해소할 것”이라며 “일본(경쟁당국)과는 시정조치안 협의가 완료되는 대로 정식 신고서를 제출한 후 내년 초 심사 종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라고 부연했다.

항공기 이미지. 사진=이미지투데이
항공기 이미지. 사진=이미지투데이

다만 이번 결정에 대한 우려 및 반발도 없잖은 상황이다.

우선 노조 등 아시아나 내부에서는 화물사업 매각이 사실상 구조조정이라는 이유로 반대 의견을 고수하고 있다. 고용승계 및 유지가 조건이라곤 하나 이를 확신할 수 없는 만큼 불안정성이 높아졌다는 이유에서다. 전임 사장단 역시 이같은 이유로 반대 의견을 내비친 바 있다.

인수 주체로 나설 것으로 보이는 국내 중소 항공사들의 ‘체급’이 낮은 것도 걱정이다. 인수에 성공하기만 한다면 단번에 몸집을 키울 수 있는 기회이긴 하나,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1조원 대로 평가받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를 인수할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지의 여부가 문제가 되는 것이다.

현재 물망에 오르는 곳은 티웨이항공, 에어프레미아, 이스타항공, 에어인천(화물항공사) 등 4개 항공사지만 이들 모두 아시아나항공 대비 규모가 턱없이 작다. 그나마 LCC(Low Cost Carrier, 저비용 항공사) 업계에서 규모가 큰 것은 ‘1위’ 제주항공이지만 하반기부터 보잉 737 항공기를 들여오는 만큼 인수 여력이 없을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항공포털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아시아나항공의 국내선·국제선 순화물(우편물·수하물 제외) 운송량은 27만9097톤(t)으로 대한민국 국적사 순화물 수송량(91만4286톤) 중 30.5%에 해당한다. 같은 기간 티웨이항공(6999t)·에어프레미아(1806t)·에어인천(2만243t)의 경우 각각 아시아나항공의 2.5%, 2.8%, 7.2% 수준으로 화물 규모가 적은 상황이다. 심지어 이스타항공은 코로나로 효력이 정지됐던 화물사업 항공운항증명(AOC)을 재취득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합병이 된다 한들 화물사업부 매각으로 합병 시너지가 이미 줄어들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당초 대한항공이 계획했던 대로 ‘글로벌 7위권 메가 캐리어’(Mega Carrier, 초대형 항공사)의 출범이라기에는 그 규모가 크게 줄어 의미가 희석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한항공이 최선의 선택을 했다는 평가도 있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부 장거리 노선 축소와 아시아나 화물사업부 매각을 감안해도 여전히 대한항공이 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투자”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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