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4조3064억∙영업익 4634억원…전년 대비 소폭 성장
무선사업, 5G 가입자 증가에도 정체 수준…수익성마저 후퇴
엔터프라이즈∙미디어 등 신사업 성장세…AI 내재화가 영향
AI컴퍼니 전환 가속화…글로벌 동맹으로 미래 경쟁력 제고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사진. SK텔레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사진. SK텔레콤.

[데일리임팩트 황재희 기자] SK텔레콤이 2분기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았다. 본업인 통신사업에서 주춤주춤한 결과다. 

그러나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등 기업간거래(B2B) 신사업이 4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며 실적을 견인했다. 통신시장 리더십만으로는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SK텔레콤은 인공지능(AI)컴퍼니 전환에 속도를 올려 미래 성장 동력을 확고히 한다는 계획이다. 

김진원 최고재무책임자(CFO)는 "AI 기반의 혁신 없이는 생존이 어렵다는 생각으로 에이닷 고도화와 함께 글로벌 텔코로 힘을 모아 전방위적 협력 체계를 구축해 AI 주도권 확보에 힘쓰겠다"라고 말했다. 

무선사업 정체...5G 가입자수 63% 

SK텔레콤이 올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4조3064억원, 영업이익 4634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0.39%, 0.83% 증가했다. 특히 당기순이익은 무려 34.71% 증가, 347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보다 낮은 성적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앞서 SK텔레콤의 2분기 컨센서스를 매출 4조3839억원, 영업이익 4791억원으로 제시했다.

통신사업만 놓고 보면 정체 수준이다. 별도 기준으로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3조1192억원, 3791억원을 기록했다. 그나마 매출은 0.03%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0.5% 감소했다. 5G 가입자와 로밍 수요 증가로 매출은 소폭 늘었지만, 연구개발에 따른 감가상각비가 증가해 수익성은 후퇴했다. 단,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이 높은 5G 가입자 비중이 늘었다. 5G 가입자는 1467만명으로 전체 무선가입자의 63%에 달했다. 지난해 2분기보다 13% 증가했다. 

SKT는 올 상반기 유료방송 가입자와 초고속인터넷 순증 가입자 수가 증가했다. /사진=SKT
SKT는 올 상반기 유료방송 가입자와 초고속인터넷 순증 가입자 수가 증가했다. /사진=SKT

그러나 최근 1년 사이 5G 가입자 추이를 보면, 올해 들어 성장세가 눈에 띄에 둔화됐다. 정부의 통신 정책의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7월 미래 통신시장의 지속 발전과 국민 통신비 부담 완화를 위한 통신시장 경쟁을 촉진시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통신시장 경쟁구조 개선, 경쟁 활성화를 통한 국민 편익 제고, 유․무선 통신 인프라 투자 활성화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그 일환으로 5G 중간요금제 다양화를 요구해왔다.

SK텔레콤은 이에 올 상반기 총 25종의 5G 신규 요금제를 출시하며 고객 선택권을 확대했다. 특히 청년들의 데이터 이용 패턴과 생활 트렌드를 적극 반영한 0청년 요금제는 출시 후 약 1달간 신규·기기변경과 요금제 변경 시 10명 중 7명 이상이 선택할 정도로 호응을 얻었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6월 휴가철을 앞두고 선보인 가족로밍 서비스도 출시 한 달 만에 3만 가구, 7만명이 이용했다.

김진원 CFO는 "(정부의 통신시장 경쟁촉진 방안이) 매출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며 "(하지만) AI 전환 등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실적이 중요하다. 정부 기조에 대응해 이용자 선택권 확대, 차별적 경쟁력 강화를 지속하는 동시에 효율적인 비용 집행을 통해 실적을 견조하게 유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데이터센터·클라우드 사업 고성장

SK텔레콤은 기대하던 AI 컴퍼니 성과가 가시화됐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는 모습이다. 

엔터프라이즈 사업은 전년 동기 대비 9.2% 증가한 407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 5분기를 통털어 가장 높은 성적이다. 이중 데이터센터 사업과 클라우드 사업이 각각 33.2%, 67.7% 성장하며 눈길을 끌었다. 

494억원의 매출을 달성한 데이터센터 사업은 신규 데이터센터의 가동률 상승으로 하반기에도 상승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클라우드 사업 역시 2분기 게임, 금융 등에서의 수주로 39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AI 서비스와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시장 확대로 성장세를 이어나갈 방침이다.

SKT는 올 2분기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사업의 실적 증가가 두드러졌다. /사진=SKT
SKT는 올 2분기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사업의 실적 증가가 두드러졌다. /사진=SKT

SK텔레콤은 2027년 국내 톱3 MSP를 목표로 클라우드 사업에 본격 뛰어든 상황. 이날 컨퍼런스콜에서는 이러한 전략을 공유했다. 김명국 클라우드 사업 담당은 "MSP는 리커링 매출 비중이 5분기 연속 90% 이상을 기록하고 있는데 유무선 네트워크 역량과 AI, 빅데이터, 데이터센터, 보안 등 경쟁력 있는 통신 자산을 결합해 제공한 결과"라며 "산업별 맞춤형 클라우드 전환 컨설팅, AI기반 비용 최적화, 맞춤 클라우드 컨테이너 토탈 솔루션 등 MSP 기술 역량을 중심으로 관련 매출을 공고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회사의 기술 내재화에 맞춰 AI와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수요를 흡수할 방침이다. 김 담당은 "AI클라우드 설계·구축 역량과 AI반도체인 사피온으로 AI와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수요를 공략할 것"이라며 "경쟁사가 진입하기 어려운 분야에서 중장기적으로 성장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미디어 사업 매출은 팀스튜디오, Btv 등 미디어 자산을 기반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한 3865억원을 기록했다.이와 관련, SK브로드밴드는 유료방송과 유선통신에서는 각각 4740억원, 2650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5%, 3.4% 증가하며 연결 매출 1조700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유선시장에서 IPTV와 초고속 인터넷 순증 가입자수가 나란히 1위를 기록했다. SK브로드밴드 유료방송 가입자 수는 946만명,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 수는 681만명이다.

AI와 메타버스를 포함하는 플랫폼 사업의 분위기도 좋다. SK텔레콤의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는 지난해 11월 49개국에 출시된 이후 빠르게 가입자가 늘고 있다. 2분기 기준 전체 월간활성이용자수(MAU)의 30%를 해외였다. 지난 5월 선보인 메타버스 SNS 기능 이프홈도 순항 중이다. 7월 말 기준 누적 40만개 이상 개설됐다. SK텔레콤은 수익화 기반이 갖춰졌다고 판단, 다음달 말 인앱 중심 경제 시스템을 도입한다. 개인 창작자도 아바타 의상이나 소품 등 콘텐츠를 제작·판매해 수익을 올릴 수 있다. 

구독 서비스인 T우주는 지난 5월 출시한 유튜브 프리미엄 제휴를 기반으로 2분기 월간 실사용자 200만명을 기록했다. 파급력 있는 제휴 콘텐츠를 지속 추가해 가입 비중을 늘리기로 했다. 나서영 구독마케팅CO 팀장은 "우주패스 가입자 중 유튜브 프리미엄 가입자 비중은 100여개 옵션 중 탑3 안에 들 정도"라며 "독보적 가성비를 가졌기 때문에 2분기 T우주 누적 거래액도 6300억원을 달성했다. 향후 제휴처 확대를 통해 자발적 가입자를 늘리겠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조나단 에이브러햄슨 도이치텔레콤 프러덕트&디지털 최고 책임자, 칼리파 알 샴시e& life CEO, 아나 입 싱텔 부대표, 유영상 SK텔레콤 사장이 기념활영을 하고 있다./사진=SK텔레콤.
(왼쪽부터) 조나단 에이브러햄슨 도이치텔레콤 프러덕트&디지털 최고 책임자, 칼리파 알 샴시e& life CEO, 아나 입 싱텔 부대표, 유영상 SK텔레콤 사장이 기념활영을 하고 있다./사진=SK텔레콤.

"AI 덕분에 성장" 글로벌 연합체 구성 

한편, SK텔레콤은 B2B 신사업이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AI가 주효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과 같은 빅테크와 달리 AI에만 집중할 수 없는 상황. 이에 도이치텔레콤·e&·싱텔과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를 공식 출범해 시너지를 도모할 방침이다. 각사의 역량을 결집한 AI 서비스 기획과 텔코 AI 플랫폼을 구축함으로써 AI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것이다. 

정석근 글로벌 AI 테크사업담당은 연합 배경에 대해 "최근 AI 산업 변화에서 글로벌 빅테크가 중심인 대규모언어모델(LLM)기술의 수요가 높은데 텔코는 이 기술의 확보가 어렵다. 글로벌 통신사들을 묶어 규모의 경제를 만들면 글로벌 빅테크에 대해 협상력을 높일 수 있고 LLM 기술 자체 개발도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AI 기술은 내재화할 경우, 사업 운영에서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효율화를 통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고객 데이터를 심층적으로 분석해 맞춤형 서비스를 개발하기에도 용이하다. 이는 곧 수익 창출로 이어지게 된다. 

실제 SK텔레콤은 자사 AI 사업을 고도화 중이다. 지난 6월 말에는 에이닷 안에 MS 애저 오픈AI 서비스인 챗GPT 모델을 활용한 챗T 기능을 추가했다. 사용자들은 챗T를 통해 해당 분야 전문 지식을 가진 사람과 대화하는 것처럼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에이닷에 적용된 자체 LLM 고도화를 통해 이용자의 맥락을 이해하는 멀티턴 방식의 대화 서비스도 출시했다.  

정 담당은 "통신사들은 생성형AI 기술을 활용해 작업, 마케팅, 네트워크 관리 등 효율화를 통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면서 "AI 어시스턴트 서비스를 통해 고객과의 관계가 새롭게 구축되면 (또다른) 사업 모델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유럽, 중동, 아시아를 대표하는 통신사들이 텔코 AI 플랫폼, LLM을 만든 뒤 로컬서비스를 개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주주환원정책 지속 추진할 것"

SK텔레콤은 실적과 별개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주주환원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SK텔레콤은 지난 7월 이사회에서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과 2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결정했다. 경기침체 등으로 추가적인 기업가치 제고 필요성이 커져 내린 결정이다.

소각 예정인 2000억원은 발표일 기준 총 발행 주식수의 약 2%에 해당한다. 이와 함께 2023년 2분기 배당금은 주당 830원으로 확정하며 꾸준히 분기 배당을 지속하고 있다. 

김 CFO는 "자회사, 투자회사 배당이 꾸준히 들어와 이를 재원으로 자사주 매입 여력은 충분하다 판단하고 있다"며  "주주환원에 대한 기조는 변함 없으며 내년에도 꾸준히 지속할 것인지는 제반 경영환경을 감안해서 이사회 논의를 통해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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