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 팬덤 플랫폼 '유니버스' 실적도 전망도 부진...마무리 수순

넥슨, 마블 영화 제작사 AGBO 스튜디오 인수 등 엔터사업 가속화

양사, IP 활용 한계 및 엔터 경쟁사 존재 유무에 사업 희비 교차

엔씨소프트 판교 R&D센터 전경. 사진. 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 판교 R&D센터 전경. 사진. 엔씨소프트

[데일리임팩트 최진호 기자] 국내 유명 게임사 엔씨소프트가 엔터테인먼트 사업에서 손을 뗀다. 팬덤 플랫폼 유니버스 사업 매각을 추진하면서다. 경쟁사 넥슨은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면서 두 회사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이하 엔씨)는 글로벌 K팝 팬덤 플랫폼 '유니버스'의 매각을 추진하기로 했다. 유니버스를 운영하는 엔씨의 자회사 클렙이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경쟁력 확보가 쉽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니버스는 엔씨가 2년 전 엔터테인먼트 사업 진출을 선언한 이후 자회사 클렙을 통해 플랫폼을 론칭했다. 엔씨는 클렙 지분 66.6%를 보유한 상황에서 김택진 엔씨 대표의 동생 김택헌 수석부사장을 대표로 세우고 사업을 영위해 왔다.

론칭 초기엔 패덤 플랫폼이라는 형태가 관심을 받기는 했으나 몬스타엑스, 강다니엘, 더보이스 등 가수들과 소속 계약을 하는 과정에서 IST엔터테인먼트 등 여러 엔터테인먼트 회사와 갈등을 겪었다. 일방적인 계약 종료 통보 등 논란이 일기도 했다.

게다가 엔씨로서는 방탄소년단 등을 앞세운 하이브의 '위버스', SM엔터테인먼트 '버블' 등 전통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팬덤 플랫폼과 시간이 지날수록 경쟁하기가 쉽지 않았던 모양새다.  

실제로 클렙은 론칭 초기 흑자를 기록하다가 올해 3분기 실적에서 영업손실 3억원을 기록했다. 현금이 실제로 창출되고 잘 활용되는지 알 수 있는 지표, 영업활동 현금흐름도 9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엔씨가 최근 유니버스의 매각 대상으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계열 스타쉽엔터테인먼트 등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확정된 매각 대상, 계약은 아직까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매각 등 보도에 대해 확정된 바는 아니기 때문에 따로 드릴 수 있는 말씀이 없다"라며 "엔터사업은 유니버스가 유일한 상황이고, 이 외에 추가적으로 관련 사업을 추진하게 될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라고 밝혔다.

넥슨, AGBO 로고. 사진. 넥슨.
넥슨, AGBO 로고. 사진. 넥슨.

IP 적극 활용 예고했던 '넥슨'과 횡보한 '엔씨'

주목할 점은 엔씨소프트가 엔터테인먼트사업을 사실상 철수하는 상황에서 넥슨 등 경쟁 게임사의 경우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더욱 확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넥슨은 세계적인 영화 제작사 AGBO 스튜디오 지분을 확보하면서 최대 주주로 등극했다. 향후 넥슨 대표 지식재산권(IP)를 활용해 해외를 공략하겠다는 포부다. 실제로 넥슨 일본 법인을 통한 지분 확보에 한화 약 6700억원을 투자한 상태다. 

AGBO는 마블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엔드게임‘ 등을 연출했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익스트랙션‘ 등도 흥행시켰다. 넥슨 계열사 넥슨 필름&텔레비전 부사장이 합류하는 등 계열사 간 협업도 빨라지고 있다.

이를 통해 넥슨은 본인들이 보유하고 있는 IP를 활용해 드라마, 영화화는 물론 애니메이션화도 가능하다. 나아가 넥슨만의 유니버스를 구축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결과적으로 엔씨의 실패는 근본적으로 리니지 등 IP를 직접 활용하는 엔터사업이 아니었다는 점과 이미 엔터테인먼트 시장 상황을 잘 알고 있는 기존 신흥 강자가 있었다는 점 등이 실패 이유로 꼽힌다. 실적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사들도 즐비해 전망이 좋지 못했던 것이다.

최근 상황만 놓고 보면 넥슨이 보다 다양하고 시장 내에서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IP를 통해 활용 가치를 극대화 하는 것처럼 보인다면 엔씨의 경우 당장 IP를 활용한다는 계획은 있었지만 K팝 팬덤 플랫폼인 유니버스와는 결이 달랐다는 평가다. 기존 엔씨의 강점도 살리지 못한 것이다.

팬덤 플랫폼은 이미 네이버 V 등이 사업을 추진한 바 있고 엔터사업자들 또한 관련 플랫폼을 구상하고 있었기 때문에 큰 차별점을 만들어내지 못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넥슨은 라이엇게임즈의 아케인 등 사례를 토대로 자사 IP의 앱애니메이션화, 영화화 등 보다 명확한 성공 가능성 등 전망이 뒷받침 됐다는 평가다.

앞서 넥슨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아케인이 좋은 사례가 될 수 있겠지만, 아케인의 사례를 참고해 투자에 나섰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라며 "올해 초에 글로벌 IP 확장을 위한 계획으로 AGBO에 5억달러를 투자하기로 밝혔고, 먼저 4억달러를 투자한 뒤 최근 나머지 투자가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현재 구체적인 계획은 세워지지 않았지만 넥슨의 IP를 활용한 영화화, TV콘텐츠화 등 다양한 가능성이 생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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