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하반기 채용 본격 시작
상반기 2300여명 채용에 올 목표치의 70% 달성
하반기 시중은행 900여명 채용 전망

금융권 공동 채용박람회 현장. / 사진=금융위
금융권 공동 채용박람회 현장. / 사진=금융위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의 채용 확대를 통한 ‘사회적 책임’ 이행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주요 시중은행들이 하반기 채용 계획을 공개하고 있는 가운데, 상반기 채용 규모를 고려하면 올 초 공언한 연간 채용 규모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이 나오기 때문이다. 

과도한 성과급 논란으로 한차례 홍역을 치른데다 소비자와의 최접점인 영업점 축소에 이어 채용 규모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은행권의 적절한 대응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5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국내 5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상생 압박에 은행권도 ‘채용 잰걸음’

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과 공동으로 진행한 ‘공개 채용 박람회’를 통해 서류전형 통과자를 대상으로 면접전형을 진행한 데 이어, 이와 별개로 각 은행별로도 자체적인 채용 계획을 속속 공개하고 있다.

지난달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된 ‘2023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에서 국내 은행 11곳을 통해 현장 면접을 진행한 서류 통과자는 2300여명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전년(1300여명) 대비 1000명 가량 확대된 수준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현장 면접을 본 지원자 중 최소 35%(805명) 이상을 우수 면접자로 선발했다”며 “향후 이들은 각 은행에서 채용 시 1차 서류전형 단계는 면제해 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행사에서 주요 금융업권에서는 하반기 채용 계획도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박람회 참가 기관들이 밝힌 올해 하반기 채용 규모는 2600여 명에 달한다. 공기업과 보험권이 약 600명대, 금융투자업계 및 카드사들이 평균 200여명 수준의 채용을 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가장 큰 채용 규모 계획을 밝힌 곳은 900여명 수준인 은행권이었다.

금융업권 내부에서도 올해 은행권의 채용 계획을 주목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실적의 낙폭이 심했던 타 업권과 달리 은행업계는 꾸준히 실적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특히 앞서 언급했듯이 주요 시중은행은 세간의 전망을 비웃기라도 하듯 지난 상반기에도 또 한번 고금리에 따른 이자익 증가 효과로 실적 제고에 성공하기도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에 공개된 은행권의 하반기 채용 규모가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여전히 은행권의 공공재, 사회적 책임과 의무 논란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채용 확대를 약속한 은행권이 정작 소극적인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것이다.

디자인=김민영 기자.
디자인=김민영 기자.

올해 채용 목표치, 달성 가능할까

올 초 국내 은행권에서 밝힌 연간 채용 목표 규모는 약 3700명 수준이었다. 이는 전년 대비 600명가량 늘어난 수치인데, 당시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금융당국의 압박에 따른 채용 확대 결정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 바 있다.

그리고 지난 상반기 국내 은행권에서는 약 2300여 명 규모의 신규 채용을 진행하기도 했는데 이 역시 전년 동기(1600여명) 대비 700명 이상 늘어난 규모였다.

특히, 국내 은행업권 내에서 가장 큰 인력 비중을 차지하는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경우, 전체 은행권 상반기 채용 규모의 65% 수준인 약 1500여 명을 신규 채용했다.

NH농협은행이 500여명으로 가장 큰 규모를 차지했고, 나머지 은행 4곳이 각각 250명 수준의 채용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하반기다. 앞서 공개된 연간 채용 목표 규모와 상반기 채용 규모를 고려하면 산술적으로 하반기에 최소 1200여명의 신규 채용을 단행해야 한다.

하지만 업계 내부에선 이 같은 채용이 사실상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통상적으로 상반기 대비 하반기 채용 규모가 두 배 이상 크게 책정되는데, 올해는 상반기 채용 규모가 예상보다 늘어나면서 하반기에는 상대적으로 채용을 늘리기 쉽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이같은 예측은 이미 주요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데일리임팩트가 확인한 국내 5대 시중은행의 하반기 예상 채용 규모는 지난해 하반기 채용규모(약 2000명)의 절반에 못 미치는 약 9000여 명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부분 은행이 상반기와 동일한 200~250명 수준의 채용을 예고한 가운데 일부 은행은 100명대 수준의 채용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최근 우리은행은 5대 시중은행 중 가장 먼저 250여명 규모의 하반기 채용계획을 밝혔고, 하나은행도 180명 규모의 행원 채용에 나선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아직 실제 채용 규모는 유동적이며, 희망퇴직 등으로 감소한 인원수도 고려해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다만 채용 목표치를 맞추기 위한 목적으로 채용 규모를 인위적으로 늘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따른다”라고 말했다.

청년도약계좌 협약식 및 간담회에 참석한 김주현 금융위원장. / 사진=금융위
청년도약계좌 협약식 및 간담회에 참석한 김주현 금융위원장. / 사진=금융위

채용 감소희망퇴직에 당국도 채용 확대 압박

최근 은행업권 내 소위 ‘희망퇴직’ 바람이 불면서 은행권 내 채용 감소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은행들은 업무 효율성 제고를 위한 ‘조직 슬림화’, 여기에 비대면 금융 확대에 따른 영업점 감소 등의 여파로 최근 몇 년간 대규모 희망퇴직을 단행한 바 있다.

지난 상반기 기준 국내 5대 시중은행의 임직원 수는 7만1511명으로, 전년 말(7만2434명) 대비 923명 감소했다. 여기에 이례적으로 최근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이 하반기에도 희망퇴직 접수를 받으면서 양 사 합계 약 300명의 직원이 짐을 쌌다.

이같은 하반기 추가 희망퇴직이 타 은행으로도 확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단 주장도 나오는 가운데, 지금의 추세라면 올해 연말 기준 5대 시중은행 임직원 수는 전년 말 대비 500~1000명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은행채용에서 차지하는 ‘신입 채용’의 비중이 갈수록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5대 시중은행이 채용한 신입 행원은 총 1662명으로 전년 대비 27.8% 감소했다. 이는 전체 채용 규모의 약 73% 수준인데,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하기 이전인 지난 2019년 당시 86%와 비교하면 13%포인트(p)나 감소한 수준이다.

올해도 이 같은 흐름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디지털‧IT 등 인력 확충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직군에서 대부분 경력직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실제 채용이 늘어도 전체 임직원 수의 감소세가 멈추지 않는다면 당국의 채용 압박 또한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빠르면 올해, 적어도 내년부터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의 채용 규모를 회복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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