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8시간 격론…일부 사외이사 "배임 소지 있다" 반대
11월 초 재논의 예정…이사회 승인 없이 사업 매각 불가능
화물사업 분할 전제로 신주 인수계약…EU 집행위와 협의 필요
업계 "이사회 조만간 개최되더라도 의견 일치 수월치 않을 것"

김포공항 부지 내 아시아나항공 본사 전경. 사진=아시아나항공
김포공항 부지 내 아시아나항공 본사 전경. 사진=아시아나항공

[데일리임팩트 김현일 기자]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격론 끝에 화물사업부 매각 사안에 대한 표결을 미뤘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과의 기업결합 여부 결정이 또 한 차례 늦춰지게 됐다.

31일 아시아나항공은 다음달 초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 ‘대한항공의 시정 조치안 제출 동의’ 여부를 결정하는 이사회를 재개한다고 밝혔다.

전날 아시아나항공은 서울 도심 모처에서 이사회를 열고 △아시아나항공 및 자회사 전 임직원의 고용 보장 △기업 및 주주가치 제고 등에 대해 논의했다.

특히 이날 중점적으로 논의된 것은 화물사업부 매각 건이다. 이사회에는 배진철 전 한국공정거래조정위원장, 박해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윤창번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 강혜련 이화여대 경영대학 명예교수 등 사외이사 4명이 참석했다. 사내이사의 경우, 최근 ‘일신상의 사유’로 사의를 표명한 진광호 안전·보안실장(전무)은 빠졌고, 원유석 대표만 사내이사 자격으로 동석했다. 

5명의 이사들은 오후 2시부터 약 7시간30분에 걸쳐 격론을 벌였지만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한 채 정회했다. 이사회에 참석한 사외이사 중 일부가 매각 시 주주에 대한 배임 소지가 있고, 노조의 반발 등이 우려된다는 점을 들어 반대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이사회는 추후 다시 열릴 예정이나 일시나 장소는 미정”이라고 전했다.

대한항공 항공기들이 활주로에 나란히 서있는 모습. 사진=대한항공
대한항공 항공기들이 활주로에 나란히 서있는 모습. 사진=대한항공

이사회가 미뤄진 만큼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이날까지로 예정돼 있던 시정 조치안 제출 기한에 대해서도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EC) 측과 협의가 불가피하게 됐다.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의 승인이 없으면 화물사업부 매각이 불가능해진다. 대한항공 이사회가 결의한 시정 조치안 제출과 신주 인수계약 관련 합의서 체결 효력도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한편 대한항공 이사회는 지난 30일 EU 집행위 측의 시정안 제출 승인을 조건으로 아시아나와 신주 인수계약 관련 합의서 체결을 승인했다고 이날 공시했다. 1조5000억원 규모의 아시아나 신주를 대한항공이 인수하는 방식으로 화물사업 분할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에서 화물사업 매각이 통과돼야 어제 결의한 내용들이 효과를 발휘한다. 통과가 안 되면 의미가 없는 것”이라면서도 “다행히 며칠 정도는 (EU 집행위 측에서) 조정할 여지는 있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이사회가 이른 시일 내에 개최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 다만 의견 일치가 수월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애가 탈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대한항공 이사회에서는 별 일이 없었겠지만 아시아나 측에서는 사외이사 적격성 논란도 나왔다는 이야기가 있는 만큼 분위기가 썩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라고 귀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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