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별도 영업익 모두 두 자리수 증가율…시장 전망치 상회
B2C·B2B 사업 고른 성장…그룹사 핵심 포트폴리오도 순항
수익성 개선 1등 공신은 '경영 관리'…설비투자·판매비 감소
경영 정상화 기반 닦아…김영섭 체제 출범 후 '실적 성장' 집중

KT 사옥. 사진. KT.
KT 사옥. 사진. KT.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지난해 연말부터 반년 이상 사실상 최고경영자(CEO)가 자리를 비운 KT. 시장에서는 경영 공백 장기화에 따른 악영향을 우려했지만, 2분기 시장의 전망을 뛰어넘는 호실적을 달성했다. 

그룹의 본체인 통신사업 서비스 매출은 13년 만에 4조원을 돌파했다. 금융과 부동산, 미디어·콘텐츠, 클라우드까지 그룹사 사업도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덕분에 연결, 별도 기준 모두 영업이익은 두 자릿수 증가율을 달성했다. 

KT 역시 "기업간거래(B2B)와 기업·소비자간거래(B2C) 사업의 견고한 펀더멘털을 기반으로 그룹사 핵심 포트폴리오도 균형 잡힌 성장을 보였다"고 "물가 상승으로 사업경비가 증가하는 등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도 수익성 개선에 성공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KT 호실적은 '경영 관리의 승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 선임이 늦어지면서 KT는 통신망 유지 외에 설비투자 지출을 억제했기 때문이다. 업무 체계를 개선해 판매비 또한 소폭 줄였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말처럼 제반비용이 일정 수준 이상 되지 않도록 통제한 결과, KT는 시장의 우려를 상쇄하는 데 성공했다. 

두 자릿수 영업익 달성…B2B·B2C 고른 성장

7일 KT는 2분기 연결 기준  6조5475억원, 영업이익 5761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매출은 3.7%, 영업이익은 25.5% 증가했다. 단말 수익을 뺀 서비스매출은 5조9686억원이다. 

그룹사 매출을 뺀 통신사업만 놓고 보면 수익성이 두드러진다. 별도 기준 매출 4조4874억원, 영업이익 407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0.7%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무려 34.2%나 증가했다. 단말 판매를 제외한 서비스 매출도 2.1% 증가한 4조186억원을 기록했다.

1분기와 다른 분위기다. KT는 통신3사 중 유일하게 영업이익이 1년 만에 22.4%나 줄었다. KT 측은 "지난해 마포솔루션 센터를 매각하면서 746억원의 부동산 수익이 발생해 기저효과가 있었다. 무선 단말에 따른 회계처리 변경으로 500억원의 이익이 감소하기도 했다"고 해명했지만, 업계에서는 CEO 공백의 여파라는 해석이 나왔었다. 그러나 2분기엔 외형 성장과 물론, 시장의 기대치까지 뛰어넘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취합한 증권사 전망치 평균(컨센서스)은 매출 6조5278억원, 영업이익 5204억원이다.

2분기 실적./자료=KT.

호실적의 배경은 기업간거래(B2B)와 기업·소비자간거래(B2C) 사업의 순항이 꼽힌다. 

B2B 플랫폼 사업(디지코 B2B)은 국방광대역 구축사업을 비롯해 기존 수주사업에서 매출이 본격적으로 발생했다. 특히 2분기 수주는 전년 동기 대비 19% 증가하면서, 올 상반기 B2B 사업 수주액은 1조9000억원이 추가됐다. 덕분에 연간 3조원 이상의 수주 규모를 유지것으로 점쳐졌다. 해외 관광객 증가로 호텔 사업이 전반적으로 좋았던 데다, 새롭게 문을 연 명동 르메르디앙·목시 호텔의 매출이 더해지면서 부동산 사업도 호조했다. 

B2B 통신사업(텔코 B2B)도 성장 흐름을 지속했다. CCTV용 전용회선 수요가 늘고, 중소 CP사 수주가 확대된 결과, 기업 인터넷·데이터 사업 매출은 5.2% 성장했다. 자급제와 알뜰폰(MVNO) 확대로 기업통화는 12.3%의 매출 증가가 있었다. 이에 텔코 B2B 전체 매출은 지난해보다 7.6% 늘었다. 

B2C 사업도 좋은 흐름을 지속했다. B2C 플랫폼 사업(디지코 B2C)의 경우, 인터넷TV(IPTV) 사업은 주문형 비디오(VOD)∙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결합요금제와 프리미엄 요금제를 중심으로 가입자가 증가했다. 지니TV 런칭 이후 셋톱박스(STB)·무선인터넷 공유기(AP)·인공지능(AI) 스피커를 하나로 합친 올인원 STB인 사운드바를 내놓는 등 사용자 편의성을 높인 게 주효했다. 모바일 플랫폼에서의 간편결제 사업 매출도 7.5% 성장했다. 그 결과, 디지코 B2C 매출은 전년 동비 대비 3.8% 증가했다. 

그룹의 핵심 현금창출원이자 매출 기여도가 높은 B2C 유·무선 사업(텔코 B2C) 또한 미미하지만 성장세를 유지했다.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이 높은 5G 가입자는 928만명으로 핸드셋 가입자의 68%에 달했다. 해외 여행객 증가, 외국인 관광객의 국내 로밍 수요가 더해져 로밍사업 또한 2개 부기 연속 신장세를 보였다. 초고속인터넷은 고품질 인터넷 서비스 수요로 인해 기가인터넷 판매 비중이 67.6%까지 늘었다. 이에 텔코 B2C 매출은 지난해와 비교해 2.7% 증가했다.

그룹사, 핵심 포트폴리오 중심 성장

그룹 계열사도 금융·부동산·콘텐츠·디지털 전환(DX)을 중심으로 좋은 성적을 보여줬다. 가장 기여도가 큰 계열사는 BC카드와 KT에스테이트다. 김영진 재무실장(전무)은 컨퍼런스콜에서 "올 2분기 그룹사 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30억원 늘어난 1686억원인데, 올해 지난해(5219억원)와 비슷한 수준의 매출 기여도를 예상한다"면서 "금융·부동산 분야에서 추가 성장 동력을 만든 게 영향을 준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BC카드는 신용카드 매입액 증가, 자체카드 발행, 가맹점이나 기업 대상 대출사업 확대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9% 증가했다. 사업 다각화를 통한 매출 성장이 이뤄지면서 BC카드는 그룹 금융 분야 핵심 자회사로 입지를 굳혔다. 케이뱅크도 힘을 보냈다. 2021년 2분기부터 9개 분기 연속 영업 흑자를 이어간 것. 고객 수와 수신, 여신 등 모든 영업 지표가 개선됐다. 케이뱅크의 2분기 말 수신 잔액은 17조4000억원, 여신 잔액은 12조7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6%. 45.2% 증가했다.

부동산 사업은 호텔사업 회복세와 아파트 분양사업으로 성장세를 유지했다. KT에스테이트가 소유한 서울시대 5곳 모두 객실 점유율이 개선됐고, 현재 건설 중인 원주 관설 지역 아파트의 매출도 순항 중이다.

KT가 디지코로 방향 전환을 하면서 가장 먼저 사업 재편을 했던 미디어·콘텐츠는 업계에서 존재감이 커졌다. 스튜디오지니와 skyTV가 올 상반기 제작한 오리지널 콘텐츠는 드라마 7편, 예능 5편이다. '보라!데보라' '마당이 있는 집'은 각가가 아마존 프라임비디오,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되면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skyTV 역시 ENA채널에서 선보인 스튜디오지니 오리지널 드라마와 '지구마불 세계여행'과 같은 킬러 예능 콘텐츠 덕분에 채널 경쟁력이 높아졌다. 그러나 광고와 커머스 시장 침체로 콘텐츠 자회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8% 감소했다.

KT클라우드는 출범 1년 만에 기업가치를 4조원대로 인정받아 6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AI 클라우드 본격화, 인터넷데이터센터(IDC) DBO 사업 수주로 두 자릿수 매출 신장이 있었다. 

5G와 기가인터넷 가입자 비중./자료=KT.
5G와 기가인터넷 가입자 비중./자료=KT.

호실적 비결은 '비용 통제'

하지만 KT 호실적의 큰 이유로는 비용 통제의 효과가 적잖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5G과 기가인터넷 가입가 증가세는 눈에 띄게 둔화된 까닭이다. 

실제 KT는 2분기 6850억원을 설비 투자에 썼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35% 적다. 상반기로 넓혀봐도 다르지 않다. 상반기 설비투자액은 9985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1조558억원) 집행된 투자액보다 적다. 

반면 판매비와 같은 마케팅비용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했다. 같은 기간 판매비는 637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3.1% 줄었다. 이에 APRU는 최근 1년 동안 가장 높은 3만3948원을 달성했다. 전년 동비 대비 4.6%, 전분기와 비교해도 0.5% 늘었다. '새는 돈'을 막기 위해 전사적으로 비용 효율화를 추진한 결과다.

김 전무는 "전력비, 각종 수수료 등이 인플레이션 영향 등으로 상승했다"며 "사업 수행 체계에 대한 개선, AI 등 DX 기술을 활용한 업무 프로세스 효율화로 비용 부담을 일정 부분 상쇄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KT는 셀프 개통을 확대하고 콜센터 업무 전반에서 AI 적용해 인당 생산성을 높였다. 서비스 구매와 이용 패턴 변화에 맞춰 유통 구조도 개선했다. 

KT는 하반기 매출 신장과 수익성 확대를 목표로 기업가치를 제고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달 말 CEO 선임이 이뤄지면 지배구조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는 만큼, AI를 중심으로 디지코 사업 성과를 가시화하겠다는 구상이다. 

KT AI사업은 클라우드와 B2B, B2C의 세 방향으로 진행된다. 매출이 발생 중인 AI 컨택센터(AICC)는 올해 1000억원 이상 매출을 올린 뒤 2025년 3000억원 이상으로 성장시킨다. B2B에서는 초거대 AI인 믿음을 상용화하고 기업에 API를 개방해 플랫폼 이용료를 받는 수익모델을 준비하고 있다. 이와 함께 KT와 그룹사 상품·서비스에 믿음을 접목해 B2C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김 전무는 "2020년부터 내부 생태계를 구축해왔으며, 초거대 AI가 B2B에 맞춤형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도록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한 언어모델을 지향한다"면서 "현재 믿음을 고도화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날 KT는 차기 대표로 낙점된 김영섭 전 LG CNS 사장의 '적합성'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5수는 없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인 셈이다. 

김 전무는 "풍부한 기업 경영 경험, ICT와 DX에 대한 전문성을 지녔다"며 "심층 면접에서 디지털 혁신 생태계와 ICT 인프라 구축, DX 서비스에 대한 구체적 계획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전무는 "인프라 투자와 통신사업 고도화를 통해서 본원적인 경쟁력을 강화하고 대내외 신뢰에 기반한 건실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안도 제시했다"면서 "본질 중심의 성장과 DX 성장을 주도할 경영체계, 기업문화 개선 의지를 갖고 있어 회사의 지속 성장과 기업가치 제고에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에서는 김 신임대표가 취임하면 KT의 성장 전략에도 다소 변화가 있을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재무통인 까닭에 전사 차원에서 재무 건전성을 높이는 데 무게를 둘 것이라는 관측이다. 성과가 부진하거나 경쟁사 대비 효율이 떨어지는 사업은 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디지코라는 큰 틀은 유지하되, 투자 효율성과 조기 성과 달성을 고려해 선택과 집중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며 "인사와 조직 개편을 보면 김 신임대표의 청사진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여당과의 관계 개선도 KT가 풀어야 할 숙제다. '이익 카르텔' 등 노골적인 비난이 나왔고, KT를 겨냥한 검찰의 수사도 진행 중이다. 새 대표의 중도 낙마를 막으려면 정부와 여당의 정책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통신업계 경쟁 촉진과 가계 통신비 부담 경감에 KT가 전향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 신임대표가 내놓을 주주환원정책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진다.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김 전무는 "새로운 주주환원 정책은 CEO가 선임된 후 이사회를 중심으로 논의,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라며 "지금껏 지속해 온 합리적인 주주환원정책을 새 이사회도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