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롯데 위한 혁신·미래경쟁력 창출 방점
세대 교체 가속화…신임 임원 46%가 40대
내외부 전문가 전략적 배치…내실화 무게

지난 18일 오후 롯데정밀화학 울산공장을 찾은 신동빈 회장이 신규 증설한 메셀로스 공장 라인의 제품분쇄기 배출배관 경로를 살펴보며 손가락으로 한 지점을 가리키고 있다. 사진. 롯데지주
지난 18일 오후 롯데정밀화학 울산공장을 찾은 신동빈 회장이 신규 증설한 메셀로스 공장 라인의 제품분쇄기 배출배관 경로를 살펴보며 손가락으로 한 지점을 가리키고 있다. 사진. 롯데지주

[데일리임팩트 최진호 기자] 신동빈 회장의 선택은 변화였다.

신 회장은 재계 5대 그룹 총수 중 올해 임원 인사를 앞두고 장고했다. 삼성, SK, 현대차, LG가 임원 인사를 단행하고 조직 개편과 실무진 인사를 마무리할 때까지 신 회장은 인사 방향성을 놓고 고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대내외 경영 불확실성이 증대됨에 따라 내년 ‘영구적 위기’의 시대가 올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미래 경쟁력 확보와 기본 사업 쇄신을 동시에 실현하기 위해 예년보다 정밀한 검증과 검토를 거쳤다. 

15일 롯데그룹이 롯데지주를 포함한 35개 계열사의 이사회를 열고 2023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의 핵심은 미래 준비와 지속적 혁신으로 압축된다. 차세대 리더들을 전진배치해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한편, 역량이 입증된 전문가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함으로써 책임경영을 강화했다. 순혈주의를 타파하기 위한 인사 실험도 지속됐다. 

신 회장이 ‘새로운 롯데’를 강조하며 신사업 도전, 기존 사업의 턴어라운드 등을 주문해왔는데, 변화 의지를 인사안에 담았다는 평가다. 핵심 계열사 수장에 외부인물을 앉혀 조직에 혁신 기조를 강하게 불어넣었다.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웨비나(Webinar) 형태로 진행된 'VCM'에 참석한 모습. 사진. 롯데그룹.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웨비나(Webinar) 형태로 진행된 'VCM'에 참석한 모습. 사진. 롯데그룹.

변화와 혁신 강조…젊은 리더 전진배치

먼저 롯데 CEO의 전체 연령이 더욱 젊어졌다. 지난 6월 롯데바이오로직스 첫 대표이사로 롯데지주 신성장2팀 이원직 상무가 전격 선임되면서 롯데의 40대 CEO시대가 열린 바 있다. 

이번 인사에서 롯데지주 ESG경영혁신실 이훈기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50대 사장 반열에 올랐다. 

이훈기 실장은 1990년 호남석유화학으로 입사해 롯데케미칼 타이탄 대표이사, 롯데렌탈 대표이사를 거쳐 현재 롯데지주 ESG경영혁신실과 롯데헬스케어를 이끌고 있다. 롯데그룹의 미래 성장에 중요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롯데헬스케어, 롯데바이오로직스를 올해 잇따라 출범시키고, 다양한 미래 먹거리 발굴 위한 M&A를 성공적으로 추진시켰다.

이번 임원인사를 통해 롯데의 CEO 전체 평균 연령은 57세로 지난해 평균(58세) 대비 1세 가량 젊어졌다. 사장 직급의 경우 3세 가량 젊어졌다. 

신임 임원 중 40대의 비중은 46%로, 78년생 이후 40대 초반(45세 이하) 신임 임원의 승진은 롯데칠성 채혜영 상무보, 롯데하이마트 이용우 상무보, 롯데글로벌로지스 황호진 상무보, 롯데상사 박강민 상무보 등 총 4명이다.

기존 롯데를 이끌었던 고위임원 3명은 그룹의 새로운 도약과 변화를 위해 일선에서 용퇴한다. 롯데지주 대표이사 송용덕 부회장, 롯데렌탈 대표이사 김현수 사장, 롯데건설 대표이사 하석주 사장은 약 35년 이상 몸 담았던 롯데를 떠난다.

송용덕 롯데지주 대표이사는 롯데그룹 전체의 인재개발, 경영개선 등 혁신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했다. 하지만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비즈니스 환경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젊고 새로운 리더 중심으로 그룹의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며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김현수 롯데렌탈 대표이사는 지난해 8월 롯데렌탈을 성공적으로 증시에 상장시키고, 미래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다양한 투자를 진행했다. 

롯데백화점 본점 외관 전경. 사진. 롯데백화점
롯데백화점 본점 외관 전경. 사진. 롯데백화점

순혈주의 타파…외부 전문가 영입 지속

롯데는 글로벌 경쟁력과 전문성을 갖춘 외부 인재를 영입하는데 노력했다. 

이창엽 전 LG생활건강 사업본부장을 롯데제과 대표에, 김혜주 현 신한은행 상무를 롯데멤버스의 대표이사로 각각 내정했다. 롯데그룹 모기업 롯데제과의 대표이사에 처음으로 외부 인사를 영입한 것이다.

신임 롯데제과 대표이사로 내정된 이창엽 부사장은 한국과 북미에서 30년 이상 글로벌 소비재 회사에서 근무한 마케팅 전략가다. 지난 1993년 한국P&G를 시작으로 허쉬 한국 법인장, 한국코카콜라 대표 등을 역임하며 소비재 분야에 경험이 많다.

이후 LG생활건강 미국 자회사 ‘더 에이본 컴퍼니’ CEO로 북미 사업을 이끌었다. 이 대표는 우수한 글로벌 마인드와 마케팅, 전략 역량을 바탕으로, 롯데제과의 글로벌 종합식품회사 도약을 위한 해외 사업확장, 브랜딩 제고, 조직 혁신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롯데멤버스 첫 외부 여성 대표이사로 내정된 김혜주 전무는 금융, 제조, 통신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풍부한 데이터 분석 경험을 보유한 빅데이터 전문가다. 

삼성전자, KT를 거쳐 현재 신한금융지주 빅데이터부문장, 마이데이터유닛장 상무를 맡고 있다. 김 대표는 국내 최고 수준의 데이터 전문성을 바탕으로, 롯데가 보유한 4천만 고객의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시각의 비즈니스를 발굴하고 디지털 혁신을 이끌어 롯데그룹 유통군 미래경쟁력 핵심인 롯데멤버스의 역량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외에 롯데렌탈 대표이사도 외부에서 전략전문가를 영입해 선임 절차를 추진 중이다. 롯데는 2023년에도 외부 전문가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방침이다.

롯데월드타워 전경. 사진. 롯데그룹
롯데월드타워 전경. 사진. 롯데그룹

핵심 역량 강화…전문가 전략적 재배치

롯데는 이번 인사에서 내부적으로 장기간 검증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전략적으로 재배치 했다.

롯데면세점 대표이사와 롯데홈쇼핑 대표이사 자리엔 내부 임원을 교체 선임하기로 했다. 각각 김주남 전무(전 롯데면세점 한국사업본부장), 김재겸 전무(전 롯데홈쇼핑 TV사업본부장)가 내정됐다.

김주남 신임 롯데면세점 대표이사는 롯데면세점 상품전략, 소공점장, 경영지원부문장 등을 두루 거쳐 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사업환경의 변화와 위기에 대응해 회사를 진두지휘할 계획이다. 김재겸 신임 롯데홈쇼핑 대표이사는 기존 홈쇼핑 영역에서 미디어커머스 선점을 위한 혁신에 나설 예정이다.

또한 계열사 대표이사로서 경영 역량 및 전문성이 장기간 검증된 기존 CEO들이 재배치된다. 롯데건설 대표이사로 선임된 박현철 부회장은 중대한 역할을 부여받은 만큼 기존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한다. 

우수한 리스크 관리 및 사업구조 개편 역량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시장 불안을 해소하고 롯데건설 현안을 해결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이완신 롯데홈쇼핑 대표이사는 롯데그룹 호텔군 총괄대표 및 롯데호텔 대표이사로 내정되었다. 탁월한 마케팅 역량 및 고객 관점의 시각으로, 글로벌 호텔 체인으로의 사업변화와 혁신 동력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 롯데그룹 안세진 호텔군 총괄대표는 그룹의 싱크탱크인 롯데미래전략연구소장으로 전격 이동한다. 그룹 전체의 미래 성장동력 창출을 위한 새로운 전략 방향 수립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남창희 롯데슈퍼 대표는 롯데하이마트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30년 이상의 직매입 유통 경험을 바탕으로 수익성 개선과 전자제품 전문 1위 기업의 위상을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롯데는 여성임원도 늘린다. 롯데는 다양성 헌장 공표를 시작으로 약 10여년간 여성인재를 전략적으로 육성했으며 그 결과 여성임원이 올해 47명(구성비 7.1%)이 됐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대비 12명이 증가한 수치이다.

올해 승진이 된 여성 임원에는 정미혜 롯데제과 상무보, 채혜영 롯데칠성음료 상무보, 한지연 롯데백화점 상무보, 김지연 롯데홈쇼핑 상무보, 이정민 롯데건설 상무보, 윤영주 롯데이엠씨 상무보 등 총 6명이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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